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참사로 확인된 '구조맹'의 사회, 이젠 깨트려야

인간보다 이윤이 중시되는 구조가 유지되면 사고는 반복된다

등록 2020.05.11 18:55수정 2020.05.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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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천 화재참사는 노동의 문제이다. 소방관 출신인 더불어 민주당 21대 국회 오영환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천 화재 참사의 원인은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논리가 우선되어 발생한 노동의 문제"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의 작업구조는 원청·하청·재하청회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원청기업은 하청기업에 작업을 주고, 하청기업은 원가절감, 수익 보장을 위해 저가 입찰로 수주를 따내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하청기업의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의 안전은 고려받지 못한다. 수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이 담보잡히지만, 책임의 주체는 모호해진다.

작업환경은 개선되지 못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의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천 화재 참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알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참사 당시 노동자들은 작업하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안전사고 발생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작업도구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지 못한 채 작업을 진행했고, 작업현장에 대한 무지는, 인명피해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노조조직률을 낮고, 생명안전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채용하지 않거나 해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장하고, 기존 산업법의 의미있는 조항들을 형식에서 벗어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해야 한다.

고 김용군 군의 사고 이후로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일부 법령이 개선된 것은 분명한 성과이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사망사고의 주원인인 다단계 하도급 방식을 금지하거나 승인제로 개정했지만, 고 김용균 군의 사고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하청노동자의 업무는 금지나 승인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기업 처벌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 현행 산업법에도 처벌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만, 처벌 하한형이 빠졌고, 원청까지 거슬러 처벌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의 기업살인법, 캐나다의 형사책임법, 그리고 호주 캔버라주의 기업책임자 처벌법을 참고삼아, 기존의 법을 제정해야 한다. 기업들로 하여금 사람의 생명을 담보삼아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게끔, 강력한 처벌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주무기관인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으로 현행 법안의 개정을 주도해야 한다.

이천 화재 참사 외에도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수는 매년 증가한다.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산재 사망률은 최상위권이다. 구조맹의 사회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인간보다 이윤이 중시되는 구조가 유지되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권리는 보장하고, 사람의 목숨값이 벌금과 비교되는 규정, 사회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과 학생,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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