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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떠나고 가시밭길... 최강희 감독, 다롄서 '사임' 발표

최강희 감독, 다롄 이팡 감독 부임 5개월 만에 사임

19.07.02 10:18최종업데이트19.07.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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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을 마치고 중국 슈퍼리그(CSL) 무대에 진출하며 새로운 도전을 펼쳤던 최강희 감독의 도전은 결국 사임으로 끝났다. 국내 매체와 다롄 이팡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선 1일 밤 최강희 다롄 이팡 감독이 감독직에서 사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형식은 사임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롄은 뒤늦게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강등권인 베이징 런허에 승점 6점 앞선 10위에 올라 있었다. 문제는 마렉 함식, 야닉 카라스코 등 외국인 선수들과 불화 등이 겹치면서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에 균열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에서 사임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거론되었고, 최강희 감독을 둘러싼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반전의 계기를 보여주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CSL 무대의 도전은 시즌 도중 사임으로 끝났다. 지난해 연말 톈진 취안젠(현 톈진 텐하이)의 지휘봉을 잡았던 최강희 감독은 모 기업의 허위광고 논란으로 일이 꼬이면서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임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롄의 지휘봉을 잡으며 CSL에서의 도전을 이어갔지만 이번에도 최강희 감독은 사퇴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에 이어 중국에서도... 전북 떠나고 이어지는 '가시밭길' 행보
 

최강희 감독이 지난 2017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2017 K리그 감독상에 선정되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강희 감독의 전북 현대에서의 여정은 말 그대로 '꽃길'이었다. 2005년 전북 현대의 감독으로 부임해 그 해 FA컵 우승을 이룩한 최강희 감독은 2011년까지 지휘봉을 잡으며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K리그 우승을 이룩했다. 최강희 감독 부임 당시만 해도 중하위권을 맴돌던 전북을 K리그 강호로 성장시켰다. 특히 당시 기량이 하락했다는 평을 받던 이동국을 부활시킨 데다 조재진을 시작으로 많은 스타선수들이 전북으로 이적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 사람이 최강희 감독이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마친 후 전북으로 돌아온 최강희 감독은 여전히 '꽃길'을 걸었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떠나있던 1년 반의 시간동안 이흥실-파비오 감독대행 체제로 이뤄진 전북은 이전의 강인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2년엔 서울에 승점 17점 뒤진 준우승에 머물렀고 ACL에선 광저우 헝다, 가시와 레이솔에 2연속 1-5로 대패하는 등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3년 역시 ACL 무대에서 힘없이 16강에서 탈락했다.

2013년 6개월 동안 팀을 추스린 최강희 감독은 전북을 K리그 1강으로 만들었다. 2014년과 2015년 2시즌 연속 우승에 이어 2016년엔 ACL 우승, 2017년과 지난 시즌에도 연달아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5년 동안 4차례 리그 우승을 해내며 명실상부 전북은 K리그 1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전북을 떠난 최강희 감독의 행보는 지금까지 '가시밭길'이었다. 그 시작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던 2012년부터 2013년 여름까지였다. 당시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패하며 조광래 감독이 경질된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강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최강희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만 지휘봉을 잡는 '시한부 감독'을 맡은 것이었다.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최강희 감독의 행보는 전북에서의 행보와는 상당히 달랐다. 초반 몇 경기를 제외하고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조직력이 실종됐다거나 특유의 색이 없다는 등 비판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영국 런던에서 치른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는 0-4로 패배했고, 최종예선 카타르전과 우즈벡전에서는 진땀승을 거두었다. 또한 레바논전 졸전이 도마에 오르는가 하면, 이란전에서 충격패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축구대표팀은 조 3위를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에 다득점으로 앞서 간신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경기 내용도 문제였지만 경기 외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그 유명한 기성용의 SNS 파동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는 기성용의 SNS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 사건은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을 저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다행히 기성용이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최강희 감독 입장에선 상처를 남겼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주먹감자' 논란도 최강희 감독에게 상처를 줬다. 두 감독의 치열한 설전 속에 치러진 이란과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최종라운드. 이 경기에서 한국은 김영권의 치명적인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0-1로 패했다. 이날 승리로 이란은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고 한국은 홈에서 이란의 축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축구대표팀은 3위였던 우즈베키스탄에 다득점에 앞서며 간신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케이로스 감독의 '주먹감자'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경기종료 휘슬과 함께 이란의 선수와 스태프들이 환호하던 순간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린 것이다. 이후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공은 세웠지만 씁쓸한 분위기 속에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아쉽게 끝난 최강희 감독의 중국 진출
 

지난 2017년 10월 29일, 리그 우승 확정 직후 전북 최강희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전북으로 복귀해 전북 왕조를 구축했던 최강희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로 전북을 떠났다. 하지만 역시 행보는 '가시밭길'에 가까웠다. 톈진 텐하이와 3년 계약을 맺고 중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구단이 모 기업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최강희 감독의 계약도 해지되었다. 그러면서 최강희 감독은 시즌 개막도 못한 채 짐을 싸야 하는 상황에 휘말렸다.

한바탕 소동을 빚은 후 다롄의 지휘봉을 잡고 새롭게 도전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성적은 중하위권을 멤돌았다. 그러나 정작 최강희 감독의 발목을 잡은 부분은 성적보다도 외국인 선수들과의 관계였다. 지난 6월 A매치를 위해 벨기에 대표팀에 차출된 야닉 카라스코는 소속팀에 지연 복귀한 데다 복귀 후엔 경기출전 거부와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논란이 일었다. 최강희 감독 역시 카라스코에게 '프로답지 못했다'라고 밝히며 비판했다. 이후 카라스코는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구단은 그에게 훈련 금지와 벌금 징계를 내렸다.

지난 3월에는 마렉 함식이 '중국 축구는 전술이 없다'라고 밝히며 첫 논란을 끊었다. 당시 다롄의 감독으로 부임한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던지라 최강희 감독은 부임 초부터 외국인 선수들과의 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에마누엘 보아텡이 지난달 13일 허베이와의 경기에서 후반 26분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당하며 말썽을 일으켰다.

CSL 특성상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팀 전력의 절반 가까이 가져가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이와 같은 행동은 팀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이로울 게 없었다. 전북 감독 시절 쟁쟁한 스타 선수들을 아우르며 팀 관리 측면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최강희 감독이었지만, 중국 무대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감독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2019년 7월, 최강희 감독의 중국리그 진출 결말은 사임으로 이어졌다. 이래저래 최강희 감독의 중국무대 도전은 씁쓸하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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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다롄이팡 카라스코 함식 전북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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