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것

[주장] 이젠 유가족 DNA 시료채취 홍보에 신경써야 한다

등록 2019.03.18 13:55수정 2019.03.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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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2000년에 처음으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라는 발굴기관이 정식으로 창설된 이래 10여 년간 전사자들을 조국의 품으로 모시는 호국 보훈사업을 진행해왔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만1206위의 유해를 발굴했고 이중 아군전사자는 9981위로 판명되었다. 6.25전쟁이 끝나고 5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비무장지대에서도 유해발굴사업을 진행했고 화살머리 고지에서 유해를 발굴하는 성과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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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남-북 군인들 남북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술 도로를 연결한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2018년 11월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필자는 2017년에 2작전사령부 유해발굴병(군단 발굴병)으로 발굴사업에 참여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해발굴사업이 발굴기관에 의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남북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국회의원을 직접 찾아가서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지원과 홍보에 힘써달라고 말을 꺼냈는데, 그 의원으로부터 '유해발굴사업이 뭐냐'는 질문이 받게 돼 놀랐던 기억도 있다. 국회의원조차 유해발굴사업을 모르고 있는 현실에 놀라서 이 사업이 무엇인지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군인일 때는 물론이고 전역하고 나서도 신문에 여러 차례 기고문을 썼다. 다행히도 지난해 남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유해발굴사업을 진행한 것이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유해발굴사업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다.

신원 확인 전사자가 132명에 불과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결국 국립현충원에 모셔지는데, 아직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가 고작 13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국군전사자 중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 국군전사자 비율은 약 1.3%(2017년 기준)정도다. 유해발굴사업의 목적은 국가를 위해 싸우다가 전사한 호국영령들을 조국의 품으로 모시는 것인데 정작 신원 확인을 하지 못해서 90%가 넘는 유해들을 보관만 하고 있다. 유해발굴사업의 본래 목적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다시 한 번 글을 쓰고자 결심했다.


유해발굴사업과 관련된 애로사항으로 유해발굴기관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홍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가족DNA 시료채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신원확인을 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료채취'

필자의 경험을 비춰볼 때,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홍보를 게을리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부대, 마을회관, 발굴지 주변에 홍보 포스터나 플래카드 그리고 각종 신문에서 유해발굴사업 홍보사업 광고를 여러 차례 접했다. 이런 홍보들은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홍보하는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유해발굴사업 자체를 홍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유가족 시료채취를 해달라고 홍보해야 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에 의하면 50여 년 동안 유실된 유해가 많은 데다가 지난 10여 년간 여러 지역에서 발굴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에 비무장지대나 북한 지역을 발굴하지 않는 이상 지금처럼 많은 양의 유해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즉,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들을 가능한 많은 유가족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연령대의 유가족이 유해발굴사업에 가장 관심이 많은지 알아봐야 하는데, 주로 청년들보다는 노인들이 이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그러므로 유해발굴사업을 담당하는 기관들은 노인들에게 익숙한 종이매체들을 적극 활용하여 DNA 시료채취에 참여해달라고 홍보해야 한다.
#유해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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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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