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백화점 현지취재', 이걸 남한서 볼 순 없을까

[인터뷰] '통일TV' 개국 준비하는 진천규 대표

등록 2019.05.27 21:52수정 2019.05.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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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언론인 진천규 기자. ⓒ 권우성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베트남 그리고 한국이 분단됐다고 한다. 이중 독일과 베트남은 이미 통일이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분단 70년이 넘었는데도 38선이 한 차례 지독한 동족상잔의 비극 이후 '군사분계선'으로 바뀌었을 뿐, 여태 철조망은 걷히지 않고 있다.

나는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가장 큰 배경엔 동·서독 방송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동·서독 국민들은 상호 방송을 통해 나라의 장래를 위해 분단 극복 의지를 키웠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평화통일과 겨레의 앞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 시민들의 분단극복 의지가 꼭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북녘 조국을 제대로 봐야 하고, 있는 그대로 그들의 실상을 봐야 하며, 남과 북이 손을 잡고 평화의 눈으로 상대를 바라봐야 평화통일의 그날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민의를 대변한다는 정치권에서는 색깔론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 그뿐인가. 분단극복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며 설치고 있다. 지난날 일부 정치인들은 분단 극복은커녕 이를 교묘히 그들의 정권 연장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들은 지금도 강대국에게 빌붙어 분단의 위기감을 조성시켜 정권을 탈취하려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별별 채널이 다 있다. 그런데 평화·통일을 위한 전문 채널이 하나 없다는 것은 분단국가로서 뭔가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이런 가운데 남과 북의 간극을 좁히고 평화통일의 주춧돌을 놓고자 하는 진천규 통일TV 대표(전 <한겨레> 기자)를 지난 25일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왜, 지금 '통일TV'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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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호텔' 2층 연회장에서 일본 오사카에서 온 30여 명 '재일동포조국방문단'이 3박 4일 동안 북녘 가족친지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 행사로 저녁식사를 함께 한 다음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를 하고 있다(2019. 5. 2.). ⓒ 진천규 제공

 
진천규 대표. 그는 요새 무척 바쁘다. 최근에도 북녘을 자주 오가는 데다가 전국순회강연으로 남녘 곳곳을 다니고 있다. 그의 발걸음은 남과 북을 관통한다. 

진 대표와 나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1972년 3월 1일 서울 오산중학교 입학식 날. 나는 그의 담임교사였다. 그때만 해도 그는 젖내가 나는 소년이었는데, 그새 초로의 신사가 됐다. 진 대표와의 인터뷰는 사제간의 대화 형식을 취했음을 미리 밝힌다. 


- 자네, 그동안 북녘을 몇 차례 다녀왔으며, 가장 최근 방북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지난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제13차 방북해 주로 북녘의 교육기관을 둘러봤습니다. 평양을 떠나 개성, 판문점 등지도 둘러 봤고요."

아마도 '통일TV'를 개국하게 되면 남녘의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화면을 찍어온 모양이었다. 

- 이 시점에 왜 '통일TV' 개국이 필요한가?
"지난해 1월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이후, 70여 년의 분단 역사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때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으며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뒤 4.27 판문점 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정상회담으로 흐름이 이어지면서 남북간에 곧 장벽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더욱이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그 큰 흐름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2월 하노이 회담이 이른바 '노딜(No Deal)'로 끝나면서 오늘까지 소강상태로, 다소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도 북에 대한 실상은 지속적으로 왜곡되고 부정적인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북에 대한 무조건적인 왜곡의 틀을 깨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언론인으로서 있는 그대로의 북녘 모습, 기자정신에 충실한, 객관적인 북녘의 모습을 보여주는 TV 채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케이블 채널이 300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스포츠·역사 등 다양한 장르의 채널은 물론이고, 미국·중국·일본 등 외국 드라마 등의 전문채널도 몇 개씩 있습니다. 음식·요리·바둑·낚시·장기 등 갖가지 취미 생활 채널, 심지어 강아지 전문채널도 두세 개 있습니다.

이러한 채널 중에, 지난 70여 년 분단국가로서, 그 분단의 반쪽인 북녘을 제대로 방송하는 채널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앞장서서 북쪽 전문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심정으로 '통일TV' 개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언제부터 '통일TV' 개국 준비를 하셨는가?
"기본적인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7년 10월, 재외동포 신분으로 2010년 5.24 조치 이후 대한민국 국적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방북 취재를 시작하면서, 북측 영상물 저작권 확보를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이는 마치 선생님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한국전쟁 사진을 보고 전 한국인에게 알려야겠다는 그 정신과 같습니다. 선생님을 통해서 배운 겁니다. 그리하여 북측의 '저작권사무국'과 여러 차례 회의를 해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마침내 2018년 11월 남측 '통일TV'에 북측 영상저작물을 제공한다는 '합의계약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통일TV 진천규 대표(오른쪽)가 북측 저작권사무국(왼쪽, 부국장 장철순)과 평양호텔 3층 면담장에서 '합의계약서'를 서로 교환하고 있다(2018. 11. 15.). ⓒ 진천규 제공

  
- '통일TV' 개국 준비 진행과정과 앞으로 일정은?
"그 '합의계약서'를 시작으로 본격 '통일TV' 개국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통일TV'에서는 각 전문 분야 직원 9명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세밀하게,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개국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님, 이종찬 전 국정원장님, 권영길 전 의원님을 상임고문으로 모시고, 여러 전문 분야에서 고문·자문위원 그리고 해외자문위원 등 200여 분을 모셔서 꼼꼼하게 차질 없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달 말까지 '증자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자금 확보 측면도 있지만, 더 많은 일반 국민들이 저희 '통일TV'에 참여해 외연을 넓히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 '통일TV' 증자 자본금은 얼마며, 최소 및 최대 청약금액은 얼마인가?
"2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소 청약은 100주 20만 원으로, 한 분이 최대 1억 원을 넘지 않도록 결정했습니다. 어느 특정한 세력이나 특정한 분에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함입니다."

- '통일TV' 주주에 대한 배려와 배당금 예상 지급시기는?
"'통일TV 주주님들에게는 북녘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가능한 최우선으로 알려드릴 계획입니다. 세부적인 방안은 세워놨지만, 지금 단계로서는 밝힐 수가 없다는 점을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저희 '통일TV'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 점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저로서는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는 예상이지만 최소한 1년 뒤부터는 이익을 발생시켜서 주주들에게 적절한 배당을 해드릴 계획입니다. 미리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안정적으로 '통일TV'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있습니다."

- '통일TV'에서도 상업광고를 할 예정인가?
"물론입니다. '통일TV'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운영됩니다. 앞으로 북쪽 관련된 사업이나, 제품 등이 제재가 풀리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때가 오면 그 수요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통일TV'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척 많고 크리라 봅니다."
  
"대한민국 현행법 준수하는 '통일TV'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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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소년궁전 학생들이 공연을 마치고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도, 지휘자도 학생이었다(2019. 5. 9.). ⓒ 진천규 제공

 
- '통일TV'에서 주로 다룰 프로그램은?
"저희들이 북녘에서 직접 취재한 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비롯해 남녀노소가 모두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예능성 정보, 평화통일 관련 전문가 강좌 및 대담 그리고 북녘 제작 영화·드라마와 기타 문화 영상물, 남북 스포츠 교류 관련 영상물 등 양쪽 국민들이 원하고, 서로 알고 싶어 하는 분야의 콘텐츠를 선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지금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점을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아래서 '통일TV'가 가능할까? 이런 질문도 합니다. '통일TV'라고 국가보안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더욱 철저하게 현행법을 준수할 것입니다. 저희 '통일TV'를 지켜보는 눈이 얼마나 많겠습니다. 다양한 정치적 생각이 얼마나 많습니까.

여기서 가장 확실한 것은 법을 준수하는 일입니다. 법 이상의 정치적 해석을 저희 '통일TV'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예민한 국가보안법을 지키는 '통일TV'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런 프로그램을 방영할 것입니다. 절대로 다른 쪽의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방송을 할 계획입니다. 애정을 가지고 저희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앞으로 '통일TV' 평양사무소도 설치할 예정인가?
"저희가 하고 싶다고 모두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물론 '통일TV' 평양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저희들의 바람입니다. 이 점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우리 정부와 북쪽 당국과 충분히 협의를 해서 진행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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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대성백화점 ‘즉석료리’ 코너에서 여성조리사가 휴일을 맞아 찾은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있다(2019. 5. 5.). ⓒ 진천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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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호텔’ 2층 연회장에서 일본 오사카 지역 30여 명 ‘재일동포조국방문단’ 일행이 3박4일 동안 북녘 가족친지들과 상봉한 뒤 마지막 날 여흥을 즐기고 있다(2019. 5. 2.). ⓒ 진천규 제공


  
- 북녘에서도 남의 '통일TV'와 같은 방송국이 개설되리라 보는가?
"그것은 북쪽 당국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단지 우리나라에서 '통일TV'를 세워서 방송하는 것이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통일TV' 개국 준비의 애로사항 및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이 잘 풀리지 않는 듯이 보여서 그런지 현재 저희 '통일TV' 증자 운동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단지 약간의 소강상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상황일 때 더 필요한 것이 '통일TV'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정치적 판단의 우려를 저희 '통일TV'는 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통일TV'가 될 것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지지와 성원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대담 그 자리에서 '통일TV' 신주청약서에 서명했다. 그가 시작한 '통일TV'가 통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의 지름길이 되길 기원하면서 가뿐한 걸음으로 원주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통일TV 청약 안내문 ⓒ 통일TV

덧붙이는 글 ‘통일TV’ 청약관련 문의 전화 및 홈페이지 : 02-337-3991 / www.tongiltv.net
#통일TV’ #진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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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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