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 벌었으면" 카페 주인들이 범하는 오류

[그곳에 그 카페] 카페 수익률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등록 2019.05.25 20:28수정 2019.06.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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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지곡동 549-2번지에 그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비틀스가 있고 멜로디 가르도가 있으며 '짙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인디 가수도 있습니다. 여러 단골도 있습니다. '그곳에 그 카페'는 카페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20년째 같은 회사에 다니는 원호씨는 카페 단골손님이다. 요즘 회사가 어려워 전업과 창업을 고민 중이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페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나요?"
"얼마나 벌고 싶은데요?"
"욕심은 없고요, 생활비만 나와도 좋겠어요."
"그러니까 그게 얼마냐고요."
"300만 원이요."


적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콘셉트와 투자 규모, 주요 대상 고객, 메뉴 가격 등의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매출이 낮으면 마진율이 낮고 매출이 높으면 마진율이 높아지는 불변의 법칙에서 창업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듯 매출에 상관없이 자해석으로 마진율을 높게 잡는다. ⓒ unsplash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미 눈여겨본 상가도 있었다. 산책과 운동을 하기 좋은 도시공원 근처에 있는 상가였다. 평수는 30평 정도였다. 메뉴 가격은 시장과 고객 연령층을 고려해 중저가로 책정하고, 프렌차이즈가 아닌 개인 브랜드로 차릴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유동인구, 나쁘지 않은 접근성, 비싸지 않은 임차료, 낮은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루에 손님 몇 명이 와야 월 300만 원을 벌 수 있을까요?"

그는 내 질문에 약간 망설이다가 답했다.

"커피 장사 하면 (매출 대비) 50% 정도는 남지 않나요?"
"그럼 월 300만 원 수익을 위해 월 600만 원 매출이면 된다는 뜻인가요?"



그의 계산은 이랬다. 임차료 70만 원, 식자재비 120만 원, 전기요금 30만 원, 기타 80만 원 등 한 달 지출을 얼추 300만 원으로 잡으면 월 매출 600만 원에서 300만 원의 이익이 남는다는 이론이다. 

놀랍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계산법을 갖고 있었다. 어디에서 '커피 장사의 수익률이 50%'라는 근거 없는 얘기가 흘러나왔는지 짐작은 간다. 매출이 낮으면 수익이 낮고 매출이 높으면 수익이 높아지는 불변의 법칙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것 같다. 
         
카페 수익률의 진실


그의 계산법에 따라 분석해봤다. 아메리카노가 월등하게 많이 팔린다는 전제로 평균 가격을 넉넉히 3500원이라고 가정했다. 한 달 600만 원 매출을 올리기 위해 팔아야 할 커피는 약 1700잔 정도다. 월 25일 근무한다 했을 때 하루 70잔을 팔아야 한다. 

언뜻 하루 70잔 만드는 것쯤이야 혼자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은 순차적으로 천천히 오지 않는다. 몰리는 시간에 몰린다. 혼자 상대하기 여간 어렵지 않다. 손님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어찌어찌해서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손님과 대화 한 마디 할 여유는 내기 어렵다. 손님과 접촉이 없는 동네 카페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이 계산법의 첫 번째 오류는 자신을 도와 일할 직원의 임금을 포함하지 않은 것에 있다. 

이외에도 제대로 된 손익분기 계산을 위해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창업하려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예상 지출은 적게 잡고 예상 수입은 높게 잡는 오류를 저지른다. 현실적인 원가율과 부가가치세, 감가상각비, 비고정 지출 등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다시 계산해보기로 했다(참고로 인구 27만 명인 지방 소도시 외곽 지역이다).

먼저 고정비를 따져봤다. 임차료 77만 원, 인건비 210만 원, 수도 광열비 30만 원, 소모품비 20만 원, 기타 잡비 20만 원, 감가상각비 50만 원, 영업 외 비용 20만 원 등을 합하니 427만 원이었다. 

다음으로는 변동비. 식자재 원가, 간접비, 홍보비, 부가가치세 등을 계산해보니 최소 40%, 즉 240만 원을 책정해야 했다. 그가 예상한 매출 600만 원은 67만 원의 적자를 내기에 적합한 금액이었다. 

다시 차근차근 수익률을 분석해봤다. 월 12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월 300만 원의 목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루 평균 130명의 손님이 와야만 한다. 

원호씨의 눈빛이 흔들렸다. 얼굴엔 수심이 가득 들어찼다. 내가 한 얘기는 그가 듣고 싶어 했던 내용이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카페 주인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마침내 카페를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하겠구나 생각할 바로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더 예쁜 인테리어와, 들어본 적도 없는 명품 커피로 무장한 침략자가 들어선다.? ⓒ usplash

 
적지 않은 창업자들이 '1인 기업'의 길을 선택한다. 결국 '인건비 따먹기' 아니겠냐는 자의적이면서도 불가피한 식의 이유를 앞세우면서. 손님과의 소통이 없는데도 장사가 잘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롤모델로 삼는 치명적 우를 범하고 만다. 

예쁜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를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는다. 고정비에서 최소한의 선을 넘어서까지 지출을 줄이며, 변동비를 아끼기 위해 저렴한 식자재를 선택한다. 심지어는 부가가치세를 줄일 요량에 현금으로 계산해달라고 읍소하거나 현금 할인 정책을 내세운다. 

처음엔 예상대로 선전할 수도 있다. 손님이 점점 많아지다가 1년이 채 안 됐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카페로 돈을 벌기 시작하겠구나 싶은 바로 그때, 카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더 예쁜 인테리어와 들어본 적도 없는 스페셜티 커피로 무장한 '침략자'가 들어설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없다.

있을 수 있다. 실제로도 많이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무자비한 전쟁에서 힘도 쓰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만다. 지난 1년 동안 쌓아 올린 성을 넘겨주고 슬픈 패장이 돼 떠나야 한다. 진정 카페는 해서는 안 될 일일까? 카페로 300만 원을 버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카페이야기 #카페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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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에서 음악감상카페를 경영하는 DJ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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