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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필버그가 말하는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

18.04.03 14:59최종업데이트18.04.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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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주의!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3월 28일,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개봉했다.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배우 마크 라이언스, 사이먼 페그, 올리비아 쿡, 타이 쉐리던이 주연을 맡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전작 <더 포스트>를 통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정부의 기만을 고발한 언론사 <워싱턴 포스트>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는 2045년의 미래, 빈민촌에서 시작된다. 빈민촌의 웨이드 오웬 와츠(타이 쉐리던 분)는 하는 거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비참한 현실의 주인공이다. 뭐든지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가상현실 '오아시스'에 접속해 시간 때우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미래의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 각자의 공간에서 가상현실에 빠진 채로, 가족을 돌보지 않고 타인에게 신경쓰지 않으면서 살아간다. 모두가 비참한 삶을 살아가기에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라도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욕구를 충족하고 '정신승리' 한다. 오아시스에서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하고, 오아시스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되면 이성도 잃는 삶을 살아간다.

발명품의 도덕적 딜레마, 끔찍한 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 컷.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할리데이'는 자신이 죽기 전 오아시스 내부에 '이스터 에그'를 숨겨놨다고 말하고, 이것을 찾는 사람은 오아시스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웨이드는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한다. 친구들과 같이. 그러나 팀은 꾸리지 않은 채, 이스터 에그를 찾아 나선다.

영화 속 게임 창시자 할리데이의 동업자 오르젠 모로우(사이먼 페그 분)는 "발명엔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오아시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기에 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모로우는 할리데이와 '룰의 필요성'을 놓고 갈등한다. 모로와 할리데이의 갈등을 통해, 발명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를 볼 수 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발명된 수많은 발명품이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잔혹하고 끔찍한 슬픈 역사를 만들어냈던 과거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발명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우리는 아직도 헷갈린다.

이런 도덕적 딜레마에 스필버그는 소통과 대화가 답이라고 말한다. 발명으로 인해 얻어지는 힘과 권력을 어느 한 개인이 독점적으로 가져선 안 된다는 것. 소통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권력과 힘을 분산시킬 때 발명에 대한 올바른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더 아름다운 역사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가짜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


영화는 '가짜'와 사랑에 빠진 우리에게, 현실을 돌아보라고 얘기한다. 영화에서 웨이드를 비롯한 수많은 오아시스 사용자들이 '가짜'와 사랑에 빠져, 진짜가 주는 참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다. 아바타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끼리 사랑에 빠지고 우정을 쌓지만, 현실이 아니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실제 모습을 알게 된 사람들이 서로에게 실망한다. 바깥 세상에서 서로를 만난 웨이드와 사만다(올리비아 쿡)는 "여기는 모든 게 느려, 우리는 바깥 세상을 잊고 살잖아"라고 말한다. 가상현실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의 모습에 낙담하고 실망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작은 희망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계속해서 '현실에서의 소통'을 얘기한다. "현실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할리데이의 말은 가상현실, 오아시스에 빠진 소시민들에게 현실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가상현실에서의 친구, 연인이 아닌 현실에서 용기를 가지고 우정을 쌓고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설령 그것이 두렵고 떨릴 지라도 말이다.

현실은 진짜이다. 힘들고 어렵고 수많은 난관들에 봉착하지만 그것이 인생이고, 그래도 그곳이 따뜻한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 현대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자아가 강해져 더 이기적이고 더 이해타산적으로 변해가는 사회 가운데서 살아간다. 그런 사회에서 소통과 대화하기를 노력하는 것 그래서 좀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이라고 스필버그는 말한다.

우리가 갇혀 있는 우리만의 '오아시스'는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또 거기에 빠져 사는 것이 아닌, 현실의 더 소중한 만남을 이어가길 바란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세상에 빠지는 것보다, 끝 없는 진짜 세상을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더 선명하고 실제적인 '현실'을 만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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