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15년 전엔 검찰총장 사퇴... 윤석열의 선택은?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놓고 대검은 회의중... "오늘 중 공식입장 안나올 듯"

등록 2020.07.02 15:30수정 2020.07.02 16:11
58
원고료로 응원
[기사 보강 : 2일 오후 4시11분]
 
a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윤 검찰총장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자료사진. ⓒ 이희훈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사건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2005년 10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이후 15년 만이다.

추 장관은 전날인 1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윤석열 총장을) 지금까지는 지켜봐 왔는데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저도 결단을 해야 할 때 결단하겠다"고 말한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2일 오전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윤 검찰총장에게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 사건 처리를 위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휘했다. 또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윤 총장은 수사결과만 보고 받도록 하라고 했다. 사실상 관련 수사에 손 떼라는 주문이다.

15년 전엔 거센 후폭풍 속에 검찰총장이 검찰청법 8조에 따른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면서 항의의 의미로 사퇴했다. 윤 검찰총장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15년 전에 어떤 일 있었나] 천정배 장관-김종빈 총장의 경우 

2005년 10월 12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으로 하여금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당시 강정구 교수는 인터넷매체 기고문 등에서 "한국 전쟁은 북한의 통일 전쟁"이라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10월 7일 강 교수에게 국가보안법 7조를 적용해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10월 12일 대검철청은 법무부에 강 교수 구속수사 의견을 제출했지만, 같은 날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서를 받았다.

천 장관은 김 총장 앞으로 보낸 수사지휘서에서 "우리 헌법에서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여 이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는 헌법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특별히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피의자 및 피고인을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정신과 기본 원칙은 공안사건에 대하여도 달리 적용되어야 할 이유가 없고, 여론 등의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될 것"이라며 "검찰은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이와 같은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구현함으로써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하루 뒤인 10월 13일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결국 10월 14일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부당하지만 법에 따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표를 냈다. 수사지휘권 발동 이틀 만이었다. 검찰은 크게 동요했다.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천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여야는 극렬한 대립각을 세웠다.

[15년 후] 대검은 회의중 "오늘 안으로 공식입장 나오기는 힘들 것" 

이번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또한 15년 전처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미래통합당)에서는 추 장관을 탄핵소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선택이 김종빈 총장과 같을지는 미지수다. 그때와 지금 상황은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 또한 있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에 국회도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인 상황이었고, 현재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 국회도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상황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사건이 다르다. 당시 강정구 교수 사건은 이념적 쟁점이 되는 국가보안법 사건이었지만, 현재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검찰 자체, 특히 윤 총장의 최측근인 검사가 피의자인 사건이다.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쪽은 "오늘 늦게까지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오늘 중으로 공식입장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윤석열
댓글5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