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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2516화

'인간 CCTV'가 된 교사들... 숨쉬기 시간까지 따로 정해

[르포] 초등학교 1·2학년 등교수업 현장... "교실 안이 제일 안전해"

등록 2020.06.02 16:28수정 2020.06.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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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끼고 수업 중인 1학년 학생의 모습. ⓒ 뉴스사천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아빠, 학교가 재미없어요. 오늘 하루 종일 공부만 했어요."

처음으로 가는 학교, 설레고 두근거려야 마땅한 일인데 어떻게 된 걸까.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교육부와 방역당국은 이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며 등교수업을 재개했다. 5월 20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첫 등교수업에 이어, 5월 27일부터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등교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등교수업 둘째 날인 28일 사천에 있는 삼성초등학교를 방문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게 된 초등학생들의 등교수업 풍경을 살펴봤다. 

삼성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46명인 비교적 큰 학교다. 등교를 먼저 시작한 1, 2학년 학생은 229명이다. 등교 첫날에는 10명의 학생이 가정학습을 신청했고, 4명의 학생은 일시적으로 몸이 좋지 않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코로나19 유사증상을 보이거나, 귀가조치 된 학생은 없었다. 

삼성초등학교 강진우 교장은 "2학년 학생들은 그래도 학교를 1년 정도 다닌 경험이 있는데, 1학년은 어제(5월 27일)가 3월 초나 마찬가지"라며 "학교도 처음 오고, 급식도 처음 먹고. 1학년은 원래 선생님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데, 코로나19로 방역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니까 교사들이 참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은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는 듯 보였다. 사진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중앙현관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교무실에 연결된 열화상 카메라 화면, 일시적 관찰실 모습. ⓒ 뉴스사천



학교 현장은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는 듯 보였다. 먼저, 학생들은 매일 집에서 자가 문진을 작성해 상태를 확인했다. 통학 차량을 이용하는 학생은 차량에 타기 전, 등교 시 학교 현관에서, 점심식사 전까지 모두 3번의 체온 확인을 했다. 도보로 등교하는 학생도 2번의 체온 확인을 거쳤다. 


삼성초는 중앙 현관과 서쪽 현관 2곳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학생들의 발열여부를 확인했다. 열화상 카메라 화면은 교무실에 설치된 노트북과 연결돼 출입하는 사람들의 체온이 모두 기록됐다. 또 37.5°가 넘으면 설치된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비접촉 측정방식의 오차를 고려해 체온이 높게 나오면 고막 체온계로 한 번 더 측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 학교에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다른 학생들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이동하기 좋은 동선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일시적 관찰실' 위치도 정했다.  
 

시험대형으로 최대한 거리를 띄운 채 앉아 수업을 듣고 있는 초등학생들. ⓒ 뉴스사천


강진우 교장은 "사실 가장 안전한 때는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수업할 때"라며 "선생님 눈에 보이고, 거리를 두고 앉아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중 제일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이 제일 안전하다면, 당초 가장 큰 우려이기도 했던 쉬는 시간은 어떻게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걸까.

삼성초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교사들이 '인간 CCTV'가 되는 방법을 택했다. 교사들은 8시부터 학교에 출근해, 학생들이 등교하고 하교할 때까지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담임선생님 혼자 모든 아이들을 감당하기엔 벅찬 상황이라, 아직 등교하지 않은 다른 학년 교사들이 힘을 보탰다. 아이들이 거리유지를 하기 어려운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의 경우 교사들이 당번을 정해 아이들을 지도했다. 전 학년이 등교 하게 되는 6월 8일부터는 운동장, 복도 등 정해진 장소에서 아이들을 지도한다. 최대한 자투리 시간에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차현수 교사는 "좀 가혹할 수도 있는데, 담임선생님들도 최대한 교실을 안 비우고 아이들과 함께 있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화장실도 최대한 아이들 하교하면 가는 편이구요.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정말 애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5월 28일 오전 삼성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 ⓒ 뉴스사천


1학년 교실로 들어서자, 교사와 학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하고 있었다. 교과진도는 온라인 수업을 한 부분에서 이어졌다. 실험, 실습이 필요한 과목은 교과과정을 재구성해 이론 위주의 수업을 먼저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등교 첫날 수업을 한 교사들은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서 있었더니 숨도 차고, 소리 내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이에 삼성초는 이를 보완하고자 우선 1, 2학년 교사들 먼저 마이크를 구입해 수업을 하고 있었다.  

1학년 담임을 맡은 이지원 교사에게 등교 수업의 고충을 묻자 "교실에 손 씻는 세면대가 있어도, 아이들에게 손을 씻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몰리게 된다"며 "사소한 모든 부분까지 거리유지를 신경 쓰면서 운영하다 보니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 교사는 등교수업을 하며 직접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학습에 대해 빠르게 피드백 할 수 있는 부분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 교사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온라인 수업으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등교수업은 아이들과 바로 소통이 가능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숨쉬기 시간'이었다. 이 시간은 반별로 운동장에 나가 거리를 충분히 확보한 뒤 5~10분 정도 마스크를 벗고 숨 쉬는 시간이다.    

'숨쉬기 시간'은 학생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짧은 '힐링'이 됐다. 
 

급식소 바닥에 붙여진 스티커에 맞춰 거리를 유지한 채 줄서있는 초등학생들. ⓒ 뉴스사천


삼성초는 급식시간도 학년별로 시차를 두고 운영하고 있었다. 3교시 끝나고 한 학년이 점심을 먹고, 4교시 끝나고 또 한 학년, 5교시 끝나고 또 다른 학년이 식사를 하는 식이다. 288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급식소에는 4분의 1인 72명이 식사를 하도록 했다.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은 대신, 학생들이 한 방향으로만 띄어 앉아 접촉을 최소화했다. 

점심을 다 먹은 한 1학년 학생에게 등교한 소감을 묻자 "학교 나오니까 좋아요. 근데 마스크를 계속 써야해서 갑갑해요"라며 해맑게 말했다.  

한편, 삼성초등학교는 전 학년이 등교하게 되는 6월 8일부터 1·2·4학년, 3·5·6학년으로 학생들을 나눠 격주제 등교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진우 교장은 "학교에서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인지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계속해서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여러 가지 부분을 수정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방향으로 앉아 점심을 먹고 있고 있는 초등학생들. ⓒ 뉴스사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코로나 #등교 #수업 #학교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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