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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국경폐쇄, 제재에도..."북, 식량 사정은 괜찮을 것"

"국경 폐쇄 후 김정은과 북한 간부 비료 공장 찾은 건 식량 때문"... 가격과 생산량 안정적

등록 2020.02.07 17:01수정 2020.02.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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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한 북한 주민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자'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싣고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 뉴스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아래 신종 코로나)으로 북한의 2020년 시간표가 바뀌어 가는 형국이다. 북한은 지난 1월 31일부터 중국을 잇는 항공기와 열차 노선을 폐쇄했다. 3일부터는 북한과 러시아 간 여객 열차 운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등 중·러와의 국경을 모두 차단했다.

북한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오는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여하려 했다가 결국 불참을 통보한 것도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내부에 '여행 금지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치는 관광산업으로 대북제재를 버티려 했던 북한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재 예외였던 관광산업이 어려워져 외화벌이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중국·러시아와의 접경지역에서 이루어졌던 밀수가 불가능해 북한 경제가 타격받을 거라는 예측이다.

반면, 국경폐쇄가 북한 내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북한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큰 탈이 없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시장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곡물 생산량·가격 안정적...북, 고난의 행군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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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곡물가격 북한 주요시장 곡물가격 ⓒ 한국개발연구원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수준의 대북제재가 유지된다고 해도 '고난의 행군'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식량부족으로 대량 아사가 발생한 일을 뜻한다.

그러면서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가격은 안정적이었다. 2019년 북한의 농작물 상황을 봤을 때, (신종 코로나 등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올해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 1월호에 게재된 '2019년 북한 경제 평가 및 전망: 시장물가 및 시장환율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최 연구위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6년 역대 최고 수위의 제재 결의인 2270호를 채택한 이전과 이후의 북한 내 곡물 가격을 비교했다. 쌀과 옥수수는 북한 주민들의 주식인만큼 가격 변화를 통해 북한 내 물가 안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6년부터 주요한 수입원이던 광물 거래가 차단되는 등 민생 경제에 타격을 주는 대북제재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 안보리는 2331호를 통해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선을 정하며 추가 압박을 가했다.

최 연구위원은 "대북제재 강화 이전인 2016년 3분기까지 북한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가격은 국제 시세와 비례했으나 이후로는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됐다"라고 분석했다. 국제 시세와의 상관관계가 약화됐다는 건 제재의 영향과 상관없이 북한 내 물가가 유지되고 있다는 걸 뜻한다.

그는 농촌진흥청의 '2019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농촌진흥청은 매년 북한지역의 기상과 병충해 발생 및 비료수급 상황, 연구기관의 작황자료와 위성 영상 분석 결과 등을 종합·분석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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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2019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 한국개발연구원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생략된 식량작물은 총 464만 톤이다. 2018년도의 455만 톤에 비해 약 9만 톤(약2%)가량 증가한 결과다.

작물별 생산량은 쌀이 224만 톤으로 가장 많았다. 옥수수 152만 톤, 서류 57만 톤, 맥류(밀, 보리 등)15만 톤, 콩류·기타 잡곡 16만 톤 등이 뒤를 이었다. 옥수수는 2018년 생산량에 비해 약 2만 톤(1.3%)이 증가하고 감자 역시 3만 톤(5.6%)가 증가한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지난해 가을 수확량이 올해 먹거리에 영향을 주는데, (올해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정은와 북한 간부 비료 공장 찾은 건 식량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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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비료공장 건설현장 방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그는 또 '비료'가 북한의 식량수급에 영향을 준다고 짚었다. 비료 수급이 충분해야 양질의 식량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첫 현지지도로 찾은 곳은 평안남도 순천린(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이다. 이어 6일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은 김재룡 내각 총리를 시작으로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2월 3일)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5일)이 평안남도 순천시 소재 순천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로 북한으로 가는 모든 문이 차단된 상황에서 주민의 식량만큼은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로 북·중 무역이 단절된 상황이다. 북한이 비료수급을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면 식량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료품은 올해 기상 여건 악화 등의 문제만 없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대북제재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북한 내부 식량은 나름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2019년 북한의 대외무역 평가와 전망: 대북제재 효과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북한 내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해관총서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의 대중무역량은 급감했지만, "제재의 영향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같은 상황에 부닥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수입을 줄이고 '국산화 정책'을 펴는 김정은 정권이 생산재를 직접 조달할 수 있다면, 2020년에도 대북제재를 견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에도 북한은) 그럭저럭 궁핍하지만, 현재 상황을 유지해나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덧붙이는 글 참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 1월호
#북한 #시장물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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