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에도 검찰 분위기는 '신중'

서지현 검사 내부 고발 후폭풍... 검사들 "의견 밝히기 조심스럽다"

등록 2018.01.30 16:28수정 2018.02.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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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창원지검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폭로했다. ⓒ JTBC


"의견을 밝히기 조금 조심스럽다."

현직 여성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하지만 검찰 내부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다. 폭로 이튿날인 30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검사들은 대부분 위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파문은 하루 전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올라온 글 한 편으로 시작됐다. 이날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사건 이후엔 부당한 인사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그는 생중계되는 인터뷰 자리에서 구체적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그리고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 동안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자책이 컸다"라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반향이 컸다. 현직 검사가 모자이크 없이 방송에 출연해 내부 비리를 폭로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이후 한국여성변호사회와 여성-엄마 민중당이 철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와 사건을 알고도 덮었다는 의혹을 받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처벌하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SNS에서는 서 검사를 응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검찰 안팎의 온도차... "감찰 결과 지켜보자"

뜨거운 외부 여론과 달리 검찰 내부는 신중한 분위기다. 재경지검의 한 여성 평검사는 서 검사의 폭로 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사안이 조금 조심스럽다"고만 했다. 한 남성 평검사는 "글을 보고 혼란스러웠다"라면서도 "다시 한번 글을 찬찬히 읽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는 잘 모른다"라고 전제한 뒤 "성추행이 있었다면 진상조사를 해서 조치해야 하지만, 그걸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 역시 "이제 막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고, 대검찰청에서도 감찰을 한다고 하니 추이를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 검사를 향한 지지 여론이 검찰 내부에 번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재경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해당 글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피해 검사를 지지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면서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이 검사는 또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검사들의 신중한 분위기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각각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한 상황이고, 사실관계가 명료하지 않을 때는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조직 문화에 기반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폭로 글이 올라온 날 저녁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비위자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혔다. 이튿날 문무일 검찰총장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철저한 진상조사"를 재차 약속했다.

이를 두고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 두 명이 이미 검찰 떠났고, 그들이 법무부 재직할 때 발생한 문제라 엄격히 따지면 대검찰청 감찰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그런데도 감찰에 착수한 건 '이런 사안은 깨끗하게 털고 가야 한다'는 검찰총장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지현 #안태근 #최교일 #성추행폭로 #감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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