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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지도자가 '난 끝장' 느낄 정도로 법 강화해야"

[이영광의 '온에어' 41] 강재훈 KBS 통합뉴스룸 스포츠국 기자

20.07.12 17:50최종업데이트20.07.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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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훈 KBS 통합뉴스룸 스포츠국 기자 ⓒ 이영광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 소속이었던 최숙현 선수가 감독 등의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음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선수는 고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 선수는 지난해 연말까지 소속됐던 경주시청팀에서 감독과 팀닥터로 알려진 안아무개씨로부터 끊임없이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다. 이후 이와관련 경주시청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인권센터와 인권위 등에 진정을 넣었지만, 제대로 조사에 임한 곳은 없었다. 

사실 스포츠계 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건이 터지면 그때뿐일 뿐 시간이 지나면 잊혔다.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최 선수 문제를 취재한 강재훈 KBS 통합뉴스룸 스포츠국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 소속이었던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실이 지난 1일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스포츠 담당 기자로 이런 사건 사고들을 많이 봐왔어요. 처음 이 사건 소식을 알게 됐을 때 '또 터질 게 터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일 사건이 알려지면서 저도 유가족을 통해 고 최숙현씨가 폭행당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을 받았어요. 파일이 상당히 여러 개 있는데 그걸 듣는데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 어떤 부분이 가장 분노하게 만들었나요?
"말도 안 되는 걸로 사람을 때리고 욕하고 하는 부분이 제일 화가 났죠. 팀 닥터가 밀폐된 공간에 선수들을 한 명씩 데리고 가서 때리고 욕하고 가혹행위를 하고... 그걸 듣는데 너무 화가 나서 제가 다 못 견디겠더라고요. 뉴스는 한 2분이 안 되는 시간에 리포트를 쓰는데 이건  유가족 동의 받고 전체녹취를 공개하자고 제안했어요. 그걸 들으신 많은 분들이 똑같이 분노했던 것 같아요."

- 체육계에서 폭행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원인 분석은 엄청 많은데, 성적 지상주의도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와 단절된 그들만의 세계라는 공간적 심리적 구조 때문에 그런 일이 계속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프로 종목이 아니잖아요. 아마추어 종목이고 올림픽에도 나갈까 말까 한 비인기 종목 실업팀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관심과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거죠. 그래서 왕처럼 군림하는 사람이 나온 거고요. 외부와 단절된 환경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커요."

- 체육계에서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책을 내놓잖아요. 그럼에도 줄곧 이런 일이 터진다는 건 대책이 아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건데.
"큰 사건이 터지면 원인 분석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제가 말씀드린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있는 이 틀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거죠."

- 왜 바뀌지 않는 걸까요. 
"첫째는 일반인들과 떨어져 있는 세계잖아요. 둘째는 피해자나 내부고발자들이 감당해야 될 몫이 너무 커요. 바꿔 말하면 그 세계에서 가해자들을 발본색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이번에도 생생한 증언들이 쏟아졌지만 결국 법적인 문제로 가잖아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로 가고 그렇게 법적 다툼이 오래되고 하면 그사이에 선수들은 죽어 가는 거죠."

- 지난해 조재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러 정책도 만들고 했던 것 같은데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전 기본적으로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겠다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거든요. 근데 이번에 국회 문광위에 나와 하는 걸 보면, 고인이 26일에 돌아가셔서 나흘 동안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문체부에 보고조차 안 한 거예요."

- 이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보세요?
"이 문제의 핵심은 말씀드린 대로 가해자들이 받아야 정당한 처벌을 상대적으로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건 사실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여러 가지가 얽혀 있는데요. 사람이 '내가 저 행위를 하면 큰일 난다. 내가 영구제명 되거나 다칠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을 느끼면, 한 번 걸리면 (안 하죠)... 음주운전만 해도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술 마셔도 (운전) 할 수 있지란 인식이 있었잖아요. 근데 이제 윤창호법도 나오고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라는 게 (사회적 인식으로) 자리를 잡았잖아요. 그러나 아직도 체육계는 궁극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지도자들이 '내가 재수 없이 걸렸어' 혹은 '이것만 잘 넘기면'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 지도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법 처벌이 미비해서인가요?
"고 최숙현씨 사건만 두고 보자면, 최숙현씨가 경찰이 '이건 단순 20~30만 원 벌금형에 그칠 것 같다'라고 한 것에 가장 절망했다는 얘기들이 나오잖아요. 그러니 이건 20대 젊은 선수에게 심리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거거든요. 자기 삶의 전부인데, 그 좁은 사회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학대당하는 상황이란 거죠. 그러나 법적으로 따져보면 단순 폭행 모욕 사기 이런 걸로 밖에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거죠. 앞서 음주 사건에 빗대어 말씀드렸는데요. 체육계 지도자들이 '이런 행위를 하면 정말 나는 끝장'이라고 느낄 정도로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고 최숙현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김규봉 감독, 지켜본 유족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얼굴 모자이크 처리)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나와, 최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김규봉 감독(왼쪽 격자무늬 상의)과 나란히 앉아 있다. ⓒ 남소연


- 폭행을 주도한 걸로 알려진 팀닥터 안씨는 자격이 없음에도 팀에서 제왕으로 군림한 거 같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그리고 지도자와 선수의 일방적인 관계 등 제가 말한 그들만의 리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가 왔어요. 근데 이미 (어떤 사람이) 팀닥터라고 자리를 잡고 있고 마사지도 하고 감독이 선생님이라고 모시면, 선수가 '저 분이 운동 자격증을 있는 건가요'라고 물을 수 있나요? 의문을 가질 수가 없다는 거죠. 운동처방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트레이너나 운동선수에게 그렇게 처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면 그 사람은 원천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겠죠.

그 다음에 또 하나는, 만약 아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면 걸러줬어야죠. 그런데 그걸 걸러주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거죠. 제 짐작이지만, 경주시청은 장아무개 선수가 매우 실력자이고 전국체전에서 경주시청 이름을 달고 우승을 하면 그건 좋은 거거든요. 성적 지상주의죠. 성적이 나기 때문에 큰 일만 터지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그런 일에) 관심이 없는 거예요."

- 그럼 이런 일이 적지 많을 거라는 의미네요?
"많을 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2016년 지방의 한 체육고등학교 여자 배구부 지도자가 성추행을 했어요. 근데 거긴 학교 운동부잖아요. 대부분 감독은 체육 교사가 하고 실질적인 지도는 외부에서 온 코치가 하는 거였어요. 감독은 관리 감독만 하는 거죠. 국가대표 출신이란 그 코치가 실질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대회 데리고 나가고 출전권도 주고, 선수들을 좌지우지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정식 요원이 아니기에 교육청에서 직접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구조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도 피해자들에게 이야기 해서 적당히 덮거나 무마하고, 그 사람은 그냥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는 걸로 교육청에 보고만 하면 돼요. 즉 이 사람들은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거죠. 

- 대한체육회의 대응은 어떻게 보세요?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상당히 방어적이고 조직 보신주의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거죠. 처음 사건이 알려졌을 때 여러 가지 팩트를 확인해 나가는데, 철인3종협회는 조사를 안 했다는 거예요. 근데 대한체육회는 했대요. 무슨 말이냐면 최숙현씨 측에서 맨 처음에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고 그 다음이 형사고소를 해요. 그리고 뒤늦게 대한 체육회 클린 스포츠센터라는 게 있어서 거기에도 접수했대요. 4월 8일 했는데 자연스럽게 철인 3종 협회도 알게 됐다는 거예요.

철인 3종 협회와 제가 직접 통화했는데 '저희는 수사권도 없고 전문 조사권도 없고 근데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대한 체육회는 전문 조사관도 있다. 그래서 저희가 나서지 않은 것이고 저희는 차장 한 명을 배정해서 협조하게 했다'로 하더라고요. 사실 손 놨다는 거거든요. 그러니 결국 철인 3종 협회장이 국회 나와 사과까지 했잖아요. 근데 대한체육회는 '조사 중이었다. 근데 고인이 좀 비협조적이고 오히려 자기들은 억울하다'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 이기흥 대한 체육회장의 책임론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당연히 이기흥 회장이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해 1월 조재범 사건 불거졌을 때)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분명히 그렇게 공표했거든요. 근데 특별히 바뀐 게 없었고 막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억울하다고 얘기하겠지만 결국은 꽃다운 유망주가 점점 시들어서 죽어 가는 걸 막지 못했잖아요. 그러면 책임을 져야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동료선수들이 6일 기자회견 열어 새로운 사실 폭로했어요. 
"가장 가슴 아팠던 건 스무 살 선수가 한 말이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발을 디딘 팀이 경주시청이었다. 감독과 주장 선수가 그렇게 가혹행위를 하고 괴롭히는데 쉬쉬하는 분위기여서 자기는 그게 운동선수의 세계는 원래 그런가보다 느꼈다.' 또 최숙현 선수가 살아 있을 때 도와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다는 것도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수들은 용기를 냈는데 너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외에 여덟 명의 피해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아직도 사실 나서지 못하고 있잖아요. "

- 운동계가 좁잖아요. 그것도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드는 데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철인 3종 협회만 해도 몇 팀 없잖아요. 전국에 여러 팀 있어도 전국 대회 나가면 바로 알고 학연·지연으로 좀 더 알죠. 또 대한체육회 클린 스포츠센터, 대한체육회 인권센터가 있지만 피해자들은 그 존재를 잘 몰라요. 최숙현 선수 아버지께도 어찌 됐든 현역선수인데 학연과 지연에 얽힌 좁은 세계에서 지도자를 형사고소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왜 고소를 먼저 하셨냐고 물었거든요. 형사고소를 한 다음 클린 스포츠 센터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 6일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국회에 나와  "죽은 건 안타깝지만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할 게 없다'고 말하던데.
"저는 거기서 또 한 번의 절망감을 느꼈어요. 이 사건이 크게 국민적 공분을 산 게 폭행 사실이 생생하게 담긴 음성파일 때문이거든요. 그런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실을 부인한다면... 만약 알려지지 않았다면 선수가 얼마나 답답했고 괴로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나오는 걸 보고는 이미 변호사랑 입을 맞춘 게 아닌가 했죠."

-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김규봉 감독과 장아무개 선수를 영구 제명했어요. 
"2월에 이미 협회에서 그 사건인지를 했어요. 왜냐면 아버지가 2월에 경주시청에다가 진정을 넣었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협회에도 들어갔을 거예요. 인지했는데 직원 한 분이 감독에게  전화해서 문제 있냐고 했지만 아무런 문제 없다니 그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다가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니까 뒤늦게 최대한 빨리 공정위를 열겠다고 했어요. 그게 안타까운 거죠."

- 징계 수위가 적당하다고 보나요. 
"영구 제명할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문제는 이 선수들이 일주일 내에 재심을 신청을 할 수가 있어요. 이 사람들이 일주일 내에 신청하면 대한체육회에서 최종적으로 스포츠 공정위를 열어 다시 결론을 내립니다. 첫째 이 사람들이 재심을 신청할지, 둘째 대한체육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향후 저희가 지켜봐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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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훈 최숙현 철인 3종 경기 대한 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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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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