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꿈꾸며

책 '살아야겠다'를 읽고

등록 2020.06.01 10:14수정 2020.06.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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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을 줄여서 메르스라고 부른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견되었다. 2015년 5월 한국에 메르스 1번 환자 확진을 시작으로 186명의 환자가 감염되었다. 그 중 사망자는 38명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전라북도에도 3명의 확진자가 있었고 그 중 2명은 사망했다. 치사율이 60%를 웃도는 수치를 찾아보고도 나는 2015년에 메르스로 인해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없다. 그저 손을 좀 더 자주 씻고, 퇴근하고 반드시 샤워를 하고나서 아이들을 안았던 기억만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2020년, 내가 메르스에 관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책 <살아야겠다>를 읽어서였다. 장담컨대 내가 이 책이 발행된 2018년에 바로 읽었다면 지금과 같은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책은 한 병원을 무대로 시작한다. 첫 확진자를 쉬쉬하며 숨기고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김석주, 길동화, 이첫꽃송이는 같은 시간에 F병원 응급실에 있었다. 악성 림프종의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김석주, 아픈 동생을 응급실에 데리고 온 길동화, 종합병원에서 마지막 치료를 해보고자 응급실을 찾은 이첫꽃송이. 이들은 자신들에게 닥칠 위험, 앞날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간다. 한밤중에, 주말 동안 참을 수 없이 심하게 아프면 응급실로 향한다. 하지만 병원에 가면서 '더 심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겠지'라는 우려를 하면서 가지는 않는다.

이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결국 사망에 이른 이첫꽃송이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친척들, 산악회 회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하룻밤이면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

2020년 현재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다. 정부의 노력으로 초기에 잘 진압되는 줄 알았지만, 대구의 신천지 확진자들, 이태원 클럽 확진자들로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재난 문자를 통해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되고, 생활 속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국민이 노력한다.

그래도 나는 불안한다. 우리는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다른 나라에 갈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승용차, 버스, 기차로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이 편리함이 공포의 무기로 다가온다. 내 옆을 스치는 이 사람이 불과 몇 시간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물론 2015년 메르스와 2020년 코로나19의 방역 체계는 현저히 다르다. 책의 내용이 안타까워지는 이유가 이 점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또 감염 여부를 인지하지 못한 채 주변의 지인들을 감염시킨다. 주인공도 지인들도 책 속의 모든 사람이 피해자이다.

길동화와 이첫꽃송이는 결국 완치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메르스 치료를 끝내야만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김석주는 결국 사망한다. 그의 마지막은 너무나 처참하다.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음성판정을 받을 때도 김석주는 음성 판정을 받지 못한다. 김석주는 소설 속에만 있는 허구의 인물이 아니었다.

김석주의 마지막을 너무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보고나서 나는 '메르스 마지막 환자'에 대해 찾아보았다. 실제 인물이었다. 책 속의 김석주와 똑같은 병에,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80번째 확진자였던 그는 사망자를 제외한 나머지 확진자들이 음성 판정을 받을 때 여전히 '음압병실'에 격리되어 있었다. 지구상에 자신만 있다는 처참한 기분으로.

그동안 나는 확진자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음압 병실'에 대한 정보, 치료 과정, 바이러스 덩어리로 '낙인'되는 확진자들의 심경, 완치 후에도 일상에 복귀하지 못하는 그들을 나는 비로소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김석주가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고 집에 며칠 동안 있을 때, 이렇게 말한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야. 당신은 제약 회사로 우람이는 어린이집으로 그리고 나는 치과 병원으로!"

김석주의 아내 영아는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란 노랫말을 떠올린다. 잔잔한 멜로디가 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책 속의 주인공들과 현실의 우리가 다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제자리로 돌아가 그 일상을 지켜내는 일이 힘든 일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 (brunch.co.kr/@sesilia11)에도 실립니다.

살아야겠다

김탁환 (지은이),
북스피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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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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