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천만원' 농민을 화나게 하는 건 김제동이 아니다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 20] 농사꾼이 진짜 불평등을 실감할 때

등록 2019.06.21 07:21수정 2019.06.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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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청춘콘서트 무대에 오른 김제동 ⓒ 청춘콘서트 미디어팀

 
[기사보강: 21일 낮 12시 25분]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가 보름 넘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제동과 김어준 등의 강연료를 전수 조사하자고 나섰으며, 한국당 지도부도 김제동에게 지급된 강연료의 환수와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습니다.

1년 내내 논밭에서 땀 흘려 일해봐야 농업소득이 연간 천만 원에 불과한 농사꾼인 저에게 시간당 대략 1300만 원이라는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큰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강인의 몸값(이적료)이 1000억 원이고, 메시의 1년 수입이 1500억 원이라는 말에 그렇듯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소식에 불평등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불평등하다고 생각할 때는 따로 있습니다.
  
20년 넘게 농가당 농업소득은 천만 원

작년 9월 1일부터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만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규제안이 시행될 예정이었습니다.그런데 시행을 사흘 앞두고 '고소득자 기준이 너무 낮다'라는 여론에 밀려 금융당국이 기준을 부부 합산 1억 원으로 올렸습니다.

논란이 있었다고는 하나 대도시에서 부부 합산 고소득의 기준을 1억 원으로 올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농촌입니다.
 

2018농업전망 60쪽 ⓒ 농촌경제연구원

 
위 표를 보면 20년 넘게 농가당 농업소득은 천만 원에 그쳤습니다. 연소득 천만 원의 농사꾼으로서 통계청의 이런 발표를 보고도 아무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에 불평등과 절망을 느낍니다.

농민은 연 1천만 원, 농협 평사원은 연 1억 700만 원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2018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위별 임금내역 ⓒ 재벌닷컴

     
지난 4월 14일 재벌닷컴은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2018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위별 임금내역을 분석한 결과 일반직원 평균연봉은 농협이 1억700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이 자료에 나온 농협 그룹사는 NH투자증권, 남해화학, 농우바이오 3사로 이중 NH투자증권의 고액 연봉이 평균을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201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실) 전년도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협 8대 법인 2만여 명의 직원 평균연봉은 7703만 원이었으며, 명예퇴직금도 2017년 기준 1인당 평균 2억5600만원 수준을 지급했습니다. 정운천 의원은 당시 "농촌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농협이 농협만을 위한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4월 15일 농협중앙회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 농가 소득 연 5000만 원을 달성해 "농업인들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발언의 취지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20년째 연간 농업소득이 천만 원인 농사꾼 입장에서는 불평등과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경영체 등록해 면세유와 면제 전기 쓰는 일부 공무원

지난 4월 26일 105만 공무원의 월 평균 소득이 530만 원이라는 인사혁신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103만 농가의 연간 농업소득을 단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공무원은 소득이 적다며 공무원법의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위반한 채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심지어 퇴비와 농자재를 지원받고 농업용 면세유와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농사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http://omn.kr/1apvo)

연간 농업소득 천만 원인 농사꾼이 불평등과 분노를 느끼는 순간입니다.

농민을 다른 신분으로 보는 사회 

이처럼 농사꾼이 불평등을 느끼는 것은 몇몇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의 천문학적 수입이 아니라 주변에서 늘 마주치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공무원들과 농업의 가치와 농사꾼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척 얘기하는 농업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의 허황한 주장을 만날 때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미 "외국인 근로자에게 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누구의 말처럼 농사꾼을 자신들과 다른 신분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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