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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숫자 빙산의 일각, 메르스 확진폭 훨씬 넘어"

[스팟인터뷰]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선제적 치료 필요"

등록 2020.02.22 21:13수정 2020.02.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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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유성호

"날아온 화살에 어깨를 맞고 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쐈는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때 필요한 건 오직 환자를 위한 발 빠른 치료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말이다.

22일 오후 8시 현재 국내 확진자 수는 총 433명이다. 특히 22일 하루에만 229명이 늘어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2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환자가 87명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앞서 오전에는 전날 오후 4시 대비 142명이 늘어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 대해 "정부가 지역 사회 감염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이라며 "대구·경북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상 더는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 나온 확진자 숫자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김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때 두 달 만에 확진자가 186명이 나왔다, 확진자만 봤을 때 코로나19가 메르스 때 증가폭을 훨씬 넘어선 셈"이라면서 "지금 보건당국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바꿨던 신종플루 당시 대처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염병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2003년 사스 때 정부 자문 위원을, 2015년 메르스 때 메르스 즉각 대응팀 공동팀장을 맡았다. 이밖에 2009년 신종플루, 에볼라, AI(조류인플루엔자) 등의 감염병 현장에서 활동하며 국내 신종 전염병 감염의 이론 토대를 마련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주요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지금 나온 숫자,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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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보건소 엠뷸런스로 후송된 확진 의심환자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후송되어 검사절차를 마치고 응급실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 하루 만에 총 22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데 실패한 거다. 최근 정부의 방역망 밖에서 환자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느슨했던 방역망을 틈타서 잠복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증상이 발현된 거다. 대구·경북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상, 더 이상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 나온 확진자 숫자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한다."

- 22일 오전, 정부는 지금 상황을 '초기 단계'라고 언급했다.
"지역사회 유행 초기 단계라고 말한 것 같은데, 이 발언 자체가 현실의 심각성을 인지 못 하고 있다는 거다. 상황 인식이 아직도 너무 낙관적이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을 늦게서야 인정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대구·경북만 잡으면 된다고 보는 듯하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 대구는 큰불이 난 거고, 다른 지역에서는 불똥이 떨어져서 퍼지고 있는 상황인 거다."

이날 오전 발표 당시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 진행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현 시기를 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이란 위험 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부터 감염 전파가 시작된 초기 단계라 판단한다"고 밝혔었다.

- 다른 감염병 사례 가운데,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이 정도까지 급증한 경우가 있었나?
"2015년 메르스 때, 두 달 만에 18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를 고려하지 않고 확진자만 봤을 때, 코로나19가 메르스의 확진 폭을 훨씬 넘어선 셈이다. 다음은 2009년 신종플루다. 신종플루는 5월, 6월까지만 해도 하루에 확진자가 얼마 안 나왔다. 그러다 9월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확진자가 하루에 100명, 200씩 나왔다.
10월은 정점이었다. 하루에 만 명 이상의 환자가 나왔다. 다만 그때 우리에겐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있었다. 그래서 기침만 나더라도 이 약을 처방하면서 대처했다. 폭발하는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으니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전략으로 바꾼 거다. 지금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때의 대처를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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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신종코로나감염증으로 인해 설치된 선별진료소가 증상 의심 환자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 ⓒ 이희훈

- 향후 코로나19 대응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이전까지는 역학조사로 확진자의 동선을 밝혀내는 것에 무게중심이 쏠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역사회에서 열나고 기침 나는 환자들을 선제적으로 치료하고 사망자 수 줄이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날아온 화살에 어깨를 맞고 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쐈는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때 필요한 건 오직 환자를 위한 발 빠른 치료다."

- 앞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의료공백이다. 기존에 있던 의료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떤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질병을 앓는 국민들 모두 안전하게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구의 병원과 보건소만 해도 잇따라 폐쇄되지 않았나. 이곳의 의료진 일부는 자가격리 대상에도 포함됐다.

만일 이런 상황에 심한 교통사고가 났거나, 심근경색을 앓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일이 커진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사람이 죽을 위험에 놓일 수도 있는 거다. 국민건강 시스템이 무너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병원의 상황도 우려된다. 지금 대학병원으로 의심 환자들이 모두 몰리다 보니 의료진 인력도, 보호장비도 다 동나는 상황이다. 보건소·중급병원·대학 상급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어야 이런 상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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