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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9·11 참사의 공통점 "피해자 유가족의 힘"

미국 재난안전 전문가 스캇 놀즈 교수 "유가족의 도덕적 권위가 재난조사 원동력"

등록 2019.12.17 14:38수정 2019.1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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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가브리엘 놀즈 미국 드렉셀대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해외 재난?안전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재난조사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피해자 유가족의 도덕적 권위가 재난사고 조사의 원동력이다."

세계적인 재난·안전 전문가인 스캇 가브리엘 놀즈 미국 드렉셀대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재난조사는 왜 실패했는가'라는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장완익 위원장과 문호승 세월호참사진상규명소위원장을 비롯한 사참위 상임위원들과 조사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참석해 2시간 30분여 동안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놀즈 교수는 지난 1999년부터 재난과 재난조사를 연구해온 세계적인 학자로,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를 비롯해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재난조사 연구와 자문 활동에 참여했다. 놀즈 교수는 지난 2017년 여름 카이스트 방문학자로 한국에 와 세월호 참사 가족 등 관련자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사참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놀즈 교수는 이날 ▲ 책임 지우기 ▲사건 설명하기 ▲ 피해자들 요구에 응답하기 ▲ 교훈을 배우기 ▲ 사건 종결하기 등 재난 조사의 5가지 목적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재난 조사가 성공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놀즈 교수는 "잘못한 사람을 찾아 처벌하는 것은 대중들이 가장 납득할 만하고 익숙한 조사 방식"이라면서도 "대중에게 익숙하다는 건 재난 조사에서 큰 장점이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몇몇 잘못한 사람들을 찾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분 단위 조사와 안전 관련 규제 등 중장기 조사도 병행해야"

놀즈 교수는 재난 사고를 설명하는 방식을 크게 좁은 시간대와 넓은 시간대로 구분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분 단위 조사 뿐 아니라 안전 개념이나 안전 관련 규제 형성 과정을 살펴보는 중장기적인 조사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놀즈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경우 선체 침몰 이유나 해경 구조 활동, 청와대의 행동 같이 좁은 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면서 "1기 특조위는 이런 좁은 시간대를 사용한 설명들로 결론을 내리려고 노력했는데, 이것만으론 불충분하고 좀 더 넓은 시간대를 사용해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놀즈 교수는 "좁은 시간대가 아닌 넓은 시간대를 채택하면 급속히 현대화하는 한국에서 '안전'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안전 관련 규제가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 포착하는 조사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놀즈 교수는 "조사관들이 굉장히 좁은 범위의 결과물을 생성하도록 압박받는다"면서도 "대중들은 넓고 포괄적인 해석을 바라기도 하는데, 한국을 안전한 국가로 만드는 데 더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유가족의 도덕적 권위가 재난사고 조사의 원동력"

한국 방문 당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던 놀즈 교수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숨진 소방관 크리스찬 리젠하드의 어머니인 샐리 리젠하드(9·11테러 희생자와 순직 소방관 유가족 모임 활동가)를 떠올렸다. 샐리 리젠하드는 자칫 테러 문제로만 국한할 뻔했던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초대형 건물 안전 문제 등에 관한 미국 의회 청문회 등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놀즈 교수는 "9.11 테러 직후 한 달 동안 유족들은 미국 정부가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느꼈고 빠르게 조직화했다"면서 "9.11 이후 미국 정부는 어떤 조사 계획도 없었고 그냥 테러의 결과물로 여겼는데, 마치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정도로 여겼던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놀즈 교수는 "샐리 리젠하드가 피해자 어머니로서 도덕적 권위를 잘 살렸듯, 유족들이 재난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사회에 있는 여러 사람들은 정부나 기업이 부패나 잘못된 일에 화를 내지만, (사실상) 행동이나 변화를 이끄는 사람은 피해자의 형제자매, 부인·남편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종이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놀즈 교수는 "샐리 레젠하드의 전략이 성공해 초대형빌딩 붕괴에 대한 조사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됐다"면서 "조사관들과 유족의 관계는 때때로 어렵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 조사위원회가 만든 다양한 결과물은 조사관과 유족 모두의 참여가 필요했다고 회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잉사고 조사한 이유는 독립적인 재난조사기구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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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가브리엘 놀즈 미국 드렉셀대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해외 재난?안전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재난조사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놀즈 교수는 이날 정부에서 독립돼 재난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놀즈 교수는 최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보잉737 맥스 사고 조사를 언급하면서, "항공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고 미국 경제에 큰 영향 끼치기 때문에 보잉737맥스 사건 조사는 미국에서도 인기 없는 아이디어였다"면서 "그럼에도 조사한 이유는 정부에서 독립된 조사기구인 교통안전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놀즈 교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뿐 아니라 재난 사고 전반을 조사하는 위원회도 가능하다"면서 "NTSB처럼 정부에서 분리돼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믿음직한 기구가 존재하면 정치권에서 인기 없는 보잉 같은 사건도 믿을만한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놀즈 교수는 이날 조사 종료와 종합보고서 작성을 앞둔 사참위에, 지난 2004년에 발행된 '9/11 위원회 보고서'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놀즈 교수는 "9/11 보고서는 동시에 서로 다른 시간대를 서술해 효과적이었다"면서 "첫 번째 내러티브는 사건 수주 전부터 진행된 스토리를 소설처럼 서술했고, 두 번째는 1970-80년대부터 미국이 역사적으로 테러 대응에 어떻게 실패했는지 깊숙이 서술했다"면서 "세월호 참사도 분 단위로 서술된 조사 보고서는 많은데, 9/11 보고서의 두 번째 내러티브처럼 한국의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을 통해 안전 개념이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놀즈 교수는 "9/11 보고서는 대중이 읽게 만드는 게 목표였고 실제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사서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세월호 조사 보고서도 검찰 수사가 목표인지, 전문가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쳐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게 목표인지,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대중을 설득하는 게 목표인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놀즈 교수 발표에 대해 오지원 사참위 사무처장은 17일 오후 "조사기구와 피해자들 사이의 지속적인 소통이 성공 조건의 하나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현재 우리 위원회에서도 피해자자문위원단을 운영하는 등 전문가와 공무원들 시각에 앞서 피해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관점을 바탕으로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5년 넘게 각종 참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참사들마다 개별적인 특성들도 있지만 공통적인 대응상의 문제들도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그와 관련한 교훈을 집적해서 더 나은 대응체계를 만들어가는 독립 조사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그 시스템이 기존 감사원 등을 이용할 것인지, 새로운 기구를 마련해야 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행정부처 셀프조사의 한계는 반드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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