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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휴교할 이유 없다, 교육당국 비과학적"

[코로나19 전문가 인터뷰 ①]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

등록 2020.02.14 12:01수정 2020.02.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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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는 어떻게 될까. 국민들은 언제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코로나19 전문가 연쇄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첫 번째로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인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을 만났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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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대책위원장) ⓒ 권우성

    
그의 스마트폰은 연신 울려댔다. 계속해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기모란 교수에게 어떤 메시지인지 물었더니, 질병관리본부 즉각대응팀 단톡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예방의학·역학·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급한 메시지가 오가고 있었다.

기모란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아주 바쁜 사람 가운데 하나다.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으로서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 교수는 서울 마포구 집에서 각종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있는 충북 오송이나 그가 소속된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에 갈 여유가 없는 탓이다. 그런 가운데도 그는 지난 9일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초기 환자들의 역학적 특징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큰 교훈을 얻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도 있다는 것이 기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대표적으로 어린이집·유치원과 각종 학교의 휴교·휴업을 꼽았다. 그는 "교육 당국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기 교수 인터뷰는 1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오마이뉴스> 서교동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코로나19는 위험한가요?"

우선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19는 더욱 확산될까요?" 기 교수는 "앞으로 잦아들 것 같다"고 답했다.

"중국에서 춘절 연휴 이후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는데, 아직 그런 기미가 안 보인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면 주변 나라에서도 환자가 줄어들 것 같다. 또한 최근 동남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국내에 들어온 사람을 찾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그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는 사인은 보이지 않는다."


-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는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없나.
"아직까지 괜찮다. 지금까지 발생한 28명의 확진자가 어떻게 감염됐는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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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신종코로나감염증으로 인해 설치된 선별진료소가 증상 의심 환자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 ⓒ 이희훈

  
- 중국에서는 1000명을 웃도는 사망자가 나왔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망자가 없다. 도대체 코로나19는 얼마나 위험한가.
"처음엔 신종이니까 잘 몰랐다. 사람이 걸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종류는 여섯 가지다. 이 중 네 가지는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는 것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라는 변종이다. 사스와 메르스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켰다.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됐을 때 사스·메르스의 길을 갈지, 일반 감기의 길을 갈지 몰랐다. 특히 중국 우한에서 사망 보고가 많이 나와 사스·메르스의 길을 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우한만 치명률(치사율)이 심하고 중국 내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도 메르스에 비하면 증상이 너무 가볍다."

- 현재 확진자 가운데 가장 심한 증상은 무엇인가.
"몸살감기다. (퇴원한) 1번 환자의 경우 CT 촬영 때 폐렴기가 있었는데 항바이러스제를 썼다. 후유증 없이 잘 나았다. 메르스에 걸리면 폐렴을 심하게 앓고 폐 기능이 떨어지고 회복이 잘 안 됐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는 그런 증상이 별로 없고 회복이 잘되고 있다."

- 2015년 메르스 논문에서 기저질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치명률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나?
"확진자 가운데 검사를 안 했으면 (증상이 거의 없어) 모르고 지나갔을 사람들도 있었다. 건강한 사람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위중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 그렇다면 중국에서 1000명을 웃도는 사망자가 나온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나라 확진자 24명을 분석했더니, 연령 중간값은 42세다. 중국의 경우는 59세다. 연령이 높다는 것은 기저질환이 있다는 얘기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빠른 검사가 안 되어 치료가 늦어지고 병원에 갔어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 있었다."

"교육당국, 원칙 없이 대응중"

-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나 청소년들한테도 코로나19가 위험한가.
"바이러스마다 좋아하는 연령대가 있다. 홍역, 볼거리는 어린아이들이 걸린다. 그런데 A형 간염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증상이 별로 없고, 성인의 경우는 몸이 심하게 아프고 간이 망가지고 심하면 죽을 수 있다. 코로나19 중국 자료를 보니까 사망자는 거의 60대 이상이다. 어린아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린이집·유치원이나 학교 휴교·휴업은 큰 효과가 없는 것일까. 기 교수의 말이다.

"(교육 당국이) 메르스 때도 비과학적 대응했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어느 지역에서 비과학적으로 과하게 (대응)하면 도미노처럼 가는 거다. 누군가 '저긴 휴교·휴업을 했는데 우린 왜 안 하냐'고 한다. 우리 지역에서 휴교·휴업을 안 하려면 다른 지역이 잘못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결국 (우리 지역도) 휴교·휴업하는 것이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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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이) 메르스 때도 비과학적 대응했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 권우성

 
정말 휴교·휴업은 효과가 없는 것인지 재차 물었다.

"휴교·휴업이 감염병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는 이전부터 많은 수학적 모델링을 통한 검증이 있었다. 휴교·휴업이 효과가 있는 경우는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지역사회 확산 상황일 때, 공기 감염일 때다. 특히 유행 초기에 모든 학교가 전국에서 동시에 휴교·휴업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는 조건에 맞지 않는데도 휴교·휴업을 하고 있다."

고양시 감염병 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 교수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위원회는 지역 보건소장,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3번 환자가 일산을 다녀간 뒤 고양시 어린이집·유치원·학교·교육청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다. 휴교·휴업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할 필요 없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가운데 휴원한 곳도 있었다. 한두 명의 목소리 큰 사람들이 '(휴원을 하지 않아서) 코로나19에 걸리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대답할 수 없다. 문을 닫는 게 가장 쉽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말이 나오니, 다시 문을 연다. 다시 (3번 환자 지인) 28번 환자가 나오니 다시 문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원칙 없이 대응하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은 확진자 동선 반경 1km 이내 휴업조치를 내리고 있다.
"무슨 기준으로 1km인가."

- 그런 기준이 없나?
"당연히 없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소독하면 위험하지 않다. 공기 감염도 아니고 방사선 노출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1km 주변을 휴업하나. 그 아이디어 어디서 나왔는지... 완전 주먹구구다."

지난 12일 자유한국당은 코로나19 관련해 비상사태 종료 시까지 중국인과 중국 입국 외국인의 입국금지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 교수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위급한 상황을 설명하며 보건과 상관없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논의할 여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동남아에 다녀와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은 없는지, 그 사람을 통한 2~3차 감염은 없는지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재 검사 때문에 병원은 난리다. 방역복 입고 검체를 체취하고 검사대상자를 격리실로 보내야 한다.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부족한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만 해도 정신없는데,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전혀 효과가 없는 중국인 입국을 막자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나."
     
그날의 교훈...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교훈 많이 얻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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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10일 오후 서울 혜화동 서울대의대 기초연구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대국민성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홍윤철 대한예방의학회 기획위원장, 감신 대한예방의학회장,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 ⓒ 권우성

 
기모란 교수에게 5년 전 그날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메르스가 확산일로를 걷던 2015년 5월 말. 자정이 넘은 시각 폐쇄된 평택성모병원 사무실에서 10명 안팎의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감염병 전문가가 모였다. 이 병원에서 첫 번째 환자가 다른 환자들을 대거 감염시키는 2차 감염이 발생했다. 방역망이 뚫린 것이다. 정부는 총력을 다해 3차 감염을 막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평택성모병원이 폐쇄되면서 다른 병원으로 간 환자들을 추적했다. 기 교수 앞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4번 환자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는 전화 도중 탄식을 내뱉었다.

"삼성(서울병원)에 가 있다고요?"

전문가들은 절망에 빠졌다. 다른 환자들도 크고 작은 병원으로 간 것이 확인됐다. 이후 3차 감염자가 대거 발생했고, 대한민국은 불안에 빠졌다.

기 교수는 "초기 대응을 잘못한 게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 너무 충격이었다"라며 "정은경 현 질병관리본부장은 당시에 교훈을 많이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휴교·휴업 정책을 비롯한 감염병 정책 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답노트를 정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틀린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기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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