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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한국에 패한 독일, 반등 핵심 키워드 '세대교체'

독일, 유로 2020 C조 예선 1위 통과…통산 13회 연속 유로 본선행

19.11.23 11:38최종업데이트19.11.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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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군단' 독일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참사의 아픔을 딛고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독일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벨라루스와의 유로 2020 C조 예선 9차전 홈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3일 뒤 열린 북아일랜드전에서도 6-1 대승을 거둔 독일은 네덜란드를 따돌리고 7승 1패(승점 21)를 기록하면서 C조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독일은 1972년 대회부터 13회 연속 유로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는 유럽축구연맹(UEFA) 가입국 가운데 가장 많은 본선 참가 기록이다.
 
'카잔의 비극'으로 내리막 걸은 전차군단

요하임 뢰브 감독의 2006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이후 무려 13년 동안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독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꾸준함이다.

뢰브 감독이 첫선을 보인 유로 2008에서는 팀을 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4-1), 아르헨티나(4-0)를 대파하며 빼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3위를 차지했다.

유로 2012 4강에 이어 마침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그 정점을 찍은 독일이다. 특히 4강에서 만난 브라질에 7-1이라는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결승에서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하고 피파컵을 들어 올렸다.

독일은 유로 2016까지 꾸준한 성적을 이어갔다.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최소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뢰브 감독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지시를 내리고 있는 뢰브 감독의 모습. ⓒ 연합뉴스

 
*뢰브 감독의 독일 대표팀 메이저 대회 성적
유로 2008 : 준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 3위
유로 2012 : 4강
2014 브라질 월드컵 : 우승
유로 2016 : 4강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 우승
2018 러시아 월드컵 : 조별리그 탈락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 조별리그 탈락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1.5군을 출전시키고도 우승을 차지하며 이른바 승승장구했다.

당시 피파랭킹 1위 독일은 단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하지만 2018년 들어 브라질,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패하며 불안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본선 무대에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스웨덴을 2-1로 잡으며 가까스로 살아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피파랭킹 57위 한국에 0-2 충격 패를 당했다. 독일은 수많은 슈팅시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추가 시간 김영권, 손흥민에게 연거푸 실점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독일이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1938년 대회 이후 무려 80년 만의 일이었다.  

월드컵-네이션스리그 실패 이후 대대적인 세대교체

월드컵 충격의 여파는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9월부터 열린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프랑스, 네덜란드와 1그룹에 속해 2무 2패에 그치며 조 하위로 마감했다.

독일의 2018년은 최악의 해로 기록된다. A매치 4승 3무 6패에 머물렀는데, 독일 축구 역사상 한 해 최다 패배로 남게 됐다.

급기야 뢰브 감독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경질설을 보도했다. 하지만 독일축구협회는 다시 한번 뢰브 감독에게 신임을 보냈다.

절치부심한 뢰브 감독의 선택은 세대교체였다. 노장 토마스 뮐러, 마츠 훔멜스, 제롬 보아텡을 과감하게 대표팀에서 제외하고 르로이 사네, 세어주 그나브리, 루카스 클로스터만, 니코 슐츠, 조나단 타, 카이 하버츠, 지안 루카 발트슈미트 등 젊은피를 대거 발탁하며 팀을 개편했다.

네덜란드, 북아일랜드, 벨라루스, 에스토니아와 유로 2020 C조에 속한 독일은 조1위로 가뿐히 통과했다. 특히 네이션스리그에서 네덜란드에 1무 1패로 열세를 보였지만 이번 예선에서는 1승 1패로 호각세를 보였다. 

뢰브 감독은 3-4-3, 3-4-1-2, 4-2-3-1, 4-3-3 등 매우 다양한 포메이션과 선수 조합을 실험하면서도 결과까지 잡아낸 것은 고무적이다.

전차군단의 막강한 화력은 단연 예리하고 날카로웠다. 8경기에서 무려 30득점을 쏟아냈다. 중심에는 그나브리가 있다. 이번 예선에서만 8골을 터뜨려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뛰어난 발재간, 테크닉, 스피드, 골 결정력까지 두루 갖춘 그나브리는 소속팀에서는 윙어지만 뢰브 감독 체제 아래 최전방 공격수로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부상을 당한 로이스, 사네가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그나브리와 함께 최전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로 예선에서 활약한 고레츠카를 비롯해 티모 베르너, 율리안 브란트 등이 주전 도약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독일은 공격 시 좌우 윙 포워드가 폭을 좁히면서 중앙으로 밀집할 때 측면의 빈 공간을 좌우 풀백들이 가담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오른쪽 풀백은 클로스터만이 주전을 꿰찬 가운데 왼쪽은 요나스 헥토어, 니코 슐츠, 마르첼 할슈텐베르그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센터백은 니클라스 쥘레, 마티아스 긴터가 다소 앞서가고 있으며, 뤼디거, 타, 로빈 코흐 등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고 있는 뢰브 감독은 센터백 1명의 공격 가담 빈도를 늘리는 전술을 구사하는데, 지난 벨라루스전에서는 마티아스 긴터, 북아일랜드전에서는 엠레 잔이 이러한 역할을 십분 수행했다. 긴터는 센터백임에도 불구하고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수들의 골 침묵을 상쇄한 바 있다.

중원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끝났다. 요수아 킴미히, 토니 크로스가 중심을 잡아주고, 일카이 귄도안이 2선과 3선을 넘나드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과 비교해 독일의 스쿼드는 절반가량 바뀐 상황이다. 아직까지 플랜 A의 틀이 완벽하게 잡히지 않았다. 뢰브 감독은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우리보다 앞서있다"며 "독일은 이번 유로 2020에서 우승 후보다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독일의 세대교체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1년 전 카잔의 비극으로 망신을 당한 전차군단 독일이 내년 유로 2020 본선에서 완벽하게 부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독일 2019년 A매치 결과
독일 1-1 세르비아 (홈 친선전, 득점 : 고레츠카)
독일 3-2 네덜란드 (원정 유로예선, 득점 : 사네, 그나브리, 슐츠)
독일 2-0 벨라루스 (원정 유로예선, 득점 : 사네, 로이스)
독일 8-0 에스토니아 (홈 유로예선, 득점 : 로이스 2골, 그나브리 2골, 고레츠카, 귄도안, 베르네, 사네)
독일 2-4 네덜란드 (홈 유로예선, 득점 : 그나브리, 크로스)
독일 2-0 북아일랜드 (원정 유로예선, 득점 : 할슈텐베르그, 그나브리)
독일 2-2 아르헨티나 (홈 친선전, 득점 : 그나브리, 하버츠)
독일 3-0 에스토니아 (원정 유로예선, 득점 : 귄도안 2골, 베르너)
독일 4-0 벨라루스 (홈 유로예선, 득점 : 긴터, 고레츠카, 크로스 2골)
독일 6-1 북아일랜드 (홈 유로예선, 득점 : 그나브리 3골, 고레츠카 2골, 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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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로 2020 전차군단 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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