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시민교육,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터뷰] 오세욱 그물코평화연구소 대표

등록 2020.06.05 18:10수정 2020.06.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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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가 지난 4월 22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상임대표를 맡은 오세욱 그물코평화연구소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실천될 풀뿌리 민주시민교육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4월 13일 그물코평화연구소에서 오세욱 상임대표와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를 통해 그리고 있는 그림과 지역사회에서 시민단체로서 필요한 역할 등을 물었다.
 

민주시민교육실천 경기도 화성 봉담에 위치한 그물코연구소에서 오세욱 대표를 만나 민주시민교육 실천에 대해 물었다. ⓒ 윤미

 
- 올해부터 만18세 이상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첫 투표자 학생들과 그룹인터뷰를 했는데 정치에 관심이 많이 없고,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것 자체를 정확히 인지하는 학생이 없었다.
"투표권만 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투표권만 행사한다고 해서 민주적 권리가 주어졌다고 할 수 없다. 투표권이 무엇이고 이 권리가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안에서 시행되는 반장투표나 회장투표도 누가 뽑혔을 때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투표라는 게 의미가 있다.

왜곡된 경쟁구도와 편가르기, 인기투표나 재미로만 진행되는 선거운동은 오히려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일회적인 이벤트식 선거활동은 선택 이후의 결과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거나 영향이 미미하게 된다."

"투표로 뽑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 우리가 선택을 하지만, 투표 결과에 책임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이 현실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투표에 참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시장투표와 국회의원 투표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장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고, 국회의원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게 혼동되거나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국회의원이나 시장의 공약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시장이 해야 할 일을 공약하면 안 되는 거니까. 내가 선택한 사람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 이런 것이 민주시민교육 가운데 선거교육과 관련된 부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공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약하다. 아이들은 정치사회 교과서에서 다루긴 했지만, 정치 사회 역사 등의 이론적인 교육만을 배웠지, 생활정치나 선거를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
"대개 일반학교 교육을 '공'교육이라고 부르는데, 교육실천이 공공성을 지향한다는 의미로서 이렇게 불린다. 공교육은 사익보다는 공익, 공적 가치, 공공성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그래서 공교육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일반학교는 더욱 공공성을 지향하고 강화하는 교육에 주력해야 하고, 일반학교에서 공공성을 담보하는 민주시민교육이나 평화교육, 시민교육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상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는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1년에 한두 번 교육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제도적 구조적으로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학교가 지역의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등과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면 좋겠다. 지역사회에는 수십 년간 민주시민교육을 경험하고 실천해온 시민사회의 활동가 주민들이 있다. 이들이 적정한 훈련을 통해 전문강사가 되고, 이러한 전문강사들이 지역과 학교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논의하기 위해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에는 20여개의 시민단체와 교사단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실을 보면 여전히 민주시민교육의 실천은 매우 협소하다"
 

투표로 뽑은 사람들이 무슨일을 하는지 아는게 중요 오세욱 그물코평화연구소 대표는 "선거투표권만 주는 것이 아니라, 투표로 뽑은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것 까지 알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윤미

  
-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가 출발하는데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준비모임은 2018년 9월부터 시작했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으로서 생활정치분과에서 네트워크 준비를 처음 제안했다. 경기도나 교육청 등에서 민주시민교육 지원조례가 제정되고 전국적으로 지역별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가 준비 출범하고 있었고, 화성에서도 민주시민교육 지원조례 제정이나 시민실천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2012년부터 평화인문학 씨알살림을 통하여 시민 인문학 공부모임을, 그리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청소년 민주시민교육을 그물코학교에서 실천 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그물코평화연구소가 간사단체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화성의 여러 단체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되었다. 네트워크는 창립 전에도 공개포럼을 개최하고 화성시민주시민교육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꾸준히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확산되어 가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보면 민주시민교육의 실천은 여전히 매우 협소하다."

- 민주시민교육 대상은 성인인가?
"민주시민교육의 대상은 성인만이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노인, 여성, 소수자, 외국인 등 모두를 포괄한다. '민주시민교육'은 우리 모두가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다. 따라서 청소년에게도 시민교육을 하고 성인에게도 시민교육을 한다. 일정 부분은 정당에서 해야 할 역할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당법 상 시행에 한계가 있다."

- 외국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정당에서 하나?
"영미나 독일 등에선 '민주시민교육원'과 같이 전담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다. 그 부서 안에 언론, 학교, 선관위, 정당, 연구자 등이 모두 들어와 있다. 여기에서 일상생활의 정치부터 전문 정치가가 되는 교육까지 포괄하는 통로가 된다. 독일 민주시민교육의 경우, 학교에서 미국 현직 대통령의 해외군사정책 등을 공부한다. 이러한 주제는 미군이 주둔하는 우리나라로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일반인이 지역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통로가 없다."

- 보통은 정당으로 들어가야 시작하니까. 먼저 정치적 입장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정치 교육을 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정당을 선택하기 전에 정치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전혀 길이 없다."

- 빨리 민주화가 돼서 그런가?(웃음)
"우리나라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구상하는데 도움이 된 기본 틀은 영미의 '시빅 에듀케이션'(civic education)이다. 이것을 독일은 '정치교육'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정치교육, 시민교육이 우리나라의 민주시민교육이다.

최근 학교에서 어린이 청소년에게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과서도 만들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학교 밖은 어떠한가?

학교밖의 교육은 평생교육의 영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평생교육은 문해교육, 직업교육, 그리고 최근들어 취미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자해왔고 시민성교육, 민주시민교육은 극히 미미하게만 시행이 되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그리고 공식 민주시민교육은 중앙선관위의 선거교육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 선관위에서 한 민주시민교육은 어떤 것인가.
"중앙선관위 시민교육은 선거참여 독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표현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을 완전히 왜곡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면 우리는 4년에 한번만 민주주의를 체감하게 된다. 일상에서 생활정치, 생활민주주의가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의견을 분출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가고 광장으로 나가서 촛불을 들어야 했다."

"민주시민교육은 풀뿌리 공론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창립총회 지난 4월 22일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창립총회를 열었다. 오세욱 상임대표는 "네트워크가 지역에서 풀뿌리 공론장을 만드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윤미

  

- 의견을 내놓을 출구가 너무 없다.
"그렇다. 피켓 항위시위나 민원호소. 이것 밖에 통로가 없다. 민주주의라면 여러 의견들이 날마다 여기저기에서 자연스럽게 토론이 되고 합의되고 합의된 내용이 전해지고, 그 의견에 동의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과정 아닌가. 공론장의 형성, 이것이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이다. 지금은 생계를 접고 광장으로 쫓아나가거나 항의시위하고 싸워야 하고 민원으로 호소해야 한다.

건강한 공론장 형성에 언론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 그런데 정치인과 언론과 소수가 공론장을 독점하고 있는 게 아닌가. 민주시민교육은 토론과 합의의 일상화를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나타나는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갈지 역량을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키워가는 과정이다."

-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가 앞으로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우선 회원 워크숍을 예정하고 있다. 이 워크숍을 통해 지역과 학교에서 실행가능한 비전과 액션플랜을 구성하려고 한다. 또한 정기적인 공개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포럼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의 이해를 확산하고, 학교, 도서관, 마을자치, 세계시민, 시민사회 등 화성의 각 부문별로 구체적 실행가능한 논의를 지속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강사를 양성하는 활동도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 강사를 양성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공론장을 구성하고 진행하며 갈등을 다루고 전환하는데 기여하는 전문 인력풀을 갖추는 것도 목표로 한다. 학교밖청소년의 노동계약서 작성이나 인권보호 등의 교육도 네트워크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하고 마련해야할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을 담론화하고 공론장 형성에 앞장서는 역할을 기대해도 되는가.
"네트워크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18세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 전에, 스스로 투표권을 받는 것에 대해 말하는 당사자의 장이 먼저 있어야 했다. 네트워크는 그런 장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그물코 평화연구소는 2014년 청소년방과후 대안학교 그물코학교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단체다. 평화교육, 청소년 대안교육, 민주시민교육을 연구 실천하는 풀뿌리 시민단체다."
덧붙이는 글 화성시민이 만들어가는 지역풀뿌리언론, 화성시민신문에도 실었습니다.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화성시그물코평화연구소 #오세욱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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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에서 일합니다. 풀뿌리지역언론운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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