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아파트라 믿었는데...
도시공사와 대림 등 재벌건설사 1284억 폭리

[경기도 아파트건설원가 공개-상] 동탄, 남양주, 평택 등 4개 단지 분석, 분양가보다 최고 27% 뻥튀기

등록 2018.09.17 07:44수정 2018.09.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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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동탄역 주변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경기도시공사가 지난 2015년 11월 분양한 남양주 다산 진건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 이 단지의 건축비로 책정된 분양가는 3.3㎡당 642만9000원이었다. 그런데 실제 아파트를 지으면서 건축비로 쓴 돈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

경기도시공사가 최근 공개한 공사원가내역서를 보면, 이 아파트를 짓는데 실제 들어간 비용은 3.3㎡당 505만4000원으로, 분양가보다 137만5000원 적었다. 30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무려 4125만 원(27%)이 차이난다. 이 부풀려진 분양가는 고스란히 입주자 부담이었다.

그런데 분양가 부풀리기는 이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 4개 단지, 실제 공사비보다 1284억 더 받아

<오마이뉴스>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기도시공사가 최근 공개한 동탄 자연앤푸르지오(A-86), 남양주 다산 진건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S-1)와 자연앤이편한세상2차(B-5), 평택 고덕 자연앤자이(A-9) 등 4개 단지의 실제 공사비와 분양가(분양가 중 건축비, 아래 분양가)를 분석했다.

이들 4개 단지의 분양가 총액은 실제 공사비보다 1284억 원이나 높았다. 단지별로 보면 최대 27%까지 부풀려진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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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공사가 분양한 공공아파트 4곳의 분양가와 실제 공사비 내역. ⓒ 경실련, 오마이뉴스


평택 고덕 자연앤자이(GS건설·태영·신동아 시공)은 실제 공사비 총액이 1419억 원이다. 하지만 분양가 총액은 이보다 300억 원가량 많은 1703억 원이었다. 3.3㎡로 환산하면 분양가는 673만 원을 받았지만, 실제 공사에는 560만 원만 썼다. 소비자들로부터 3.3㎡당 112만 원을 더 받은 셈이다.

앞서 소개한 남양주 다산 진건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대림산업·GS건설 시공)의 경우, 실제 공사비는 2632억 원이었다. 분양가 총액은 이보다 27% 많은 3348억 원으로 나타났다.


동탄 자연앤푸르지오(대우건설·대보·신동아 시공)도 실제 공사비 총액은 1471억이었지만, 분양가는 1722억 원이었다. 3.3㎡ 기준 실제 공사비는 600만 원, 분양가는 102만 원 더 비싼 703만 원이었다.

다산 진건 자연앤이편한세상 2차(대림산업 시공)는 분양가와 공사비 차이가 다른 단지들에 비해 적었다. 이 단지의 실제 공사비는 896억, 분양가는 이보다 33억 많은 929억 원이었다.

아파트 성능 올린다는 이유로 분양가 턱없이 올리는 건설사들

분양가와 실제 공사비의 막대한 차액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걸까? 분양원가 항목 중 하나인 '건축 가산비'를 보면, 건설사들이 어떻게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입주자모집공고문을 낼 때 공개하는 아파트 분양가는 건축비와 택지비로 나뉜다. 건축비는 또다시 공사비와 간접비로 나뉜다. 그런데 경기도시공사는 공사비와 간접비와는 별도로 '그밖의 비용'을 또 산정한다. 이른바 건축 가산비다.

공고문에 보면 건축 가산비는 친환경녹색시공, 홈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 특화한 건축 시공과 추가 부대시설을 짓는데 쓰인다고 나온다. 공사비와 간접비가 아파트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면, 건축 가산비는 주로 아파트 건물의 성능을 높여주는데 쓰이는 돈이다.

하지만 건축 가산비는 아파트의 성능뿐만 아니라 분양가를 올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사실 경기도시공사 등이 분양하는 공공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대상이고, 건축비도 국토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공사비와 간접비를 합한 금액으로 3.3㎡당 610만 원)를 넘을 수 없다.

그런데 경기도시공사가 분양한 3개 아파트 단지는 3.3㎡당 건축비가 642만~703만 원으로 상한선을 넘었다. 건축 가산비가 더해지면서 분양가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다산 진건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나온 건축 가산비는 366억895만 원이었다. 이 단지의 분양가와 실제 공사비 차액인 715억 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고덕 자연앤자이의 건축 가산비도 220억 원인데, 분양가와 실제 공사비 차액(284억 원)의 77.46%다. 동탄 자연앤푸르지오와 다산 진건 자연앤이편한세상2차도 각각 170억, 41억 원의 건축 가산비를 책정했다.

"분양가 이중 부과" 지적에 경기도시공사 "비공개 항목 있어 단순비교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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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7일 파주시 운정 화성파크드림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분양 주택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해당 단지들의 공사비 내역을 보면, 건축 가산비를 제외한 기본형 건축비만으로도 충분히 공사가 가능했다"며 "공사비도 받고 가산비도 받는 형태로 분양가격을 이중 부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간접비 항목 중 하나인 '부대비'에서도 많은 차액이 발생했다. 경실련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동탄 자연앤푸르지오의 경우 분양가에 산정된 부대비는 329억 원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쓰인 돈은 53억 원에 불과했다.

다산 진건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도 분양가에 잡힌 부대비는 282억 원이었지만, 실제로 집행한 비용은 10% 미만인 21억 원이었다. 고덕 자연앤자이도 분양가 부대비는 60억 원이었지만, 실제 집행한 금액은 48억 원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시공사 쪽은 경실련이 집계한 자료는 빠진 항목이 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건물 보존 등기 비용 등 공개되지 않은 항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분양가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 "사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윤을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경기도시공사가 공개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라며 "공개하지 않은 부분이 추가된다고 해도, 1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분양가 차액을 해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아파트건설원가 공개-하]
'분양원가 문제 삼지 마라' 경기도시공사의 이상한 분양 공고문
#경기도원가정보공개 #분양가 #경실련 #경기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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