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도서관 열람 가능 책도 '이적표현물'로 기소

'코리아연대' 한 아무개 씨 판결문 들여다보니...

등록 2016.09.19 11:14수정 2016.09.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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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012년 기소된 또 다른 사건의 국가보안법 공소장(자료사진). 이 사건 또한 무죄 판결을 받았다. ⓒ 심규상



"국가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이적표현물을 주거지인 아파트 자택에 소지하였다."


경찰과 검찰이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아래 코리아연대) 회원인 한아무개씨에 대한 국가보안법(아래 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 내용 중 하나다. 경찰과 검찰이 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를 적용한 대상은 <근현대 조선 경제사>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북한의 역사학자인 최윤규가 집필한 조선 근현대경제사로 1988년 간행됐다. 19세기 중엽부터 1945년까지 조선경제사를 다루고 있다. 인터넷에 해당 책 제목을 입력하자 각종 논문에서 책 내용을 인용한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몇몇 인터넷 서점에서도 책 판매를 하고 있었다.

경찰과 검찰은 또 '대중조직체계와 운영방법론'이라는 문건도 이적표현물로 봤다. 이 문건은 '대중조직'의 개념과 조직 운영에 관한 기본 원칙, 체계, 방법에 관해 서술한 글이다. 경찰과 검찰은 "북을 찬양 고무 선동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소지했다"며 기소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지난 6월 말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법원은 지난 6월 열린 선고 재판에서 "이 책(<근현대 조선 경제사>)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별다른 제한 없이 열람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 학술정보관에서 대출할 수 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북한을 찬양하거나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이적표현물로 보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조직체계와 운영방법론 '문건에 대해서도 "이적표현물로 보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기한 이적표현물 반포(널리 알려 알게 하는 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보았다.


앞서 검사는 한씨가 '우리가 충남진보의 희망이다'는 밴드에 코리아연대의 기관지 격인 '21세기 민족일보'의 게시물 5건을 링크한 데 대해 이적표현물 반포 혐의를 적용했다. 링크한 글 내용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의 원인을 한국의 잘못으로 돌리며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북한을 찬양 고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밴드에 속한 구성원이 코리아충남연대 일부 조직원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한 반포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교통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한씨가 2011년 8월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수천 명의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며 2시간 동안 도로를 점거한 혐의(교통방해)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차도 점거 여부가 불투명하고, 단순참가자로 참가한 것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코리아연대 자체를 이적단체로 보고 나머지 찬양 고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부 무죄 판단과 함께 검사의 구형(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과 달리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3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검찰과 경찰이 보안법을 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고 있다"며 "계류중인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이 인정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한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출석요구서 없이 강제 구인하고 경찰서 진술실에서 수갑을 채워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국가보안법 #코리아연대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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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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