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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한국당은 지금 '누가 더 문제있나' 경쟁중

[取중眞담] "의도 없다"는 이해찬 사과와 통탄할 논평 내고 뭉개는 한국당

등록 2020.01.16 19:44수정 2020.01.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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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1.

"네? 뭐에 대해서요?"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반문했다. 기자는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다시 물어봤다. "어제(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비판하는 한국당 논평에서도 똑같이 장애인 비하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논란이 있지 않았느냐"라며 "해당 부분 삭제하고 재배포하셨는데, 이에 대해 사과나 입장 표명은 따로 없으시냐"라고 물었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이 15일 오후 이해찬 대표를 향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라고 쓴 데 대한 질문이었다.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비판하면서 박용찬 대변인 역시 장애인을 비하한 셈. 한국당 논평을 향한 비판 여론도 크게 불붙었다.

잠시 뒤에 나온 박용찬 대변인의 논평 수정본은 오타만 고쳤을 뿐, 해당 표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국당은 첫 논평이 나오고 2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재수정본'을 통해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그러나 관련 표현을 한 데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16일 오전 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전희경 대변인은 "어제 당번 대변인이 논평 수정하면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라고 짧고 무미한 답변만 내놓았다.

# 장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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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질문받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의도를 갖고 한 말이 아니고, 무심결에 심리학자가 한 이야기를 들어서 얘기한 건데…. 아까 다시 한 번 사과 드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비하 발언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 출연한 이 대표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하더라,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라며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거에 대한 꿈이 있잖나, 그래서 그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 들었다"라고 말했다.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더라"라는 이야기였다.

이 대표가 민주당 1호 영입 인재인 최혜영 강동대학교 교수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최 교수는 전직 발레리나이자 척수장애인이다. 해당 영상은 삭제됐고,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본인 명의의 문자를 보내 "인용 자체가 장애인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라며 "장애인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하며 차후 인용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이해찬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계속 나오자 "무의식 중에 한 것이기 때문에, 더 말씀 드릴 건 아닌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전혀 어느 쪽을 낮게 보고 한 말은 아니다"라며 "그런 분석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어서 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여러가지 상처를 좀 줬다고 하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리겠다"라면서도 "의도를 갖고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2월,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현장에서도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을..."이라고 말을 꺼냈다가 "내가 말을 잘못했다"라고 정정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라는 말은 더 심각했다. 당시에도 정신 장애인 비하 논란에 장애인 단체 등에서 반발했고, 후에 사과했다.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반복적으로 뒤떨어진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생방송이 아니라 편집을 거친 영상에서조차 해당 발언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해찬 대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 이해찬 비판하며 장애인 비하... 문제 논평 대목 삭제, 사과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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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런 '호재'를 놓치지 않았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 정치사에서 경거망동의 대가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막말과 실언은 습관"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언행이 습관화, 일상화 된 사람"이라며 "계속되는 막말과 실언에 대해서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시라, 제발 자중자애하시고, 상식에 맞게 행동하시기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당의 '입'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해당 영상이 논란이 된 직후인 15일 오후, 박용찬 대변인은 "습관성 장애인 비하 이해찬 대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박용찬 대변인은 "아무리 인재영입을 한들 무슨 소용인가. 당대표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라며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석고대죄함은 물론,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책임지기를 촉구한다"라고 꼬집었다. 문제가 된 부분만 삭제됐을 뿐, 해당 논평은 공식 논평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준호 청년부대변인은 해당 영상의 다른 발언을 지적하며 "장애인 비하에 이어 청년 비하까지 일삼는 이해찬 대표는 정치 할 자격이 없다, 지금 당장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정계를 떠나시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이창수 대변인은 이해찬 대표의 신년 기자간담회를 겨냥해 "마이크 앞에만 서기만 하면 '진담 같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제는 막말의 대상도, 상황도 가리지 않는 고장 난 녹음기가 된 듯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박용찬 대변인의 논평 일부 삭제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는 장애가 아니라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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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 (자료사진) ⓒ 남소연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특별 영입해 총선 인재로 홍보하는 와중에도, 당 대표가 대놓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고 있다"라면서 "통탄스럽기 그지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의 응수는 더 가관"이라며 "이 대표에게 석고대죄를 요청한 한국당은 그 바로 옆에서 같이 사죄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제까지 시민들이 정치권에서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발언과 진정성 없는 핑계에 불과한 해명을 들어야 하는가"라며 "문제는 장애가 아니라 차별이라는 장애인권운동의 간명한 외침이 21대 국회에서는 크게 울려퍼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라고 적었다. 장 위원장은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하는 삶을 그린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기도 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5일 이해찬 대표를 향해 "표 장사 하지 말고 침묵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의지가 무지 강한 선천적 장애인을 만나면 무슨 말로 교언영색 할지 궁금해진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을 향해서도 "지난 8월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한 지 반년도 안 돼서 대변인까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고 있으니 통탄스럽다"라며 "장애 개념과 장애인 인권에 대해 무지한 것으로 따지면 이해찬 대표와 다를 바 없다"라고 꼬집었다.
  
형식적으로 사과한 뒤, '무의식'을 강조하며 '더 말씀드릴 게 아니다'라는 집권 여당 대표가 더 문제일까? 장애인 비하를 비판하겠다고 장애인 비하해 놓고, 아무런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입을 닦은 채 집권여당 비판을 반복하는 한국당이 더 문제일까? 어느 쪽이 '똥 묻은 개'이고 어느 쪽이 '겨 묻은 개'인지 구분할 수 없는 건,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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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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