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중심이 아니라 당신중심의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인터뷰] 4.15 총선 최연소 도전자 신민주 기본소득당 후보

등록 2020.04.27 10:27수정 2020.04.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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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알바 노동자, 실업자, 그리고 일을 할 수 없는 여러 시민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이를 위해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외치며 총선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최연소 도전자였다. 은평주민은 그에게 2600표라는 성적표를 건넸다. 선거운동 기간 중 벽보 훼손사건, n번방 관련사건 등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선거운동 기간 중에 시민들로부터 많은 힘을 얻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은평시민신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기본소득당 신민주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총선을 마친 소감이 어떤지? 
"선거 과정이 무척 재밌고 좋았다. 저를 지지해 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 분들과 다시 어떻게 만나고 관계를 쌓아 나갈지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 

- 직계 존비속만 명함을 교부할 수 있다는 현행 선거법이 문제라는 지적을 했다. 
"선거법에 명함배포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제가 연신내에서 명함을 배포하고 있을 때 저희 직계존비속은 구파발에서 배포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 직계존비속은 선거운동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위 '정상가족'중심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후보자 재산신고를 할 때도 결혼한 아들의 재산은 신고대상이지만 결혼한 딸은 신고대상이 아니다. 제일 이상한 점은 만약 선거결과에서 동수표가 나오면 나이 많은 사람이 당선된다는 조항이 있다. 확률은 적지만 왜 그런지 의문이 든다." 

- 다른 후보가 내세운 '어머니 은평' 프레임에 대한 비판도 했다. 
"왜 여성은 가족의 이름으로만 불리는가?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여성이 누구의 딸, 아내,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불편하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포용적인 이미지를 만들 때 주로 쓰고 가족을 위한 희생은 당연한 것 혹은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된다. 

'어머니 은평'이라는 슬로건을 보면서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 딸이 아닌 내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 '어머니 은평'이라는 말에 담을 수 없는, 대변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 선거 중에 벽보 훼손 사건이 있었다. 
"4월 7일, 4월 15일 두 번 있었다.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모르겠다. 뉴스로만 보던 벽보 훼손 사건이 나에게도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처음 벽보훼손 얘기를 전화로 들었을 때는 실수로 훼손했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칼로 훼손되어 있었다. 두 번째도 너무 악의적으로 찢어버린 거라 기분도 안 좋았지만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벽보를 훼손한 사람이 어딘가에는 살고 있을 거고 이 사람이 실제 나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4월 7일에 발생했던 벽보 테러 사건 ⓒ 신민주 ⓒ 은평시민신문


- 선거 과정을 돌아보자면? 
"보통은 후보자 벽보가 훼손되거나 다른 후보자와 시비가 붙는 일이 많지 않은데 저는 두 가지 일이 다 일어났다. 그래서 우울한 선거를 했다고 알려졌지만 저는 선거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달빛행진이라고 로데오거리를 돌면서 n번방 사건에 대해 알리기도 하고 라디오처럼 생중계로 사연을 읽는 방송도 하는 등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 이번 선거를 통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인지?
"가족중심이 아니라 당신중심의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서 건강보험 문제도 얘기하고 싶었다. 건강보험 문제는 생리용품이나 자궁경부암 주사나 인공임신중지 같은 것들이 건강보험에서는 빠져있는데, 이런 걸 적용하면 생리용품도 굉장히 싸지고 개인의 상태에 맞춰 선택할 수도 있고 안전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이 꼭 필요한 거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가족 중심이 아니라 당신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라는 슬로건과 같은 맥락이다. 가족 여부를 묻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나 복지 통계 제도에 대한 이야기, 임신 출산 육아만 있는 여성 정책을 오히려 여성의 삶에 진짜 뭐가 필요한지, 안전, 건강, 환경, 일과 휴식 등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나 기본소득 60만원에 대한 이야기 등. 가족보다는 당신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n번방 문제는 예비선거 기간부터 얘기했는데 이렇게 사회의 큰 화두가 될 줄은 몰랐다. 디지털 성폭력은 한 번 유포되면 막는 것이 힘들고 엄청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난 이후에야 해결하기 급급하다. 유포된 다음에 처벌하는 게 아니라 유포를 안 시키기 위한 강력처벌이 필요하다."
 

신민주 후보의 달빛 행진 선거운동 (사진 제공 : 신민주 선거캠프) ⓒ 은평시민신문


- 신민주를 응원한 2600명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꽤 긴 시간 유세차에서 이야기를 하고 내려왔는데 어떤 분이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나오는 게 너무 좋다고 얘기하면서 펑펑 우시더라. 열심히 힘내서 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선거 운동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 사람에겐 단 한 번도 나를 대변해주는 정치인이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분뿐만 아니라 편지 써주는 분들, 감사하다, 힘내세요 라며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분들 덕분에 힘든 순간들을 잘 넘길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신민주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선거 전에는 적대의 개념으로 정치를 이해했는데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더 할 말이 많아졌다. 선거 이후에는 '여성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말보다 '누군가에게 대변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게 나의 임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 그 토대를 만드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여성 대표성의 문제든 청년 대표성의 문제든 늘 누군가가 대변하겠다고 하지만 제대로 대변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 당분간 과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선거 기간 중에 여러분들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말 대신 여러분과 함께 바꿔나가겠다는 말을 더 많이 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기본소득당 운동과 페미니즘 활동을 하려고 한다. 은평에서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을 만나면서 활동을 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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