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방해한 태극기, 생존 학생이 남긴 한마디

[현장] "세월호 규탄의 말, 이해 안 가요"... 참사 5주기 앞둔 노란리본과 태극기

등록 2019.04.13 19:47수정 2019.04.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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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두고 단원고 생존학생 장애진씨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주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 기억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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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두고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주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단원고 생존학생 장애진씨의 오른쪽 손목에는 노란리본 문신이 새겨 있다. ⓒ 이희훈


"'먼 훗날 우리가 너희를 찾아가게 될 때, 18살 그 시절 그 모습으로 기억해 달라'. 세월호 참사 1000일째 되던 날에 제가 했던 말이죠. 그때의 마음도, 그날의 장면도 잊을 수 없어요. 특히 당시 추모 무대 앞을 빼곡하게 메웠던 시민들의 모습이 머리에 새겨져 있어요. 저희의 일을 이렇게 함께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장애진(23)씨의 말이다. 그는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세월호 팔찌와 리본을 나눠줬다. 그가 있는 부스 위로 '세월호 생존 학생 모임 메모리아'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장씨는 5년간 세월호 참사를 함께 기억해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아직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5주기에도 많은 분이 와주셨더라고요. 자기 일처럼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껴요. 반면에 저렇게 '세월호를 규탄한다'면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안 가요. 대체 왜 저런 생각을 하시는지 이해도 안 되고. 세월호 참사가 아직 진상규명조차 안 된 건 알고 계신 건지, 만일 알고 있다면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세월호 5주기를 사흘 앞둔 주말 광화문 광장에는 노란 리본 물결이 일었다. 하지만 '저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장애진씨의 말대로 세월호를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날 광화문 광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광화문 광장은 노란 물결, 광장 주변은 태극기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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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두고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주기 대학생대회를 참석을 위해 세월호 대학생 참가단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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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세월호 기억 리본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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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세월호 기억 리본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3시, 광화문 광장 남단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 앞으로 약 70명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 본 무대가 설치된 북단까지 약 10분간 행진했다. 대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 규명에 앞장서겠다는 의미에서다.

행진에 참가한 이양선(중앙대, 24)씨는 "중앙대에서만 약 40명의 학생들이 (행진에) 참가했다. 광화문 외에 다른 지역의 대학생들도 오늘 행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5주기 추모 행사를 통해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계속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겼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행진하며 올라오는 동안, 광화문 광장 주변으로 세월호 참사를 규탄하는 사람들을 봤다. 듣기 불편한 말들을 계속하더라"며 "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상 규명조차 되지 않았는데 추모식에서조차 이렇게 다른 의제가 섞이는 게 마음 아프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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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두고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주기 대학생대회가 열리는 동안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고성을 내며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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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두고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주기 대학생대회가 열리는 동안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고성을 내며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3시 30분. 앞서 행진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본 무대 앞을 메웠다. 본 무대에서는 '대학생대회'가 열렸다. 대학생 대표들의 세월호 참사 추모 연설에 이어 문화 공연이 열리는 자리였다.

대학생 대회는 숙명여대 방서연(20) 학생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던 방서연 학생의 목소리가 일순간 떨렸다. 광화문 광장 주변으로 소음이 거세게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광화문 광장 주변으로 수십 개의 태극기가 흔들렸다. 대한애국당 등 보수세력이 '박근혜 석방 투쟁' 집회가 시작됐다. 4·16연대 등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맞불 집회'를 열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석방 투쟁 집회 측은 약 10분간 음악소리, 북치는 소리 등을 섞어가며 세월호 참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빨갱이', '주사파'라는 표현까지 썼다. 소리는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대학생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규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음 발언을 맡은 김한성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잊히길 바라는 세력들이 주변에 활개 치는 걸 보니 촛불은 더더욱 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이 아직도 이어지니, 앞으로도 더 거리에 나와서 책임자 처벌을 위해 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옆쪽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소음이 벌어지고 있다"며 "저렇게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해줍시다. 잊지 않겠습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이라고 외쳤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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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세월호 기억 리본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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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세월호 기억 리본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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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세월호 기억 리본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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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5주기를 앞 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세월호 기억 리본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오후 4시, 대학생 대회가 끝나자 현장에 있는 시민들이 노란색 우산을 들어 올렸다. '4시 16분'이라는 시각에 맞춰 '노란우산 플래시몹'을 벌인 것이다. 광화문 광장 북단에 거대한 노란리본 형상이 떠올랐다. 참가자들은 우산을 들고서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 참가했던 박혜련(59)씨는 "플래시몹까지 하는데 괜히 가슴이 울컥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학생들 발언을 듣는데, 아직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추모 공연 주변으로 저렇게 반대 집회가 열릴 줄은 몰랐다"며 "태극기 집회를 직접 보니, 마치 벽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상처 받을까 걱정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밤늦게까지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공연이 이어진다. 오후 6시 30분에는 광화문 광장 북단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부재의 기억> 상영회가 열린다. 오후 7시부터는 같은 자리에서는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라는 제목의 문화제가 이어질 예정이다.
#세월호 #5주기 #추모 #행사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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