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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은 왜 작심하고 통일부를 비판했나

[이슈] 임종석 "한미워킹그룹서 통일부 빠져야"... 전문가들, 대체로 '공감'

등록 2020.05.22 17:22수정 2020.05.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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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정은 첫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4월 27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남측에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는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2018년 북미 비핵화협상이 진행될 때 남측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부에 일침을 가했다. 한미워킹그룹 논의에 통일부가 빠져야 남북관계 주무부처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1일 공개된 <창작과 비평> 2020년 여름호 대담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과 충분히 소통하되 일부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도 일을 만들고 밀고 가려 하실 것"이라면서 "정부가 유엔제재를 적극 해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일부 등 관계 부처가 미국 눈치를 보기보다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미워킹그룹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남북관계와 남북협력, 이에 따른 대북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2018년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회의를 가진 뒤 정례적으로 회의가 열려왔다.

통일부는 임 전 실장의 주장을 '개인의 의견'으로 일축했다. 22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개인의 주장에 대해 평가하지 않겠다"라면서도 "한미워킹그룹에서는 한미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 국한된 사안마저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되며 미국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막고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상황에서 통일부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워킹그룹에서 통일부가 빠지고, 제재 국면을 헤쳐가야 한다는 임 전 실장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대응으로 실시한 5.24 조치의 실효성이 없는 만큼 정부가 새로운 조치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워킹그룹은 통일부에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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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세부일정 발표하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2018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018년 4월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다음날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 세부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임종석 전 실장은 4.27 정상회담에 배석한 두 명 중 한 명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필두로 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박 3일 방남했을 때도 임 전 실장이 북한 대표단을 맞이했다.

남북관계의 중요한 시기를 곁에서 지켜본 임 전 실장은 21일 공개된 대담 인터뷰에서 "북미간에 (대화가) 안 풀릴 때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임 전 실장은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처럼 제재를 너무 방어적으로 해석해서는 절대로 남쪽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라며 대북제재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일 5.24 조치가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통일부의 발표에서 한 발 나아간 주장이다. 이어 "대북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한다는 취지로 운영하는 워킹그룹에서 통일부가 빠져야 한다, (워킹그룹은) 통일부에 독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압박을 이겨냈던 과정을 밝히며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비건 대표가 '오케이' 하기 전까지는 (남북소통을) '올스톱' 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건의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통령이 연락사무소 설치와 군사 합의에 관한 남북간 합의 사항을 밀고 갔다"라고 밝혔다.

곧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에 복귀하는 임 전 실장은 "미국에서 우리로 치면 국장급(이나) 실장급이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부서 전체가 아무런 결정도 못 하는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더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라고 정부 부처의 태도를 꼬집었다.

"새로운 조치로 5.24 조치 무력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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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비핵화 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전문가들은 통일부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하는 임 전 실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워킹그룹의 틀 안에서 남북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추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통일부가 남북미의 관계를 조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미워킹그룹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임종석 전 실장의 주장은 남북교류협력으로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통일부는 남북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부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미국이 이야기하는 대로 북한에 제재를 가하며 압박만 제재 때문에 북한이 변한 건 없다, 워킹그룹에 목매지 말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역시 한미 워킹그룹의 역할에 의구심을 표했다. 진 교수는 "워킹 그룹은 (남북관계의)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협의체가 아니라 일을 못 하게 하는 곳이 됐다"라면서 "통일부가 워킹그룹 안에서 남북관계를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워킹그룹에 남아 있는 게 남북교류·협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짚었다.

남북 교류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통일부가 '소극적 태도'였던 과거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제재국면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통일부는 방북·접촉승인, 물자 반출승인 등만 처리하는 부처가 아니다"라면서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안정적으로 남북이 할 수 있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이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5.24 조치도 마찬가지다, 이는 지난 정부의 조치일 뿐 실효성이 없다"라면서 "통일부가 기존 조치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조치를 만들어서 과거 정부가 만들어놓은 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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