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가 만든 강사법인데... 일부 언론, 의심 들 정도"

[현장] '대학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 토론회... "강사법은 죄가 없다"

등록 2019.03.13 19:45수정 2019.03.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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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광 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대학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 원인과 해법'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김시연

 
오는 8월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주요 대학에서 강사를 집단 해고하고 강의수를 줄여 수강신청 대란이 벌어진 가운데, 오히려 대학들이 강사법을 빌미로 강사 정리해고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학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 원인과 해법을 찾는 정책토론회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조배숙 의원)와 민주평화연구원(원장 천정배)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해 대학교수단체, 강사 노조, 학생 대표 등 강사법 이해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임순광 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발제에서 "오는 8월 1일부터 개정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들은 대학에서 일종의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고 처우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학들은 개정 강사법을 극력 반대하고 있고 돈을 이유로 강사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은 "강사법에는 죄가 없다, 문제는 기업형 대학에 있다"면서 "기업처럼 운영되는 대학이 비용절감과,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으로 내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강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왔고 2018년까지 3만 5천 명 이상의 강사가 쫓겨났다"고 밝혔다.
  
"강사법은 죄가 없다, 문제는 기업형 대학"


대학과 강사 노조간 협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은 강사에게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1년 이상 임용 원칙, 방학임금 지급, 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등의 강사 처우 개선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선 강사법을 내세워 강사들을 대량 해고하고 교양과목을 중심으로 강좌수를 대폭 줄이면서, 학생들도 '수강신청 대란'을 겪었다. 중앙대의 경우 지난해 1학기 1209명이던 강사가 올해 1학기 945명으로 264명 줄었다고 밝혔다. 강사 구조조정 여파로 고려대는 전년 대비 강좌 수가 235개 줄었고 연세대도 교양과목 80여 개를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우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3월 11일 수강신청 정정기간이 끝나고 확인해보니 교양과목 128개, 전공과목 108개 등 개설 과목이 230여 개 줄었다"면서 "수강신청 대란으로 학생들 사이에 강의를 몇 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사고파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강사법을 악법처럼 만든 근본 원인은 개설 과목수를 줄이고 강사를 줄이는 대학에 있다"면서 "제2의 강사법 사태를 막으려면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의적이고 독단적 행정이라는 대학의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모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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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대학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 원인과 해법' 정책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임순광 전 위원장도 최근 강사법 사태 책임을 현 정부로 돌리는 일부 보수 언론에 대해 "강사법은 현 정부가 만든 게 아니라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입법 발의해 이후 7년간 책임을 미뤄오다 2018년 11월 여야 합의로 개정했는데 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일부 언론은 최근 개정 강사법을 비판하면서 사립대학의 입장을 반영하는 등록금 인상과 수입구조 다각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면서 "현 정부를 공격하거나 사립대학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로 개정 강사법 보도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대학과 강사 단체 협의체인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위원장을 지난 이용우 변호사도 "강의 개설 축소, 온라인 강의 확대 등은 강사법 통과 이전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면서 "강사법 때문이 아니라 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구조조정하려는 것이고 대학이 강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역시 이날 대학 강사와 강좌 수가 줄어든 건 '오비이락'일 뿐 강사법 때문이 아니라며, 학생 수 감소, 대학등록금 동결, 대학재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성은 대교협 팀장은 "전국 대학 학생 수가 5년간 18만 명 이상 감소했는데 산술적으로 강좌 수가 1만 개 이상 줄어들 수 있다"면서 "연구교수 등 비정규교수가 증가하면서 전임확보율이 지속적으로 늘어 강사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순광 전 위원장은 "지난 4~5년간 전임교원 수는 거의 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전임교원 수가 늘어서 강좌 수가 줄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전임교원이 더 많은 강의를 담당해서가 아니라 대학에서 책임질 필요가 없는 비정규교원이 급증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

실제 시간강사 수가 2010년 11만 명에서 2018년 7만5천여 명으로 3만 5천 명 이상 줄어드는 동안, 명예교수, 초빙교수, 연구교수, 임상교수 등 '기타 비전임 교원'은 2010년 1만 5천여 명에서 2018년 3만 3천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강사법 #대학강사 #수강신청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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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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