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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죽음, 국가의 답변 "극단적 선택말고 더 노력했어야"

[김홍영 검사 사건 4년 후] 법대에 오른 검찰의 자정 의지

등록 2020.06.18 11:57수정 2020.06.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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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점점 더 힘들어질까."

누구에게 물었던 것일까.

누가 답을 해야 할 물음일까.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탈출구는 어디 있는지, 고인은 세상에 남긴 글에서 묻고 또 물었다.

이례적인 일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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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7일, 정병하 당시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서울남부지검 고 김홍영 검사 사건 감찰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일(19일) 고 김홍영 검사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공판이 열린다. 상사의 괴롭힘, 그리고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던 고인은 2016년 5월 19일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을 괴롭혔던 김대현 전 남부지검 부장검사는 대검 감찰 결과에 따라 2016년 8월 해임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자신에 대한 해임 결정에 불복해 2016년 11월 해임 취소 소송을 냈다. 2019년 3월 대법원 패소가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가 고인에게 가했던 폭언과 폭행은 오히려 상당 부분 사실로 입증됐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 고발이 이뤄졌지만, 최근까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소환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인 일이다.

고인의 아버지 김진태씨는 앞서 <오마이뉴스>를 통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인이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김 전 부장검사의 상사인 차장검사나 검사장 등의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사건 이후 유족들은 지속적으로 대검 감찰 기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법원의 결정에도 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유족들은 대검찰청을 상대로 감찰 조사 기록 일체를 요구하는 신청서(문서송부촉탁 신청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검찰 측은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관련 기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국가보훈처와는 아주 다른 '국가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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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일 방영된 KBS <시사직격> '검사 고 김홍영의 증언' 편의 한 장면. 아들의 묘에는 고인의 동료들이 만들어준 재직 기념패가 있었다. 그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대한민국 검사로 치열하게 살다 대한민국 검사로 고요히 잠들다". ⓒ KBS

 
현재 유족들이 제기하는 국가의 책임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용자로서 기본적인 책임을 강조한다. 유족들은 소장을 통해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 입은 경우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 판례를 제시했다. "이런 법리는 공무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사용자로서 주의 의무 위반이다. 소장에 따르면 고 김홍영 검사는 2015년 4월 1일부터 사망 당시까지 휴가 또는 병가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거의 매일 야근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휴일의 절반 가량을 출근했고, 2016년 경우만 따로 계산하더라도 사망 직전까지 고인의 휴일 근로시간은 155시간에 달했다.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한다면 그 해 휴일의 19일 이상을 일했다는 이야기다. 2016년 달력을 보면 고인이 사망한 5월 19일 전까지 휴일은 모두 28일(토요일 포함 47일, 국회의원 선거일 제외)이었다.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은 근무시간을 주 40시간, 권장 연가 일수를 10일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셋째, 역시 주의 의무 위반이다. 유족들은 소장을 통해 "검찰 조직은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상징되는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상명하복 정서가 강하며 수사의 기밀성으로 인해 일반인과의 접촉이 제한되는 등 고도의 통제성과 폐쇄성을 특징으로 한다"며 "이러한 조직 문화의 특성상 상관이 공개된 장소에서 폭언 및 폭행을 하는 경우 그 피해는 일반 사회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자 검찰간부들이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가혹 행위를 예방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국가의 답변은 어떠했을까. 소송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국가 로펌)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 성립된다"면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행위의 위법성 ▲손해의 발생 외에도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가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렇게도 강조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이러한 점은 국가의 책임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므로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참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법대에 오른 검찰의 자정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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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고 김홍영 검사 아버지 김진태씨의 메모. 상사의 괴롭힘, 그리고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던 고인은 2016년 5월 19일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 이정환

 
하지만 이와 같은 답변은 국가보훈처의 공식 입장과는 상반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 부산지방보훈청은 "과다한 업무량과 이에 따른 부담감, 상급자의 반복적이고 인격모독적인 폭언 및 폭행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자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2017년 1월 고 김홍영 검사를 재해사망공무원으로 인정했다. 

또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해임취소소송 관련 기록에는 동료 검사의 다음과 같은 진술도 나온다.

"김홍영 검사는 잦은 술자리로 인해 사건을 처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고민했고, 급기야 술자리를 피하기 위해 초저녁에 잠을 자고 새벽에 청에 나와 일하는 방식으로 패턴을 변화시켰는데,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여 막판에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이전에 '탈출구'를 찾으려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인의 부모는 김 전 부장검사의 해임취소소송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2017년 6월 법무부에 제출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만약 검찰 내부에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 잘못된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면, 이는 인습입니다. 이러한 악습은 대물림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이 사건이 그 인습을 깨어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중략) 이 목소리를 비단 생떼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하소연으로만 치부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맘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의 마음으로, 구성원 개개인의 인권도 소중히 하는 검찰의 자정 의지를 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천명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행복하고 싶었던 아들의 물음 또한 그것이었다. "구성원 개개인의 인권도 소중히 하는 검찰의 자정 의지"가 이제, 법대에 올랐다.

[관련기사]
① 내 아들 자살로 몰고 간 그 사람, 변호사가 됐다 (http://omn.kr/1nogq)
② 아들의 기일... 묘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검사들 (http://omn.kr/1no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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