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가 뭐라 했기에... 양승태 행정처는 왜 그 매형까지 동원했나

[그 날의 속기록] 법무부에 공문 한 통 안 보내고 밀어붙였던 상고법원

등록 2018.07.17 19:57수정 2018.07.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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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을 이용하려 했다고 한다. 현직 부장판사도 동원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춘천시)과 친인척으로 연결된 사람들이다. 정형식 부장판사와 민일영 대법관은 김진태 의원의 이종사촌 매형이다. 

그리고 김 의원은 '상고법원'에 부정적이었다. 17일 <한겨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에 "검찰 출신으로 상고법원에 비판적이었던 김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그와 친척 관계인 민 대법관과 정 부장판사를 '키맨'으로 지정해 '친분 관계를 활용한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또 "양승태 대법원이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상고법원 입법 로비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의도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2015년 11월, 법사위 소위에서 일어났던 해프닝 "복사하러 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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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9일, 김수남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모습. ⓒ 유성호


대체 김 의원이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하여 어떤 입장을 보였기에 그들은 이렇게까지 하려 했던 걸까.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2015년 11월 24일 법사위 소위 속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시작부터 김 의원은 당시 참석한 전문위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김진태 : "이 상고법원 법은 왜 자꾸 상정이 되는 겁니까?... 제 기억에 의하면 계속 올라왔어요."
이재주(전문위원) : "예, 위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김 의원은 다시 "지금 법사위 1소위에 계류 중인 법안이 몇 개나 되냐?"고 물었다. 전문위원은 "대략 한 600건 정도 된다"고 답했다. 이어 나오는 김 의원의 발언을 보면, 국회의원 입장에서도 매우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600개가 되는데, 법사위원인 제가 대표발의한 법안도 그 중에 몇 개가 있는데 1소위 여기 책상에 한 번도 올라와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것은 무슨 특혜, 누가 이렇게 주장하는 겁니까? 1소위만 열리면 이것은 계속 그냥 테이블에 올려놔야 되는 거예요?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이와 같은 문제 의식은 당시 서기호 정의당 의원도 비슷했다. 서 의원은 그때 "애초 상고법원안에 대해 문제가 많다라는 것이 법사위 1소위원들 중 상당수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논의가 안 됐던 것"이라며 "법원행정처가 수정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즉답을 피하는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장, 그는 최근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다.

다시 서 의원의 비판이 이어졌다. 서 의원은 "저한테 주신 이게 공식적으로 수정안을 내는 것이냐, 아니면 언론을 통해서 언론 작업만 하는 거냐"면서 "다른 위원님들한테도 나눠주면서 설명을 해야지, 그냥 말로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 질타한다. 잠시 후 이어지는 해프닝. 당시 이한성 (새누리당) 소위원장은 이렇게 묻는다. "복사하러 갔습니까?"

법무부에 공문 한 통 안 보내고 밀어붙였던 상고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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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법원행정처차장이 2016년 10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잠시 있었던 해프닝이 종료되고 다시 김진태 의원이 마이크에 가까이 했다. 김 의원은 아예 "상고법원에 대한 반대론자"라 밝히면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검사가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면 준검사를 한 번 만들어 보고, 경찰들이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면 탐정을 만들어서 그것을 대체하고 이렇게 해야 하는 겁니까?"

김 의원은 "별도 조직을 만들어 업무 부담을 해소하자는 것은 정말 너무 나간 것"이라면서 "(상고법원을 설치하게 되면) 오히려 상소를 부추기게 된다. 일단 하급심 재판을 잘 했으면 좋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급심의 법적 신뢰도를 높여 상고 숫자를 줄이는 게 근본적 대안임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상고법원안에 대한 문제 의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특히 민주 절차적 정당성이나 위헌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사건 수가 많다는 이유로 국회의 동의나 대통령 임명 절차 등 국민적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반 법관에 의해 상고 사건 대부분을 처리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과연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느냐"는 김주현 당시 법무부차관의 지적이 이를 대표한다.

이에 대해 당시 임종헌 처장은 "대법원 상고 사건이 이미 인내의 한계,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 그래서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거나 "최종 후보자를 대법원장이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비롯한 각계 각층 의견을 들어 선정하고, 청문 절차에 준하는 국회 주도형 절차를 도입해 철저히 인사 검증을 한다"는 등 의견으로 맞섰다. 허나 "각계 각층 의견을 듣겠다"는 이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잠시 후 벌어졌다.

이한성 : "안 그래도 저도 의문스러운데 대법원에서는 수정안에 대해 법무부 측에 자료를 보낸 적은 없습니까?"

임종헌 : "한 번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한성 : "(김주현 차관에게) 자료를 받은 건 없고, 문서로 받은 건 없고?"

김주현 : "저희가 정식으로 의견 조회, 그런 형식으로 접수된 건 없고요."

지금도 강한 울림을 던지는 발언 "사법부, 민주적 취약성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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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얼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이를 두고 당시 서영교 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구갑)은 "밀어붙이기"로 규정했다. 그는 "상고법원을 갑자기 내놓았을 때는 전부 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면서 "한쪽에서 밀어붙이기 식의 방식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 역시 "사법 절차의 헌법 개정 수준에 가까운 그런 절차니까 법무부하고도 협의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2014년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득을 위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국회의원들을 이른바 '주요 설득 거점 의원'으로 나눠 정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는 공문 한 통 보내지 않으면서 국회의원 로비를 통해 "사법 절차의 헌법 개정 수준에 가까운" 일을 도모했다는 말이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또한 김진태 의원의 친인척을 이용하려 했던 점이다.

그렇기에 당시 소위에서 나왔던 이재주 전문위원의 발언은 그때나 지금이나 강한 울림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이 저는 삼권 분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삼권 중에서 다른 두 권력보다 민주적 취약성이 가장 두드러진 게 사법부입니다. 그런데 사법부가 사법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민주적 정당성을 더 취약하게 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승태 #김진태 #상고법원 #사법농단 #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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