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채용비리 의혹, 권력 있으면 저렇게 사는구나"

정치인 연루된 'KT 채용비리 의혹'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의 시각

등록 2019.03.21 17:32수정 2019.03.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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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 KT

 
KT 채용비리 의혹이 뜨거운 화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의 딸에서 시작된 특혜채용 의혹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 정갑윤 한국당 의원의 아들, 홍문전 한국당 의원의 전 보좌진으로 번지고 있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정치인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청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라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T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취업준비생·대학생들의 여론을 들어봤다. 대부분 이번 의혹에 대해 '심각한 박탈감'을 느꼈고, 지원자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비판적인 의견이었다. 

"역시 돈·권력 있으면 저렇게 사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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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수료증 들고 딸 특혜채용 의혹 보도 반박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국회 당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자신의 딸 kt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kt의 '2013 상반기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증을 들고 근거없는 의혹제기라고 반박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대전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J씨는 "'역시 돈·권력이 있으면 저렇게들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누구는 취업하려고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노력하며 준비하는데 다른 누군가는 부모님이나 지인의 힘으로 입사한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크게 놀라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이 반응은 "우리나라는 정경유착이 심한 나라"라는 시각에 근거했다.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Y씨의 말을 들어보자.

"솔직히 이런 일이 있다는 거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니었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도 있지 않았나. 우리나라는 정경유착이 심한 나라이지 않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긴 하지만 개인이 어떻게 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다."

"한국당 정치인 KT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년들의 박탈감과 별개로 'KT 채용비리 의혹'은 여야간 정쟁거리로 떠올랐다. 여야가 이 사안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다. 여당은 '자녀 특혜채용' '정경유착'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고, 한국당은 '당 대표의 이름까지 오르내리는 것은 과하다'며 맞서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한 청년들의 바람은 '성역 없는 조사'로 점철됐다.

서울 소재 대학의 대학원생 S씨는 "단순히 야당에 대한 공격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채용비리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라며 "(이번 의혹이) 특정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만 연관된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혹이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성역 없는 조사를 진행해 정치권이 이 문제를 깨끗하게 털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당 공격용 소재가 아니라 철저하게 밝혀야 할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인터뷰 중에는 청년들에게 상실감을 준 정치인이 국민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J씨는 "한국당 국회의원들과 황교안 당 대표가 정말로 특혜 채용에 개입됐다면, 그들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멀고 먼 "개천에서 용 나오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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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라는 벽 앞에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현대자동차그룹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 ⓒ 연합뉴스

 
'KT 채용비리 의혹'은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까. 청년 여론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Y씨는 "솔직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책임있는 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을는지 의문"이라며 "그래도, 강원랜드 부정합격자를 합격 취소시킨 문재인 정부라면 이번 일도 강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M씨는 강원랜드와 KT는 기업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로 귀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강원랜드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었지만 KT는 민영화된 기업이지 않나, 국가가 개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정부가 압박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직접 처벌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KT의 능동적인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생인 D씨는 "KT도 검찰 수사 결과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회사 자체적으로도 철저히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비관론에는 한국사회에 대한 불신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은 한결 같이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채용비리는 비일비재하게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S씨는 "채용 비리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도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KT의 경우, 정치인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부각된 것이지 않겠나"라고 짚었다. M씨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 관계자가 '아버지 친구'라서 취업했다는 경우도 들었다"라며 "중소기업도 이런데 대기업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은 이런 일들이 많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과 대학생들은 KT 채용비리 의혹에 깊은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있다.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성공할 수 있다'는 청년층의 믿음은 정치권과 재계에서 터져나오는 '채용비리 의혹'에 빛이 바라고 있다.
#KT채용비리의혹 #자유한국당 #김성태 #정갑윤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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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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