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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로 34년 만에 찾은 친부.... 재판 이겨야 볼 수 있다니

[인터뷰] 미국 입양인 강미숙씨는 왜 친부를 상대로 소송하나

등록 2020.06.03 08:28수정 2020.06.0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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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강미숙 ⓒ 강미숙


강미숙씨는 1983년 11월 18일 충북 괴산의 장터주차장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이름 강미숙과 나이 2살을 말할 정도로 영리했으며 빨간색 실크상의와 몸에 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후 그는 충북 제천의 희망보육원으로 보내졌다가 1984년 9월 4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 백인가정으로 입양 보내졌다.

양부모는 그를 미국인으로 키우기 위해 한국에 대한 언급이나 접촉을 자제했고 그도 모국에 대해 잊어갔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기를 버린 모국인 한국이 미웠다.

그렇게 30여 년 동안 친부모에 대한 미움을 갖고 그는 몇 년 전 네덜란드 남성과 결혼해 지금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남편과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는 자기를 버린 모국에 대한 마음을 돌리게 됐다. "세상에 자식을 버리고 싶어 버리는 부모가 어디 있나, 어쩔 수 없어서 그러셨겠지" 하는 깨달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30여 년 전 자신이 해외입양 보내진 과거가 궁금했다. 그는 자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또 어떻게 해서 친부모와 이별하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너무나 알고 싶었다.

그런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입양 보내진 지 34년 만인 지난 2017년 3월, 그는 무작정 모국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친부모를 찾고 자기를 입양 보낸 나라의 모습을 보기 위해 자신이 34년 전 발견된 충북 괴산의 그 장터를 방문했다.

그는 장터 주변을 돌며 자신이 해외입양 보내진 사연과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만들어 행인들에게 뿌렸다. 또 주변 노인정을 방문해 동네 어르신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 했고 친부모를 수소문했다. 그러나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다 그는 얼마 전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부로 거의 확실하게 여겨지는 사람을 찾았다. 지난 5월 29일 서울가정법원에서, 그의 친부로 여겨지는 오아무개씨에 대한 친생자관계 존재에 관한 인지청구소송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날 재판에서는 오는 6월 12일 결심공판을 열 것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그는 코로나19로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두 사람 사이의 유전자검사 결과는 99.9%. 강미숙씨와 오아무개씨는 딸과 친부로 나왔다. 오는 6월 12일 결심공판이 어떤 형태로 진행이 되든지, 이미 행해진 유전자검사 결과에 따라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는 판결로 나올 것 같다.
 
여전히 만날 수 없다

 

입양 보내지기 전 ⓒ 강미숙


강씨는 그동안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친부모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했다. 지난 세월 동안 타향에서 여러 가지 말 못할 어려움을 무릅쓰고 살던 중 최근 유전자검사 결과가 일치해서 친부의 존재를 찾았고 결국 소송에까지 이르렀다.


그는 친부를 통해 친모를 찾고 싶어 하는 간절한 소원이 있는데, 그 소원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강씨도 많은 다른 입양인처럼 조작된 고아호적을 통해 해외입양 보내졌기 때문에 친가족을 찾을 수 있는 자료가 없다.

한 사람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고비, 그 출발선에 대한 국가책임의 유기로 인해 그는 지금까지 분투하고 있다. 한 아동이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당연히 그리고 마땅히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의 출생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출생에 대한 무책임한 법과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는 6월 12일 열리는 결심공판에서 강씨가 승소하면(강씨 변호사는 유전자검사 결과가 99% 이상 일치하기 때문에 99% 이상 승소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의 정체성의 권리(right to identity)에 대한 인정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강씨의 재판은 향후 굉장히 중요하고 많은 것을 함의하는 판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의 포기하지 않는 정체성 추구는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해외입양인들의 인권옹호단체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12일 열릴 강미숙씨 결심공판의 의미를 이렇게 부여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해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무한 보호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는 합의를 어느 정도 이끌어냈다. 이처럼, 입양인 정체성의 권리실현을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에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는, 즉 입양인 정체성의 권리실현을 위해 입양인들에게 개인정보보호법의 성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날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입양인이 친생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친생부모가 겪는 곤혹은 상담과 교육 등을 통해 수습할 일이어야 한다. 친생부모의 곤혹을 보호하기 위해 입양인 정체성의 권리를 유보시키는 한국의 법제는 개혁되어야 한다. 한 그룹(더 책임 있는)의 권리보호가 다른 그룹(희생자)의 권리를 빼앗아 지켜질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현재 강미숙씨 자녀들과 ⓒ 강미숙


필자 역시 다른 어떤 권리도 자녀가 부모를 만나는 데 우선 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런 면에서 입양인의 친생부모에 대한 추적권은 법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사생활이나 프라이버시를 자기 자녀에 대해 주장하는 부모는 너무나 무책임한 부모가 아니겠는가?

지난 2009년부터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강미숙씨는 현재 1남 1녀를 두고 있다. 그는 오는 12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리는 결심공판에서 승소해 친부를 만날 꿈을 갖고 있다. 다음은 지난 5월 27일부터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2019년 11월 18일 유전자결과가 99% 이상 일치하는 친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을 한 이유가 뭔가?
"현재 나는 친부 가능성이 99% 이상 있는 오아무개씨를 만나거나 이야기조차 할 수 없게 한국법으로 제약되어 있다. 그의 주위 분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결심공판에서 승소하면 나는 친부 주위 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부를 만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생긴다. 그러면 친부에게 친모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이고, 가능하다면 친모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나와 유전자가 99% 이상 일치하는 오아무개씨가 지금 나를 자의에 의해서 안 만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 못 만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한국의 개인정보법 때문에 친부라고 여겨지는 오아무개씨에 대한 정보에도 접근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승소해서 그가 친부라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받으면 나는 친부에 대한 연락처도 받을 수 있다. 이번 소송은 해외입양인이 한국 친부모에 대해 처음 제기하는 '친생자관계 존재에 관한 인지청구소송'으로 향후 다른 입양인에게도 좋은 판례가 될 것이다."

- 지금 현재 유전자가 99% 이상 일치하는 친부라고 여겨지는 오아무개씨에 대해 아는 정보는 있나?
"그분은 지금 85세이며 강남에 사신다. 그리고 지난 1986년, 내가 한국에서 고아원에 있을 때가 1984년이니까 그로부터 2년 후, 그분의 딸(이복언니로 추정)은 미국의 유명음대로 유학 갔다. 그런 상황을 봐서는 친부가 경제적 이유로 내 양육을 포기하지는 않으신 것 같다. 이복언니는 내가 친부와 접촉을 못하게 해서 아직 친부와 이야기 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전에 한국 방문 때 강남 친부의 집에서 그를 만났는데 내 얼굴을 보시더니 고개를 떨쳐버리셨다. 내가 한국어를 거의 못해서 친부가 내게 당시 이야기를 안 하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예고 없이 방문해서 이복언니가 친부에게 내가 누구인지 전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지금 내 변호사를 통해 이복언니와만 연락하고 있고 친부와의 연락은 공판에 승소하기 전까지는 못하게 되어 있다."

어떤 권리도 자녀가 부모를 만나는 데 우선 할 수 없다

- 미국 백인가정에서 해외입양인으로 살면서 가장 어려웠고 힘들었던 경험은?
"양부모는 좋은 분이었다. 다만 양부모는 내 모국인 한국에 대해 전혀 언급을 안 하셨다. 나중에 양부모님이 그러셨다. 당시 나를 입양했을 때 입양기관이 나를 미국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한국에 대해 전혀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내게 좋다고 조언을 해서 그렇게 조언을 따랐다고. 그 결과 나는 35세까지는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내 정체성과 친부모를 찾게 된 것은 불과 3년 반 전부터였다. 그 전에는 주위에서도 빈국 한국에서 내가 부국 미국으로 입양 보내지게 된 것을 축복으로 알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2살 때 내 뿌리와 문화가 잘려서 이방으로 해외입양 된 것에 대해서도 감히 슬퍼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 미국 입양가족은 어떤 분들이었나?
"백인부모와 자매, 친척들은 모두 내게 잘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다르게 취급을 받았다. 특히 입양가족과 외모가 전혀 다른 나는 10대 때 너무 힘들었다."
 

현재 강미숙씨 가족 ⓒ 강미숙


- 2019년 1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한국의 사촌을 찾았는데 그 후 어떻게 친부를 찾았나?
"2019년 1월 MyHeritage라는 유전자자료은행 사이트를 통해서 한국에 있는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촌/조카를 찾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해서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알고 싶어서 4개월 동안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결과 그의 할아버지가 유전자검사 결과 나의 친부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태어났을 때 친부가 47세여서 아마 혼외정사로 내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갑자기 한국에서 모든 연락이 끊어졌다. 그러나 그 전 4개월 동안 주고받은 정보 때문에 지금 친부가 강남에 살고 85세인 것 등을 알게 된 것이다."

- 그럼 지금 친부와는 연락이 전혀 안 되는 것인가?
"2019년 한국에 있는 이복언니를 방문해 친부를 만나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내가 떠나지 않자 경찰을 불렀고, 나는 현장을 떠나야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친부가 나를 만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못하는 것인지 전혀 모른다. 이복언니에 따르면 친부는 지금 약간 치매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복언니 아들은 내게 이메일로 친부는 전혀 치매기가 없고 관절염과 청력만 좀 문제가 있지만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고 했다. 내가 변호사를 통해 편지를 주며 친부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자 이복언니가 내 변호사에게도 친부가 치매기가 있다며 내 편지를 친부에게 전달 안 했다."

- 이복언니는 친부와 함께 당신의 변호사는 만날 것이지만 당신은 안 만나겠다고 했다는데, 그 이유는?
"이유는 나도 모른다. 이복언니는 나에게 그저 화를 낸다. 친부의 가족도 뜻하지 않은 나의 등장으로 인해 충격과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친부를 통해 친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지만 지금 친부에게 접근이 일절 안 된다. 나는 친모에 대한 정보만 알려주면 다시는 연락을 안 하겠다고 사정, 요청, 약속했지만 이복언니는 모두 거절했다. 이복언니는 아마 내가 친부의 유산을 요구할까봐 나를 배척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친부를 통해 친모에 대해 알고 싶을 뿐이지 친부의 재산에는 관심이 없다."

- 오는 6월 12일 한국가정법원에서 결심공판이 열리는데, 그 후 계획은?
"그날 이복언니가 친부와 함께 내 변호사를 만나서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겠다니 그대로 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내 변호사가 친부에게 나를 만날 의향이 있는지 여부와 내 친모에 대한 정보를 물어 볼 계획이다."

-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해외입양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은?
"한국 정부가 해외입양인이 친부모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헤아려주고, 해외입양인이 친부모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본권 차원에서 정책과 법을 제정해 주었으면 한다. 인간이 자기 부모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입양인들이 친부모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진실과 용서가 있으면 비밀과 수치심은 상쇄된다. 이번 판결이 한국 정부가 향후 입양인의 친부모찾기를 기본권으로 하는 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좋은 판례가 되길 기대한다."

- 끝으로 친부모님을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은?
"34년 전 저를 충북 괴산 장터 주차장에 버리고 제가 낮선 곳에서 살도록 그냥 내버려둔 부모님이지만, 저는 그런 부모님을 이제 모두 용서합니다. 저는 부모님을 그냥 무조건 사랑할 뿐입니다. 그래서 너무 부모님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엄마, 아빠!"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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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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