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더욱 좋았던,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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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은(sonke507)등록 2019.06.09 13:59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일찌감치 6월 6일 현충일이 공휴일이니 7일 금요일은 재량휴업이라고 공지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주말까지 나흘을 연달아 쉬게 되니, 이제 엄마의 고민이 시작된다. 
나흘 내내 별 계획 없이 집에 있다가는 아이들에게 들들 볶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재미있게 노는 시간보다 싸우는 시간이 더 많은 사내아이들을 보고 있는 일도 엄마에겐 고역이다.
아이들의 컨디션과 엄마의 컨디션, 아빠의 월차 가능여부, 그 외 모든 변수들을 고려하여 나흘을 보낼 계획.
컴퓨터를 켜고 국립자연휴양림을 검색했다.
예상했던 대로, 내가 가고자 하는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은 예약완료이다. 그나마 3순위로 대기가 가능한 방이 있어 기대를 걸어보았다.
3주만에 예약가능 문자가 왔고, 남편은 마지막까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월차를 쓰고 계획을 세웠다.
이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3만 7천원이란 비용으로 자연휴양림을 예약한 나는 모두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자연휴양림을 예약하려고 수차례 시도해보았으나, 나보다 한발 늦었던 누군가는 부근의 펜션을 다섯배가 넘는 돈을 주고 예약을 했다고 부러움과 아쉬움의 눈빛을 보냈으나, 물론 그는 그 나름대로의 력셔리한 하루를 보냈을테다. 
그건 그렇고 일기예보가 발목을 잡았다. 우리가 떠나는 바로 그날, 태풍급의 비와 돌풍이 예상되며, 특히 해안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는데...
출발
비가 오는 편백숲은 더욱 좋을거야. 그래도 가는거야! 하고 떠났다. 마음속으론, 우리가 고속도로 위를 달릴 때, 그 때만 비바람이 피해간다면 좋을텐데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지만 행여나 누군가 눈치챌까 마음 깊이 넣어두었다. 

많은 휴양림을 다녀 보았지만, 유난히 남해 편백은 예약이 쉽지 않아 여태 못가본터라 기대가 컸다.
가는 길에 검색끝에 찾은 단항회센터에서 회도 넉넉히 샀다.
 

남해 단항회센터 앞. 멀리 보이는 것은 창선대교. 지나는 길에 검색해서 찾은 단항회센터에서 손이 큰 횟집 사장님을 만나 부산보다 회가 저렴한것 같다고 성급한 결론도 내렸다. ⓒ 손경은

 
바람흔적미술관
자꾸만 차에서 내리지 말고 얼른 휴양림에 가자는 아이들을 구슬려, 또 어딜 들르냐며 얼른 숙소 들어가 쉬고 싶다는 남편을 구슬려, 바로 지나가는 길목이라며 바람흔적미술관에도 들렀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작은 미술관은 내산저수지 앞에 자리잡아 눈이 시원해지는  곳이다.
 

바람흔적미술관 흐린 날은 흐려서 좋은곳, 맑은날은 맑아서 좋을것이다. ⓒ 손경은

   

바람흔적미술관 갤러리 한살 더 먹은 오빠는 동생에게 작품에 대해 할말이 많다. ⓒ 손경은

 
남해편백자연휴양림
부족한 나의 표현력이 안타깝고, 휴대폰 카메라라 제대로 담아 보여 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직접 찾아보길 권한다.
 

산안개가 서서히 밑으로 내려온다. 숙소에 도착하니 비가 뿌리기 시작하면서 산안개가 눈에 보일만큼 산아래로 내려온다. 비오는 날 오길 잘했다. ⓒ 손경은

   

산책 비가 더 내리기 전에 얼른 아이들에게 비옷을 입혀 내보냈다. 가까운 곳으로 한바퀴만 돌고 오라며 내보냈더니 금새 돌아온다. ⓒ 손경은

비가 내려 편백나무와 함께 숲의 내음은 짙어지고, 이제서야 왜 비소식에 우리가 잠시나마 망설였던가 하며 지난 이야길 나눈다. 비가 내려 더욱 좋다. 아파트에서 듣지 못한 비내리는 소리가 귀에서 떠나질 않는다.
밤 사이 비가 많이 내렸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애써 귀를 기울이니 아직 비가 조금은 내리나보다.
얼른 산책을 나선다.
그 사이 비는 그치고, 계곡 물이 불어 소리가 경쾌하다. 
한여름엔 이 계곡에서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 날 것이다.
아이가 계곡물에 발을 담그다 말고 소리를 지르며 올라온다. 물이 차다고 한다. 
산책로를 걷다 물이 고인 곳에서 피해도 될 길을 일부러 슬쩍 발을 적셔보았다.
놀랄만큼 차다. 
놀랄만큼 맑기도 하다.
 

물이 차고 맑다. 낮엔 한여름 처럼 더운 요즈음인데, 비내린 뒤의 숲이라 그런지 더욱 물이 차다. ⓒ 손경은

 
열한살난 아이가 말한다. "호텔보다 여기가 좋아요. 호텔은 멋진 건물이지만, 여긴 자연이에요, 나무가 있어요." 숲유치원을 다닌 숲의 아이 첫째는 자연을 즐길 줄 안다. 자연에서 놀줄 안다. 흙에서 놀줄 안다. 아이들의 교육을 두고는 다양한 의견들이 많다. 엄마들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 모든 걸 덮어둘 만큼, 비가와도 눈이와도 숲이 교실이 되어주었던 숲유치원의 2년은 부모로서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숲을 찾을때마다 부모로서 새삼 느낀다.
 

풀숲에서 만난 무당벌레 아이들은 친구가 되어 한참 놀았다. ⓒ 손경은

   

무당벌레와 놀기 다시 풀숲에 잘 내려주고 돌아왔다. ⓒ 손경은

   

숲 산책 아이들은 다람쥐를 만날까 기대를 하며, 나는 지렁이를 만날까 두려워하며 걷는 길 ⓒ 손경은

편백자연휴양림엔 산림복합체험센터에서 다양한 체험과 함께 숲해설은 물론 VR체험도 가능하다. 성인을 위한 체성분측정 및 다양함 체험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걸려 체험해보지는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독일마을에 들러 1960년대 우리나라가 어떻게 살았었는지도 이야기 나누어본다. 
멸치쌈밥집 간판이 즐비한데 맛보지 못한 아쉬움, 갯벌체험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 이순신장군의 충렬사, 다랭이 마을, 양떼목장에 가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다음에 다시 보물지도 없는 보물섬 남해를 다시 찾아야겠다. 
아홉살난 폴이 "보물섬 남해?라고요? 보물지도가 없는데 무슨 보물섬이에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생각하는 보물지도를 만들어 볼까?
그러고보니 요즈음 피로 누적으로 피부에 문제가 생겨 피부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약을 바르고 먹는게 답이 아닌 것 같아 그것도 중지하고 가려울때마다 벅벅 긁어대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휴양림에서 긁지 않았다. 가렵지 않았다.
역시 자연이 답이다. 숲이 진리다.

카페 유자
가는 길에 보았던 카페 유자가 이름에서부터 마음을 끌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워 눈을 커다랗게 뜨고 어디쯤에서 보았던가 찾았다. 남해가 유자가 많이 나는 곳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나보다 했더니, 그 의미는 물론이고 유유자적의 의미도 담았다고 한다.
밥값보다 커피값이 비싸기도 한 요즈음, 어디서든 카페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산에도 요즘 핫하다는 전망좋은 으리으리한 카페들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동네 골목의 작은 카페, 소박한 카페, 알고보면 커피의 맛도, 분위기도 괜찮은 곳들이 더 많고 그런 곳들에 더 발길이 간다. 카페 유자가 그랬다. 옛집을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를 했고, 메뉴 또한 단순했다. 드립커피와 유자차 우유, 그리고 유자카스테라.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카페다. 거대한 기업같은 카페보다는 이런 작은 카페가 더욱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카페 유자로 여행의 마무리가 더욱 좋다.
 

카페 유자 유유자적 카페 유자입니다. ⓒ 손경은

   

카페 유자 소박한 잔디마당, 옛집 그대로의 인테리어, 이런 카페가 좋다. ⓒ 손경은

 
이번 여름은 자연휴양림에서 보내면 어떨까?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을 검색하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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