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가수 vs 기획사 계약 분쟁, 어떻게 봐야할까?

오디션 스타 중심 확산... 제3자 계약 양도 문제 새롭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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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화(steelydan)등록 2019.07.25 13:54
가요계가 잇단 계약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반기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이 원 소속사 측과 분쟁을 겪은데 이어 최근 들어선 역시 워너원으로 활동한 라이관린,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 김사무엘 등 아이돌 뿐만 아니라 <미스 트롯> 정다경 등 트로트 가수까지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고시한 표준계약서에 의한 계약이 업계에 정착되고 있지만 계약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 강다니엘부터 이용규 분쟁까지... 표준계약서가 뭐기에? http://omn.kr/1i0u4).

새롭게 부각되는 분쟁 사유, '제3자 계약 양도'
 
강다니엘, 라이관린, 정다경 등의 분쟁에서 주목할 점은 '제3자로의 계약 양도'가 핵심 이유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 배분, 부당 대우 등 기존 연예계 계약 분쟁의 주요 사유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강다니엘은 지난 3월 LM엔터테인먼트가 자신에 대한 권리를 사전 동의 없이 제 3자에게 양도했다고 주장하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5월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고 지난 11일에는 LM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 소속사는 이에 불복, 항고장을 제출해 법적 분쟁은 여전히 지속중이지만 더디게 진행되던 강다니엘의 솔로 활동 준비에는 다소 숨통이 트인 상태다.

라이관린의 상황은 닮은 듯 다른 분쟁 양상을 띤다. 지난 2018년 1월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내 라이관린의 매니지먼트 권한을 제3자인 타조엔터테인먼트에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관린 측은 이 과정에서 가수 동의가 없었고 도장 날인도 위조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계약 분쟁 뿐만 아니라 사문서 위조 공방도 함께 벌어진 셈이다.

정다경은 정산 문제와 연습 지원 소홀 등의 일반적인 분쟁사항 외에 역시 계약 무단 이관 공방을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레이블 개념'이라 해명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사용중인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에도 계약 이전 등에 대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 해당 문서 제5조 '기획업자의 매니지먼트 권한 및 의무 등' 중 6항에는 "기획업자는 '가수'의 사전 서면동의를 얻은 후 이 계약상 권리 또는 지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계약을 타 업체로 이관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가수의 사전 동의 및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소속사가 연예인 동의없이도 제3자에게 계약을 양도할 수 있다"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조항이 계약서에 버젓이 삽입되어 통용되기도 했다. 최근의 각종 잡음과 관련해 기획사를 비판하는 측에선 아직도 이런 과거 관행에 젖어 연예인 상대로 여전히 우월적인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연예계 해묵은 숙제인 각종 계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표준계약서가 마련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계약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표준계약서 양식에 모두 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다보니, 상세 항목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 혹은 각 항목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회사에선 "충분히 연습을 지원해줬다"라고 하지만, 가수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라며 설전을 벌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내용을 잘 설명해줬다" vs. "전혀 설명받지 못했다" 식의 공방이 펼쳐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작품 캐스팅과 일정 관리 중심으로 움직이는 연기자(배우) 기획사와 달리 상당수 가수 기획사는 (음반)제작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각종 금액 지출이 배우 등에 비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비용 처리 문제도 종종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아무리 작은 사항이라도 하더라도 문서로 작성한 뒤 서로 명확한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표준계약서에 담지 못하는 것들을 명시할 수 있는 '부속합의서(표준계약서 '제19조(부속 합의)')'가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이것 또한 양측간 구체적으로 합의된 내용만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특히 주의할 점은 합의한 내용을 두루뭉술한 단어로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디션 인기 스타에 집중... 왜?  
   
최근 불거진 분쟁들에선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발견된다. 강다니엘부터 정다경까지 최근 분쟁 주인공 상당수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들이라는 점이다.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대다수 가수들의 활동을 살펴보면 제법 긴 기간 무명의 생활을 거친 후 단계를 거쳐 인지도를 올린다.

그런데 오디션 신예 스타들은 프로그램 진행과 동시에 기존 스타 연예인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이를 뛰어 넘는 인기를 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거에 이미 체결된 계약서의 내용이 이를 뒤따라 오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보통 신인(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처음 계약을 맺을 때 7(기획사) 대 3(가수) 비율로 수입을 배분한다. 이후 양측 협의에 따라 계약 기간 중간에도 내용을 변경하기도 한다.   

경력은 아직 신인급이지만 기성 가수 이상의 인기 및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수준에 도달했다면 당사자로선 당연히 합당한 대접을 받길 기대한다. 반대로 소속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계약서에 합의된 내용대로 하는 것이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원만한 협의를 거쳐 좋은 방향으로 결정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법적 다툼으로 번져진 이상 시시비비는 결국 법원의 판단으로 가려지겠지만, 이 과정에선 자칫 가수 이미지 손상 혹은 장기간의 활동 중단 등 후유증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큰 상처를 입는 건 양측 뿐만 아니라 가수를 응원하는 팬들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과 행동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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