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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에 맞선 정부의 몇 가지 잘못

[取중眞담] '수용지 변경 혼선'이 낳은 대립과 지역이기주의 논란

등록 2020.01.31 07:44수정 2020.01.3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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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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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 교민 수용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 한 주민이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이희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영증으로 인해 전 세계가 비상이다. 각 나라마다 전세기를 띄워 중국에 있는 자국민을 데려가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전세기를 통해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 중 희망자들을 귀국하게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지원은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당연한 조치다. 타국에서 위험이나 곤경에 빠진 자국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귀국하게 될 우한 교민들의 수용시설을 두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발하고, 또 한편에서는 이들을 '지역이기주의'라고 욕하는 상황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형제다. 당연히 따뜻하게 맞아주어야 한다. 곤경에 처한 국민들을 위로하고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자세다. 마치 그들이 감염병을 옮기는 존재처럼 천대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천안 변경' 혼선은 정부 잘못

다만, 그들을 수용할 곳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정부가 좀더 신중하고 치밀했어야 했다. 처음 수용시설 대상지는 천안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천안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이 반대하고 나섰고, 결국 정부는 아산과 진천 두 곳으로 변경했다. 

물론 정부는 처음 결정된 수용시설을 변경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로서는 첫 후보지가 변경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혼선을 피하길 원했다면 애초에 보안을 더 철저히 했어야 한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30일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수용시설이 확정되기 전에 언론에 공개되어 지역이 변경되는 혼선이 발생했다"며 "사전에 해당 지역 주민 동의를 구하는 데 소홀한 점이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행정 혼선에 대해 진천 지역 주민들은 '천안 시민은 무섭고, 진천군민은 우습나'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천안은 오는 4월 15일 총선과 함께 천안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인데 항간에는 정부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타 지역으로 변경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일관성 없는 행정이 지역주민의 반발을 더욱 부추긴 셈이다.

또 정부는 수용시설 선정에 대해서도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수용시설로 결정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진천 시내에서 13km 떨어져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이곳이 인구밀집지역과 격리된 것처럼 포장됐다. 

하지만 실제 인재개발원은 충북 혁신도시 내에 위치해 있고, 반경 1km 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될 정도로 가깝다. 주민들은 "반경 1km 내에 2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12개의 학교와 6000여 명의 학생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인근에는 상가들이 상당히 많다. 이곳 상인들은 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경우, 주민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들어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다. 이런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하기에는 그들도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지역이기주의'에 억울한 주민들... 정보 제공하고 인내심 갖고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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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지역인 중국 우한 교민 문제로 마을 대표단 대화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또 하나는 수용시설 내 방역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가 통제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들에게 식사도 제공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지원 물품도 들여보내야 하고 하기 때문에 결국은 바이러스가 지역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이러한 염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수용시설 내에서는 1인 1실로 운영되고, 외부 출입과 면회가 절대 금지된다. 또 세면도구, 침구류 등을 개인별로 제공하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폐기물도 안전하게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식사도 외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건물 밖으로는 절대 나올 수도 없다. 

또 수용시설에서는 1일 2회 이상의 검진이 이뤄지고,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불가피하게 방을 나서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검사를 거친 후에 복도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다른 수용자를 만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2미터 이상 떨어져 이야기해야 하는 수칙도 있다. 부부마저도 1인1실이 기본 원칙이다. 때문에 바이러스가 외부로 전파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한 주민도 우리가 따뜻하게 품어야 할 국민이고, 수용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우리의 국민이다. 갈등을 부추기고 비난을 할 게 아니라, 차분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국가적 재난에 신난 이들

한편에서는 이러한 국가적 재난에 신이 난 듯한 이들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교민 수용시설이 아산과 진천으로 정해지자 '충청홀대론'을 들고 나왔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지난 29일 논평을 내고 "아산시, 진천군 주민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정부의 우한 교민 격리 수용시설 결정은 또 하나의 충청홀대"라고 비난했다.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에 국가적 재난상황을 악용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범정부적 대응과 전 국민의 단결된 마음으로 이 위기를 넘어야 한다.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서로를 돌보고 보듬으며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좀 더 합리적이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신종 코로나 #아산 #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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