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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조국 사퇴... 윤석열 검찰총장이 명심해야 할 것

[게릴라칼럼] 조 장관 사태로 더 절실해진 검찰개혁

등록 2019.10.15 07:22수정 2019.10.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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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검찰 개혁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데, 첫째는 검찰과 손잡지 않는다, 검찰을 이용하지 않는 정권이 있어야 되겠죠. 두 번째, 계획을 가지고 시행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이 그걸(검찰개혁)을 시행하게 되면, 검찰에서는 법무부장관의 뒤를 팔 가능성이 있거든요. 소문을 흔들어 가지고 이 사람을 낙마시킬 수도 있는 그런 조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아주 강골인 사람, 깨끗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2011년 12월, 노무현재단의 토크콘서트 '더(The) 위대한 검찰!'에 참석한 '서울대 교수' 조국의 소신이었다. 청문회 전후로 소셜미디어 상에서 회자됐던 이 '셀프 예언'이 이리도 정확히 들어맞을 줄 예상한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로부터 8년 후 전 국민은 생생히 목도하고 말았다. 검찰이 무려 법무부장관 가족을 상대로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 먼지떨이식 검찰의 전무후무한 수사가 어떤 식으로 펼쳐졌는지.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했다. 배우자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5번째 소환조사를 받던 날이었다. 정 교수의 건강이 나빠졌다는 전언도 들려왔다. 그럼에도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검찰개혁을 위한 기자회견을 무리 없이 마쳤다.

부족하나마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 등을 발표했고, 문재인 정부가 그린 검찰개혁의 밑그림 실천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조 장관이 내놓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란 사퇴의 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 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확인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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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갑작스런 사퇴 발표 이후 검찰 개혁을 응원하는 이들 중심으론 갖가지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열패감과 허탈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럼에도 조 장관과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을 지지한다는 이들도 있었으며, 다시금 검찰개혁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조 장관 역시 사퇴의 변 말미에 국민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저의 쓰임은 다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 장관 취임 전후 두 달 여 간, '청문회 정국'에서 '검찰 개혁 정국'으로 전환되기까지,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목도한 것은 이 세 가지였을 것이다.

첫째, '조국'으로 대표되는 개혁적 인사를 어떻게든 무너뜨리고 망가뜨리겠다는 보수야당과 검찰조직, 보수+기득권 언론의 소름끼치는 3자 커넥션.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청문회 당일 밤, 중립을 지켜야 할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가족이 구속될지도 모르는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던 그 의아했던 질문의 의미를. 이후 검찰은 정 교수를 소환 없이 기소했고, 다수 언론의 '검찰발' 단독은 그 이후로 끝날 줄 몰랐다.

둘째, 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검찰 조직의 무시무시하고 제어되지 않는 권력의 현재가 낱낱이 드러났다. 과연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혐의가 7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정 교수 본인을 5차례 이상 소환조사할 사안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장관 가족이 검찰에 의해 문자 그대로 탈탈 털리고, 심지어 건강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 앞에서 '그게 나였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자문하고 두려워한 국민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또 최근 '윤중천의 윤석열 검찰총장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21 기자를 윤석열 총장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검찰에 즉각적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이를 형사부가 즉각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며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사실 관계는 둘째 치더라도, 자신들을 향한 의혹 제기엔 이리도 즉각 반응하는 작금의 검찰 조직이 과연 제 살을 깎는 검찰개혁에 순순히 나설 것이라 납득할 수 있겠는가.

셋째, 결국 검찰개혁의 완성은 문재인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과 시대적인 정당성이라는 점이다. 사퇴한 조 장관은 이날 국민들을 소환하는 동시에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라며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자신을 '불쏘시개'라고 표현한 조 장관의 역할은 어쩌면 거기까지였는지 모를 일이다. 전무후무한 기득권의 공세 속에, 가족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위기 앞에서 '더 이상'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일지 모른다.

짧았던 법무부장관 조국과 '조국의 시간'이 폭로한 것은 더 절박해진 검찰개혁이란 시대정신일 것이다. 즉각 보수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들고 나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제도적이고 정치적인 마무리가 중요해졌고, 이를 뒷받침할 국민적인 염원과 응원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졌다. '조국이 남긴 교훈'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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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이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모두발언의 서두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갈등을 야기한" 이들이 과연 누구냐 하는 점이리라.

검찰개혁안이 부족하면 법무부와 국회 안팎에서 토론하고 수정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조국 낙마'를 목표로 기득권이 총단결한 지난 두 달간, 그런 기회를 날려버리고 국민적 갈등을 제 이익의 동력으로 삼은 이들을 역사로 기록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꿈같은 희망'이 최종적으로 '헛된 꿈'이 되지 않게 하는 일은 그러한 기록과 함께 검찰개혁이란 국민적 열망을 실현시키는데 있으리라.

그렇기에 문 대통령 역시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 주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을 것이다.

이제 '조국의 시간'은 끝이 났다. 당면한 것은 '국회의 시간'이다. 당장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 입법 논의가 코앞으로 닥쳤다. '조국 사퇴'에 성공한 보수야당은 물론 지지율 하락을 염두에 뒀을 여당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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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검찰' 역시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일 터다. 두 달 넘게 지속해온 조 장관 가족을 향한 전무후무한 수사의 설득력 있는 결론이 먼저요, 검찰개혁 동참과 완수가 두 번째일 것이다. 그것이 '윤석열 총장 동반 퇴진' 목소리를 잠재우는 길은 물론, 조 장관 사퇴와 동시에 촛불을 다시 들자는 여론을 잠재우는 길이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를 두고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며 검찰개혁에 대해 아래와 같이 회고한 바 있다.

"우리는 검찰개혁의 출발선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봤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순식간에 과거로 되돌아가 버렸다.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국민들은 더 이상 그 '허망한 일'을 경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서초동 촛불'의 뜻이다. 역사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검찰개혁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국민적 열망. 이것이야말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금, 당장 명심해야 할 단 한 가지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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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5일 오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 이희훈

#조국 #윤석열 #검찰개혁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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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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