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달, 매미가 온전한 삶을 누리는 시간

[써니's 서울놀이 46 ]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 숲길에서 만난 매미

등록 2019.08.10 21:09수정 2019.08.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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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자락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 ⓒ 김종성


서울 하늘공원(마포구 상암동 487-48) 자락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모여 사는 청명한 숲길이 있다. 나무들이 울창하고 키가 무척 커서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어 여름에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요즘 이 숲길을 지나다보면 나무에 붙어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소리로 가득하다. 많은 생물들이 나무에 기대어 살지만 매미만큼 나무와 친한 동물도 드물지 싶다. 나무 주변 땅속에서 애벌레로 평균 5년을 살다가 어느 여름철 나무를 타고 오른다.  
 

매미가 성충이 되면서 남긴 애벌레 시절 ⓒ 김혜리

 
오를 나무를 선택하면 멈춰 서서 탈피를 하고 애벌레 모양의 껍데기를 남긴다. 저마다 모습이 조금씩 다른 껍데기는 5년이나 땅속에서 살아온 매미의 유아시절이자 분신 같아 귀엽고 애틋하다.

마치 명상하듯 고개를 숙이고 웅크린 애벌레,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갈고리 같은 앞발로 나무껍질을 꽉 움켜잡은 녀석, 홀가분하다는 듯 편안하게 잠자는 모습.

신기하고 놀라운 건 껍데기를 벗고 성충이 되면서 자기가 선택한 나무 색깔과 유사하게 몸의 색깔을 맞춘다는 것. 매미들이 모여 사는 동네 공원 숲길을 자주 오가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매미 ⓒ 김종성


까만색이나 회색이 섞여있는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는 각각 몸에 까만색과 회색빛이 비례해 묻어있다. 새나 다람쥐 같은 천적에게 잘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자연이 보여주는 신비는 경탄과 함께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만든다.

성체가 된 매미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노래를 부른다. 배를 진동하고 울리며 온몸으로 노래를 하는 매미는 모두 수컷으로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부르는 소리다. 나무에서 살아가면서 노래하며 온전한 삶을 사는 기간은 단 한 달.

매미의 삶을 떠올리면 도심 속에서 맹렬하게 울어대는 매미들이 다시 보이고 시끄럽다며 짜증났던 마음이 좀 누그러든다. 나무가 존재하는 한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매미의 삶이지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sunnk21.blog.m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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