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면직, 결론은 명쾌한데 내용이 빠졌다

[取중眞담] 수사외압 의혹은 들추지도 않은 감찰 결과

등록 2017.06.07 19:53수정 2017.06.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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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돈봉투 만찬을 한 법무부 검찰국장이 면직됐다.' 결론만 보면 명쾌해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마치 '죄는 없지만 벌은 받아야 한다'는 얘기와 비슷하다.

법무부·검찰 합동감찰반은 7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및 전 법무부 검찰국장 만찬 금품 수수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검사징계법상 중징계인 면직 처분을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의 면직 사유는 검사의 품위 손상과 부하 직원들의 지휘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안 전 국장과 같이 면직이 권고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징계 사유는 ▲ 청탁금지법 위반 ▲ 예산집행지침 위반 ▲ 검사의 품위 손상 ▲ 지휘감독 소홀 등으로 법률 위반 사항도 있다. 하지만 안 전 국장에겐 법률 위반도 없다고 판단해놓고 이 전 지검장과 같은 면직을 권고한 것이다.

감찰반은 안 전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후배 검사들에게 내민 돈 봉투가 횡령이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아래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은 "안 전 국장이 대가성 없는 특수활동비를 지급했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 '돈봉투 만찬'과 관련, 안 전 국장에게 눈길이 쏠린 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수사와의 연관성 때문이었다. 안 전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인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100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수사 대상이었던 안 전 국장이 자신과 관련해서도 조사한 특수본 검사들에게 건넨 돈은 대가성을 띤 '뇌물'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장 감찰관은 "모임의 경위 및 성격,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해 볼 때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횡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근거는 특수본에서 수사한 '관련 기록'이다. 감찰반은 안 전 수석이 건넨 돈 봉투의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며 별도 감찰은 하지 않았다. 앞서 안 전 수석과 우 전 수석 사이의 의혹이 없다고 결론 낸 특수본의 수사자료 일부를 참고했을 뿐이다. 장 감찰관은 "우병우 수사팀의 처리내용 전반을 점검하지는 않았다"며 "그 부분은 감찰반 업무 영역 밖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병우 전 수석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난 '우병우 라인' 안 전 국장이 혹여 특수본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가 '돈봉투 만찬' 감찰의 핵심인데, 이를 밝혀낼 감찰 활동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안 전 국장이 봉투에 넣어 후배 검사들에게 건넨 돈이 본래 법무부에 책정됐던 돈이고, 검사들에게 수사비로 줄 수 있는 돈이 관행이라는 등의 설명만 길어졌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던 우 전 수석은 왜 그렇게 자주 법무부 검찰국장과 통화했는지, 법무부 검찰국장은 특수본 검사들과 연락한 일은 없는지, 특수본을 이끌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왜 검찰국장을 만나자 했는지 궁금한 건 많은데 이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이 검사 옷을 벗긴다니 '죄가 없는데 벌을 받으라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돈봉투 #감찰 #안태근 #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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