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다녀왔더니 '근무지 이탈'로 징계?

충북경찰청, 표적감찰 논란... 감찰담당자 "의혹에 대해선 모르겠다"

등록 2016.10.05 10:01수정 2016.10.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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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리뷰


충북경찰청이 특정 직원을 '표적감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월 경찰인권센터 장신중 센터장은 SNS '경찰인권그룹'에 "충북경찰청 감찰부서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개인정보법을 위반했다"면서 "징계를 받은 사항들은 모두 원인무효이며 당연히 취소 돼야한다"라고 충북경찰 감찰부서에 대해 '표적감찰 의혹'을 제기했다.

취재 결과 몇 가지 의혹들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위 사건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A씨도 지난 2일 SNS '경찰인권그룹'에 게시물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게시물은 게시된 지 만 하루 만에 1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등 파장을 일으켰다. 전·현직 경찰들이 주로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게시판임에도 "조직에서 이런 개탄스러운 일이 생기다니 슬프다", "감찰 대개혁을 시행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출장 다녀왔더니 근무지이탈?

A씨에 따르면 충북경찰청 감찰부는 당시 사무실내에 위치한 CCTV를 확인해 A씨가 승진시험이 임박한 2015년 11월1일부터 12월31일 사이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 전, 오후 1시부터 퇴근시간 전까지 자신의 사무실 앞 숙직실에서 총 15회에 걸쳐 승진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이탈했고 이로 인해 주무 계장은 물론 동료 경찰관과 내부 갈등을 빚어왔다는 것이다.

감찰은 이를 제1징계사유로 내세웠다. 또 A씨가 같은 기간 총 6회에 걸쳐 아무런 통보 없이 지각 출근했다며 이를 제2징계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결국 A씨는 지난 4월4일 징계위원회를 통해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와 제58조(직장이탈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징계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7월 "A씨가 비위 사실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처분의 위법·부당함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소청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업무 특성상 외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거나 유관기관 등에 출장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기간에 자리를 비운 상황을 두고 모두 근무지 이탈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례적으로 동료들에게 배려를 받아 업무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1~2회 사무실 내에 있는 공간에서 공부를 했다"며 하지만 "감찰에서 근무지 이탈이라고 주장하는 15회 중 정당한 절차로 결재를 받고 출장을 다녀온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확인한 관련 기록에 따르면 A씨가 자리를 비운 횟수 9회, 지연출근(지각) 횟수 5회, 진술 녹화실에 머무른 횟수 1회다. 하지만 감찰이 주장한 무단이석은 총 15회고 CCTV에 확인된 것은 9회뿐이며 무단이석을 언제, 어떤 경위로 했는지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또 진술 녹화실은 근무지인 사무실 내에 위치한 공간이므로 이를 무단이석이라 보기에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취재결과 감찰에서 특정한 무단이석 날짜 9회 중 4회가 정상적인 업무와 출장으로 확인됐다. 감찰이 제시한 CCTV 동영상 확인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5·17·19·23·25일, 12월 2·8·18·22일 등을 자리 비움 즉 무단이석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중 11월 5일과 25일, 12월 2일과 22일 등 총 4일은 출장기록도 있는 공식 업무였다.

A씨는 "관외 출장의 경우 결재·단위가 1일이다"며 "보다 여유 있게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음에도 내근 업무에도 충실하기 위해여 출장 시간을 최소화했는데 감찰은 출장 기록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정당한 출장업무도 근무지 이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관계자도 "외근과 돌발 상황 발생이 잦은 것이 경찰 업무의 특성이다"며 "사무실을 떠날 때마다 일일이 기안을 해서 결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무실 출입 할 때마다 항상 결재를 받으라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부실한 증거, 문제투성이 '감찰'

감찰조사결과 제2징계사유가 된 '지각 출근'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 감찰팀은 CCTV 영상 기록을 증거로 지난해 11월 17·23·25·26일과 12월 22일 등 총 5회에 걸쳐 지각 출근을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와 함께 근무한 직원들은 A씨가 지각한 적을 본 적이 없다는 일관 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진술서와 탄원서를 통해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지각 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40분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한 번도 지각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근무했던 부서는 3명이 일직·당번·비번 교대근무를 하고 있어 특이사항이 없는 한 매일 아침 3명이 모두 사무실에 모여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지각 사실을 모두 알 수 있다.

또 실제시간(위성시간)과 CCTV에 표시되는 시간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어 사실상 감찰에서 지각이라 추정한 CCTV상 시간이 실제시간과의 시간오차 범위 안에 들어 갈 수 있다.

청주소재 C지구대 관계자는 CCTV에 표시되는 시간과 실제시간이 다를 수 있냐는 물음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기계이다 보니 완벽할 수 없다.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평균 10분 이상 CCTV상 시간이 더 빠르다며 오차범위가 큰 경우 30분 가까이도 차이가 발생 한다"고 답했다. 감찰은 A씨가 총 5회, 최소 6분에서 최대 15분가량 지각했다고 조사했다.

A씨가 근무했던 경찰서 CCTV상 표시시간이 실제시간과 달리 표시됐다면 A씨는 지각을 하지 않았음에도 징계를 받은 것이다.

A씨는 "CCTV 수리기사에게도 직접 문의했다"며 "징계를 받은 이후인 8월 중순 경에 확인했음에도 실제시간보다 CCTV에 표기된 시간이 빨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충북경찰청 감찰담당자는 "징계를 진행하면서 관련내용은 확인했을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직접 A씨에 대한 감찰을 진행한 C경위도 "모든 사항들에 대해 현재 답변 해줄 수 없다"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A씨가 근무한 경찰서 청문감사관도 "관련 의혹들에 대해 답변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신중 센터장은 "이런 감찰조사를 자행한 충북경찰청을 증거조작과 직권남용으로 형사 고발하겠다"며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에도 동두천에서 감찰부서의 무리한 표적감찰로 인해 신입 여순경이 약물과도 복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여순경의 죽음이 알려지자 감찰부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요구가 쏟아져 나왔고 경찰에 대한 사회적 지탄 목소리가 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감찰 #표적감찰 #경찰 #충청리뷰 #충북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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