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술 사려는 너희들만 모르는 '민증'의 진실

편의점 소통 일지 <1>

검토 완료

이명주(sindart)등록 2019.06.07 11:28
편의점에서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지 4개월. 주중에는 돈이 되든 말든 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주말 밤과 새벽 시간을 활용, 매달 지출 필수 항목인 임대 주택 월세와 대출금 상환액을 벌려는 목적(근래 최저임금 상승으로 단시간 알바도 생활에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목적 외에도 편의점이 가진 독특한 매력 때문에 나는 이 일을 꽤 좋아한다. 그 이유는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 그저 지나쳐버리기엔 꽤나 재미있고 교훈적이고 때로 뭉클하기까지. 그 단편들을 기록해 나누고자 한다. - 필자 


 

편의점에선 다양한 사람들의 다른 듯 닮은 삶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 이명주

 

5. 5 

"우리 반겨주는 건 편의점 밖에 없다." 
- 부산에 여행 온 20대 여자 셋의 외침 

"100원 오른 게 100만 원 오른 것 같다." 
- 100원 인상된 우유를 사던 60대 남성의 넋두리 

"이번에도 사고 났다 아이가. 하나 죽고 하나는 정신없고……" 
- 50대 추정 남녀 대리기사 셋의 한숨 섞인 대화 일부 

"낙지 진짜 맛있겠다. (맥주, 아이스크림, 담배 등을 계산하며) 이게 소확행이야!"
- 부산에 여행 온 20대 남자 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편의점에선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다른 듯 닮은 삶의 단편들을 볼 수 있다. 공감, 안쓰러움, 위로, 행복이 번진다.   

5.12

#1. 하늘이 파란 새벽, 편의점 문 앞에 택시를 세운 기사가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서 갔다. 간단한 아침 식사. 빵을 반이나 먹었을까 싶은 즈음에 손님 둘이 차에 오르는 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가 달려오며 우유는 급히 비우고 반에 반을 겨우 먹은 샌드위치는 편의점 내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다. 

"놔뒀다 드시지" 하니 "차에 냄새가 나면 손님들이 싫어해서" 하길래 얼른 비닐봉투에 야무지게 싸서 들려드렸더니 서두르는 와중에 "고맙다" 인사하며 뛰어 나갔다. 부디 점심은 여유롭게 든든하고 맛있는 음식 드시길. 

#2. 기세 좋게 술과 담배를 가져와 계산대 앞에 선, 아직 주민등록증(이하 민증)이 없는 미성년자들. 사실 민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열에 아홉은 숨길 수 없는 앳된 외모 때문에, 바로 그 때문에 그것을 요구받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다. 그리고 계산대를 통과하려 나름 지어낸 거짓말들이 너무 뻔해서 귀엽기까지 하단 사실도.

지갑은 들고 있으면서 주민등록증은 안 가지고 왔다거나, 휴대폰에 저장된(합성된)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여준다거나 개중에 제법 대담한 이들은 자신과 닮았다 생각했거나 상대가 소홀히 볼 거란 추측 혹은 기대로 호기롭게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내밀기도 하는데 '아니잖아?' 하는 눈빛 한 번에 금새 소심해진다. 

곧 알겠지. 주민등록증이 생기는 순간부터 그것을 지갑에서 빼두거나 더군다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서 다닐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이 민증 속 자신을 자신이 아니라 할 때 그것이 진짜라면 절대 그리 순순히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을.

한편 때 되면 다 받는 그 주민등록증 가진 '성인'들 중에는 차라리 나이라도 어려 행위에 제제가 필요한 치들도 참 많다. 괜히 내가 아이들 보기 창피하고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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