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대통령이 "충격적"이라 말한 이유

언론보도 있었지만 국방부 공식 발표는 없어, "보고 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

등록 2017.05.30 17:54수정 2017.05.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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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국내에 이미 반입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발사대 2기 이외에 4기가 추가로 반입돼 있다는 사실이 숨겨진 경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국방부가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사안이 누락됐고, 지금까지 관련해 어떠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접하고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드 4기가 이미 국내에 반입돼 있다는 것은 이미 다수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YTN은 사드 2기가 경북 성주 골프장에 반입된 지난달 26일 사드 발사대를 실은 차량 4대가 고속도로로 이동하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보도에서 "일단은 경북 왜관 미군 기지에 보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로써 새벽에 골프장으로 들어간 발사대 2기와 추가로 이동한 4기까지 해서 성주에 배치될 발사대 6기가 모두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후 27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실전 배치와 관련해 "사드 전력을 배치한 것은 이제 북한이 도발하면 대응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춘 것"이라며 "어제 사드 장비가 배치된 것은 별도 시설 공사 없이 설치된 '야전 배치'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드 1개 포대 규모의 완전한 작전운용 능력을 연내 구비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대변인은 추가 배치될 발사대 4기의 국내 반입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브리핑을 다룬 다수 언론들은 인용 주체 없이 "주한미군은 사드 1개 포대를 이루는 사드 발사대 6기를 국내에 들여와 이 가운데 2기를 성주골프장에 배치했다. 나머지 4기도 하반기에 성주로 옮길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방부가 공식 브리핑에서는 해당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에게 알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방부가 이후에도 이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누락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뒤늦게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보고가 이뤄졌고, 정 실장이 이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발사대 4기 반입이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방부가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청와대 안보라인 핵심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한창 선거 때였고, 문 대통령은 그런 보도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보도가 있었다고 해도 보고가 없었던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다 보니까 '충격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실장 역시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알게 된 것으로 안다"라며 "국방부는 지금까지 발사대 4기 반입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보도가 있었다고 하지만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숨겨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환경영향평가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발사대가 추가 배치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를 주도 해 온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라며 "이번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사드 관련 원천적인 재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박광온 대변인은 "2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보고가 누락됐다"며 "국방부는 2기가 들어와 있다고 보고했다. (부처가) 국정기획위에 와서 허위 보고를 할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무보고에서 추가 반입에 대해 위원들이) 여러 차례 물었다고 한다"라며 "국정기획위는 국방부 보고를 진실로 믿었다. 국방부가 보고를 거짓으로 할 거라고 상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언론에 4기 추가 배치가 보도되는 등 사드 추가 반입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지적에 "보도에 근거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국방부가 자료를 가져와서 보고하면 그것을 진실로 믿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청와대가 이 부분을 조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국정기획위는 내부 논의를 거쳐 국방부 업무보고를 다시 실시할지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사드 #국방부 #문재인 #발사대 #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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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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