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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오세훈의 기본소득, 뭐가 다른지 알고 싶다면

11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기본소득 논의... '우파 기획' 함몰일까, 아닐까?

등록 2020.06.11 09:58수정 2020.06.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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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1일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 '기본소득 시대 과연 열릴까?'를 주제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토론을 벌인다. ⓒ 경기도

 
"기본소득은 야당이 (먼저) 치고 나올 겁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야권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실제 인터뷰가 있은 지 6일 만인 지난 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를 앞세우며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론화했다. 이튿날에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붙였다.

진보와 보수 진영이 지지하는 기본소득은 다르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기본소득이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여야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 국민 고용보험이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사실상 이재명 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진보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해소) 대신에 경제 활성화(살리기), 경제 성장이라는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재명식 기본소득제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 환영하고, 고언에 감사드린다"면서 "당에서 한번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할 기회도 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더불어민주당 안이 아니라 밖에서 먼저 시작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지사는 11일 밤 11시 10분 'MBC 100분 토론'에 출연,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기본소득을 놓고 '맞짱 토론'을 벌인다. '기본소득 시대 과연 열릴까?'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에서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이 복지 정책이 아니라 경제 정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오세훈 전 시장이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 전 시장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9년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보편적 복지의 핵심 정책인 무상급식을 반대하기 위해 주민투표까지 하다가 서울시장직을 내려놔야 했던 오 전 시장으로서는 전향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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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 이희훈

 
한편으로는 신동근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이 토론에서 맞붙은 꼴이라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정말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은 '우파적 기획'에 함몰된 것인가?

우선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 논쟁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일하든 안 하든,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부가 정기적으로 현금성 재화를 충분하게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은 '성과에 따른 보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보수 정당의 철학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 논의에 나선 것은 지난 4.15 총선 참패까지 연이은 전국선거 4연패로 인한 위기감이 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더는 '보편적 복지는 진보, 선별적 복지는 보수'라는 도식에 갇혀서는 다가올 선거에서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통합당 전국 조직위원장 대상 특강에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바보 같은 짓이다. 당이 시대정신을 못 읽었다"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면전에 두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오 전 시장 역시 "나도 무상급식에 대해선 생각이 변했다"며 지적을 수용했다.

기득권 이미지를 벗기 위해 기본소득 이슈를 먼저 선점하고,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보수 진영에서는 기본소득을 기존 복지제도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성 강화 측면에서 접근한다. 따라서 노조와 연계가 강한 진보 진영에 기본소득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권 도전 첫 행보로 싱크탱크를 가동하고, 기본소득 연구에 들어간 이유다.

우파적 기본소득의 실체는?

문제는 우파적 기본소득 논의의 실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과 유사한 정책이 등장한 것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제시했던 기초연금이다.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은 대선 승리의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 공약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전면 후퇴했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김세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의원 연구모임 '아젠다 2050'에서 "기본소득은 좌파든 우파든 공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좌파적 관점에선 기존 복지 제도의 완성된 버전으로, 우파적 관점에서는 기존의 복잡한 복지 체계를 단순화하는 '작은 정부'의 시도로 각광 받는다"고 말했다. 즉, 보수 진영은 선별 없이 모든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고 싶어 한다. 신동근 의원을 비롯해 진보 진영 일각에서 기본소득을 비판하고 경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우파적 술책'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지사는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존 복지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지사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해도) 기존 복지는 손대지 않는다"며 "기존 복지 중에 필요한 것은 계속해나가고, 추가되는 새로운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 진영이 얘기하는 기본소득과 보수 진영이 얘기하는 기본소득의 또 다른 점은 재원 마련 방안이다. 이는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진보 진영은 누진세 개혁을 통해 가장 부유한 시민들에게서 나머지로의 소득재분배를 주장한다.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 스승'이라고 부르는 강남훈 한신대 교수의 계산법에 따르면, 기본소득으로 가장 부유한 20%가 손해를 보고 나머지 80%는 이득을 본다.

또한, 보수 진영에서는 기본소득으로 노동 유연성을 기대하지만, 좌파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키울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최소한 빈곤선 이상의 소득을 갖게 될 경우, 사측과 계약을 맺을 때 갑을 관계가 아닌 '동등한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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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기본소득은 왼쪽 오른쪽도 아닌 앞으로"

사실 기본소득을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 논리에 가둬놓는 것 자체가 비생산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는 "기본소득은 과거의 이데올로기적인 지형도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며 "그래서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고 앞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저는 사상가가 아니고 일을 해야 하는 고용된 대리인으로서, 무조건 (세상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보수, 진보라는 경계를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본소득이냐'이겠지만,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하나의 목표 지점으로 모인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11일 밤 방송되는 MBC 100분 토론에서 '우파의 기획'에 함몰됐다는 비판을 받은 이재명 지사가 어떻게 오세훈 전 시장과 쟁점을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이재명경기도지사 #기본소득 #이재명100분토론 #오세훈 #전국민고용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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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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