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단체가 '대통령 하야' 전광훈 목사 규탄한 까닭

[현장] 목사 출신 이호승 전철협 상임대표 "선 넘은 교회 극우화 행보에 경고"

등록 2019.06.14 15:35수정 2019.06.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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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단체인 전철협(전국철거민협의회)이 6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최근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전광훈 목사는 망발에 대해 회개하라!"
"말도 안 되는 언행을 중단하라!"


철거민 단체인 전국철거민협의회(아래 전철협)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남남갈등의 주범'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이 전 목사를 비판한 적은 있지만, 교회와 직접 관련 없는 시민단체, 그것도 철거민 단체가 나선 건 이례적이다.

이호승 전철협 중앙회 상임대표를 비롯한 전철협 회원 10여 명은 14일 오전 한기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전 목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광훈 목사 규탄 나선 철거민 단체 "교회 강제 철거엔 침묵"

이호승 대표는 "전광훈 목사가 특정 정치세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현실 인식을 규탄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을 즉각 중단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철협은 토지정의와 부동산투기근절 운동, 철거민 희생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결코 넘지 않아야 할 선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다수가 합의한 선거를 통해 이뤄진 문재인 정부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한기총과 한국교회가 결코 해서는 안 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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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단체인 전철협(전국철거민협의회)이 6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최근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전철협은 지난 1993년 당시 분당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이던 이호승 대표를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 단위 철거민 단체다. 

전철협은 이날 규탄 성명에서 "특정정치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극단적인 언행과 망발을 일삼는 전광훈 목사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전광훈 목사는 자신을 추종하지 않는 사람은 몽땅 빨갱이 취급하는 말을 하는데 선량한 기독교인을 선동하지 말고 국민을 기만하는 거짓 선지자의 탈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철협은 "과거 수많은 토지 수용과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교회가 대책 없이 강제 철거됐다, 이런 현실에 대해 교회가 소극적이거나 침묵 "했다면서 "이 같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2019년 현재까지 유지되는데도 교회연합단체 대표라는 목사가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특정정치세력 앞잡이 노릇을 하며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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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1일 릴레이 단식에 돌입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전철협은 성차별, 색깔론, 지역감정 조장 등 과거 문제가 됐던 전 목사의 언행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그동안 전광훈의 망언과 망발을 참아왔지만 어처구니없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주장을 하며 남남갈등을 증폭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그냥 있을 수 없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밝혔다.

전철협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도 "그동안 전광훈 목사의 무분별한 언행과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주장 등 비합리적 정치 도발에 대해 일반 규범을 넘는 무례에 불과하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왔다"면서 "대응하는 것 자체가 짜증나는 일이지만 교회와 목사가 이렇게 할 일이 없나 한심한 생각에 더 이상의 침묵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호승 대표 "전 목사와 일부 교회 극우 행보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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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승 전철협(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상임대표가 6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열린 전광훈 목사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시연



철거민 단체가 전광훈 목사 규탄에 나선 이유를 묻자 이호승 대표는 "1980년대 목회를 하다 분당세입자대책위원장이 돼 철거민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우리가 교회 일에 왈가왈부할 게 없는데 이번에 전 목사가 대통령 하야를 얘기한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생각해 중앙집행부 위원들에게 긴급히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건의해 위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가 굳이 이 일을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어쨌든 입장을 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면서 "보수와 진보를 떠나 전광훈 목사와 일부 교회가 극우 이데올로기로 가고 있는데 (시민사회단체로서) 경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청와대 앞 천막에서 하루 동안 단식을 했다. (관련 기사: 대통령에겐 "너!", 기자에겐 "나가!"... 전광훈 목사 '원맨쇼' http://omn.kr/1jo1h)
#전철협 #이호승 #한기총 #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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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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