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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 뛰어난데, 스토리는 엉망진창... 이번에 괜찮을까?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1977년 작품 '서스페리아'

19.05.05 17:19최종업데이트19.05.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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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서스페리아>가 오는 16일 개봉한다.

영화 주연은 다코타 존스와 틸다 스윈튼이 맡았다. 그리고 클로이 모레츠, 미아 고스가 조연으로 합류했다. 이번 신작은 70년대 호러 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77년작 동명의 <서스페리아>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오늘은 신작 개봉에 앞서 원작 이야기를 하려 한다.
 

77년작 <서스페리아>의 주인공 제시카 하퍼는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도 출연한다. ⓒ (주)더쿱

 

1977년에 만들어진 <서스페리아>는 이탈리아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이다. 이탈리아 영화지만 미국 배우를 주인공을 내세웠으며 독일을 배경으로 한 국제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인 무용수 수지(제시카 하퍼)가 독일로 발레 유학을 오면서 시작된다. 수지는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발레학교 '탬'에 도착한다. 도착 첫날, 겁에 질려 학교를 뛰쳐나오던 한 학생을 목격했을 뿐, 학교에 들어가질 못하고 만다.

다음날 다시 학교에 찾아간 수지는 블랑(조안 베넷) 교감과 태너 선생(알리다 발리)의 환대를 받지만, 전날 봤던 그 학생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게다가 수업 첫날부터 알 수 없는 현기증에 수지는 쓰러지고 만다. 그들로부터 과도한 보살핌을 받지만 수지는 학교 전체를 감싸고 있는 스산한 분위기와 밤마다 들리는 기괴한 소리에 점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가까운 친구 사라(스테파냐 카시니)로 부터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된다.

써스페리아는 라틴어로 숨을 헐떡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써스페리아>는 '지알로(giallo)'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말로 노란색을 뜻하는 '지알로'는 이탈리아 문학과 영화에서 범죄 공포물을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지알로'는 영화에선 주로 공포 장르를 지칭하며 현란한 색상과 잔인한 살해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특징이다.

1929년 'Il Giallo Mondador'(직역하면 '노란 몬다도르')란 미스터리 범죄 소설이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많은 이탈리아의 공포물과 범죄 추리 소설들이 시선을 끌기 위해 그 책의 노란색 표지를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이탈리아에서 공포, 범죄물들을 '지알로'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2009년에 <지알로>라는 제목의 망작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르젠토 감독이 만든 써스페리아의 원색을 사용한 무시무시한 색채와 기괴한 음향은 '지알로' 중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고 해도 무방하다. 감독이 공포를 불어넣는 방식이 매우 인상 깊다. 화려한 색채와 원색의 조명으로 시종일관 시각을 자극하고 있으며 기괴한 음향과 음악은 귓속을 파고들며 사람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피로 물드는 잔혹한 살해 장면으로 서스펜스를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아르젠토 감독은 붉은색 계열과 대칭을 이루는 구조 그리고 기하학적 패턴등으로 훌륭한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 (주)더쿱

 

호러적 측면을 떠나 <써스페리아>의 미장센은 걸작이다. 선홍빛 색상과 대칭구조 그리고 기하학적인 패턴이 눈에 띄는 건물은 시선을 떼기 어렵다. 여기에 작품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벽지까지 눈을 사로잡는데, 영화에 기괴하고 잔혹한 장면이 즐비함에도 역설적으로 그것이 아름답게 느껴질 지경이다. 이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에 한몫한 것은 바로 고블린의 강렬하면서도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운드 트랙에 있다. 영화에 OST를 맡은 이탈리아 록밴드인 고블린은 이후 아르젠토 감독의 <페노미나>와 <떼네브레>에서도 음악을 맡았다. 

 

서스페리아 스틸샷 ⓒ (주)더쿱

 

<서스페리아>는 뛰어난 미장센과 음악을 선보이는 작품이지만 99분간 펼쳐지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개연성은 달나라를 넘어 거의 태양계를 떠난 수준으로 전개와 아무 상관없는 장면이 즐비하며 엔딩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감독이 얼마나 시나리오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영화에 인물들이 유치한 행동을 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는 초기 각본이 만들어 졌을 때 등장인물들의 연령대를 12세 이하로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가 낭자한 영화에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할 순 없었고 결국 나이대를 상향 설정했다. 그런데 각본을 거의 수정하지 않았고 초등학생 같은 언행과 행동을 그대로 남겨두면서 더 이상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 개봉되는 리메이크판은 153분으로 거의 한시간 가까이 러닝타임이 늘어났는데 원작의 분위기는 살리 돼 스토리만큼은 원작파괴를 해서 태양계로 떠난 개연성을 바로 잡아주길 바라는 심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스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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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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