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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마스크 안 썼대요" 유치원 교사는 이렇게 지냅니다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교육부에 외면당한 유치원

등록 2020.06.23 10:19수정 2020.06.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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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급식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2미터 간격으로 줄 서있는 모습입니다. ⓒ 김정숙

 
모든 게 엉망이 돼버렸다. 아직도 잠잠해지지 않은 코로나19는 장소를 막론하고 모든 관계를 단절시켰다. 유치원과 학교는 아이와 학부모는 물론 교사도 단절시켰다. 마스크를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조차 두려워진 일상이 과연 서로에 대한 배려일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에 반해 함께 하는 공동 생활보다 개인 생활을 중요시해야만 나의 건강과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 슬픈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된 개학

'곧 개학하겠지'하고 긴급돌봄을 실시한 유치원 교사들은 번갈아 가며 혹은 매일 아이들도 오지 않는 교실에서 2020년을 어떻게 보낼지 나름의 교육과정을 검토하며 두어 달을 보냈다.

초중고 온라인개학, 유치원은 고작 무기한 개학 연기라는 공문서상의 2줄. 이게 웬 말인가? 어떠한 방침도 제안도 없는 딸랑 2줄짜리 유치원 무기한 개학 연기 소식은 유치원 교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초중고 온라인 개학은 '코로나19 대응 개학 준비 매뉴얼'이 준비돼 있었기에 빠르게 움직였다. 유치원 무기한 개학 연기는 유아발달 특성상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렵고 유아교육 특성상 원격수업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내려진 결론일 테다. 

그러나 어떤 대안이나 대책도 없는 교육부의 발표는 실망스러웠다. 5월 27일 유치원과 초등1~2학년이 개학을 맞았다. 개학을 하자마자 출석 일수와 수업일수에 대한 논란도 시작됐다. 지난 8일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하고 교육부에 요구를 전달했다. 


'방학 없는 찜통 수업'에 대한 논란으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유아 건강과 안전을 위해 유치원 수업일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라고 전격 지시했다. "유치원 정책은 무엇보다 유아 안전과 유치원 현장 상황과 맞아야 한다"라면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유치원 수업일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언급했다.

초중등의 경우 8월 초에서 8월 중순 혹은 그 이후까지 여름방학을 실시하여 수업일수를 맞추려 하고 있고 유치원의 경우 180일에서 10% 감축된 162일을 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 같다. 장관이 내린 지시는 어디에서 어디까지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정책담당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입안을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전국의 시도교육감협의회의 만장일치로 수업일수 감축을 요구하는 상황 하에서도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놀이 중심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에게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가려진 마스크 사이로 들려오는 아이의 말소리는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이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 줄래? 마스크 때문에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아직 폭염이 오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3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아이들의 마스크 행렬은 안전할까?

최근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다 쓰러져 순직한 사실이 있었다. 매일 현관문을 나가고 현관문을 다시 들어오기까지 쓰는 마스크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무겁기만 하다. 

감추고 싶기도 하고 나만 그런가 싶어 별의별 생각까지 하게 된다. 동료 교사도 매한가지다. "선생님 저도 그래요. 코로나19는 아니에요." 그렇게 말해주는 동료가 고맙다. 안심이 된다. 

코로나19 이후의 유치원 풍경

놀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유치원 교육은 다양한 수업유형(이야기나누기, 게임, 신체표현, 바깥놀이, 극놀이, 음악활동, 과학활동, 미술활동, 체육활동 등)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왔다. 

아이들은 울고 웃으며 공동체 의식을 배울 수 있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교실의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놀이'를 중심으로 유아들의 배움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이는 놀이시간을 충분히 편성하여 학습자를 중심으로 교육 방향이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마저도 어렵게 하는 실정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코로나19로부터 좀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떨어져 놀 수 있도록 교실 환경을 구성하고 개별적인 놀이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 보육이 일상인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이 와서 울면 안아주고 그런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더욱 어렵다.

어떤 학부모는 "선생님, 교실에서도 종일 마스크 착용하고 있나요?"라고 전화로 물어온다. 마스크를 벗게 할 수가 없고 아이들이 이야기한다. "선생님, OO가 마스크 안 썼어요"라고 말이다. "OO야, 마스크 쓰자"라고 이야기를 건넨다. 

간식 먹고, 물 마시고 난 후 마스크를 깜빡하기 일쑤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숨쉬기가 힘들어 잠깐 마스크를 앞으로 쭉 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선생님, 마스크는 왜 올려요?"라고 말한다. 교사인 나도 곧장 마스크를 내려쓴다. 이 얼마나 '웃픈(웃기고도 슬픈)' 일인가?

8살 된 아들이 몇 달 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엄마는 왜 유치원 선생님을 해요? 유치원 아이들 가르치는 것보다 초등학교 가르치는 게 더 쉽지 않아요? 유치원 애들은 말도 잘 못 알아듣고 말도 잘 안 듣는 것 같은데, 초등학교는 말도 잘 알아듣고 하니까 더 쉽잖아요." 나를 알아주는 아들이 있어, 늘 웃으며 지내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 행복했다. 전국의 마스크를 쓴 유치원 선생님들 화이팅!

[관련 기사] 원격수업, 불출석 학생... 선생님들이 내린 특단의 조치 http://omn.kr/1nzbf
#마스크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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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의 엄마로, 공립유치원교사로, 한국교원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세종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로 이끔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원화되어 있는 유치원체제의 모순된 교육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유치원교육의 발전을 기대하며 20여년간 공립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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