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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시장 '인간적으론' 안쓰럽지만... 대구는 여전히 빈손

선거 후에 '선별적으로' 긴급생계지원 한다는 대구시, 그게 일을 더 어렵게 한다

등록 2020.03.27 20:16수정 2020.03.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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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21일 오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무원이나 의료계 종사자들이 벌써 한 달 이상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는 확진자가 많은 만큼 그들의 피로도도 상당하다. 또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대구지역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

매일 브리핑에 나선 권영진 시장도 인간적으로는 안쓰러웠다. "대구에 지원을 해 달라고 홍남기 부총리와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말을 할 때는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대구 시민들은 여전히 빈손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거나 준비 중이라는 뉴스로 눈과 귀가 따가운데도 말이다. '대구 힘내라'고 성금을 기탁해주신 분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 국민에게 상당액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때는 그들 정부가 바보라서가 아니다. 일의 시급성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에게도 그렇지만 자치단체나 정부에서 하는 공적인 일은 가장 중요한 게 타이밍이다. 식물도 제때 물을 주지 않으면 고사해 버린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게 생활고'라는 이곳저곳의 아우성은 절박하다.

'선별지급'의 어려움

지금은 학교급식이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무료지만,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무상급식이 결정되었을 때에도 대구는 여전히 유상이었다. '공짜밥' 대신 선별복지를 구현한다면서 어려운 가정환경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했다.

그래서 그 시절 대구 교사들은 타시도에서 하지 않는 업무까지 해야만 했다. 학생들 몰래 무료급식 대상자를 알아내어 명단을 제출하는 것이다. 자신의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공부 못하는 것보다 더 드러내기 싫어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작업은 '쉬쉬'하면서 진행되어야 했다.

급식비가 몇 달치씩 밀리면 독촉장도 담임 선생님 손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007 첩보작전처럼 학생들을 불러서 은밀히 전달해야 하나? 아니면 쿨 한 척 덤덤하게 줘야 하나?' 이런 류의 중간 심부름은 언제나 담임 노릇을 곤혹스럽게 했다.

대구 교육청에서 교육복지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2012년에 나는 중학교 교사로서 그 업무를 담당했다. 복지사업 공문에는 항상 이런 어구가 있었다. '복지 대상 학생들에게 낙인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할 것.' 교육복지사도 배치되지 않는 학교에서, 대상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지금 권영진 시장도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선별 지원'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가뜩이나 과로에 시달리는 대구 공무원들이 '병아리 감별사'처럼 코로나 피해 대상을 선별하고 피해액을 산정해야 한다. 지원 대상에서 빠져서 창구에서 거칠게 항의하는 시민들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권영진 시장은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을 염려하여 선거가 끝난 후 긴급재난자금을 풀겠다고 한다. 급히 수혈해야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교통사고 환자에게 기다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구 시장이 현 상태에 무감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체 시민이 '긴급재난 지원' 받아야 한다  
 

코로나19방역마스크 동장이 집으로 가져가 준 마스크 ⓒ 박영숙

  
어릴 때 다가구 주택에서 셋방살이를 할 때 마당에 있는 공동 펌프를 썼던 시기가 있었다. 양동이에 든 물을 한 바가지 넣어야 펌프에서 물이 나온다. 이것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전체 시민들에게 지급되는 생활자금은 대구시와 대구시민을 살리기 위한 마중물이다. 마중물이 있어야만 대구 경제 전체에 활력이 생긴다. 지역사랑쿠폰을 지급하면 다른 지역으로 돈이 나갈 일도 없다. 통장이나 인터넷 쇼핑몰로 돈이 샐 일도 없다.  
나는 사실 코로나19로 입은 피해가 없기 때문에 이 돈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급한 사람들에게 빨리 지급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고, 대상 선별에 걸리는 시간과 선별 과정에서 생기는 누락자 방지를 우려해서 전체 시민에게 지급할 것을 주장한다.

하루라도 빨리 대구시에서 시민에게 주는 긴급재난자금을 받아서 내 고향 대구를 위해 쓰고 싶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동장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받아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더 늦기 전에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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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 구급차로 옮겨지는 권영진 대구시장 26일 대구시의회에서 임시회를 마치고 실신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119구급대원에 의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뉴스

 
덧붙이는 글 대구에서 긴급재난자금이 선거 이후로 지급이 연기된다는 뉴스를 보고 재난자금 투입의 시급성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썼습니다. 대구시 관계자들이 잘 헤아려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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