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살인' 피의자 신상 공개, 반갑지 않다

[주장]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생겨나는 2차 피해도... 법의 목적을 돌아봐야 할 때

등록 2016.05.14 18:34수정 2016.05.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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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의 가족, 친구 피의자의 가족, 친구라는 낙인과 색안경 낀 시선은그들에게 절망을 느끼게 한다. ⓒ @pixabay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컨트롤제트>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아버지는 연쇄살인마로, 자살했다. 주인공은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낙인 찍힌다.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에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노트북을 얻게 되고 그것으로 자신이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기억을 지우고 새 삶을 살게 되는 내용이다.

"그냥 아, 내가 이런 무서운 사람의 딸이구나 나중에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런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고 아예 그렇게 시선을 보고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걸 많이 원망했던것 같아요."

지난해 11월 11일에는 KBS <추석60분>에서 '낙인에 멍든 수용자의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받고 삶이 송두리째 바뀐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소녀는 어떤 곳을 가더라도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때문에 제대로 살 수가 없었다. 부모의 죄를 자식이 물려받고 살아가는 꼴이었다.

피의자 신상공개,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대부도 토막살인'의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경찰은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점을 신상공개의 이유로 밝혔다. 이후 피의자 신상 공개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강력사건 피의자들의 얼굴이 신문지면이나 방송에 공개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이후로 이러한 관행을 바꿨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되게 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후 인권에 대한 논란이 커지게 되면서 결국 경찰청은 2005년 1월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마련하게 된다. 제 85조 초상권 침해 금지를 보면 '경찰관은 경찰관서 안에서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나와있다.

이후 한동안 경찰들은 피의자들에게 마스크와 모자를 제공하여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막아왔다. 하지만,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흉악한 범죄 행각에 얼굴을 공개해야 다는 여론이 커졌고 이를 공개하게 된다. 이후 2011년 4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하여 흉악범의 경우에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게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피의자 신상 공개의 기준으로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이다.

신상공개의 기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의자의 가족이나 친구의 신상이 공개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부도 토막살인' 피의자의 신상공개의 경우, 누리꾼들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가족, 친구 그리고 전 애인의 신상까지 공개됐다. 

경찰은 피의자의 가족, 지인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모욕적인 글을 게시할 시에는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노출된 피의자의 가족, 친구 등의 2차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법의 목적에 맞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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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영 <리멤버 - 아들의 전쟁> 장면 주인공 서진우(유승호 분)의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이 살인자로 잡혀가게 되자, 진우에게 '살인자의 자식'이라고 외치며 사람들에 의해 집이 엉망으로 된 모습. ⓒ SBS 드라마 홈페이지


많은 국민들이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의 인권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범인의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인권을 보장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범죄자의 신상은 공개한다" 등의 의견들이다.

하지만 보복성으로 행해지는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아닌, 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하고 있다. 즉, 법원에서 피의자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전에는 피의자를 무죄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었을 경우에, 피의자가 이후 무죄인 것이 밝혀지게 된다면 신상공개로 인한 낙인효과는 무죄선고를 받은 피의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또한, 법의 목적이 단순 처벌이 아니라 범죄자를 교화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거다.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도 범죄의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로 인해, 피의자는 사회로의 복귀를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 목적에 있어서도 신상공개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여야할 문제이다.

이상하게도,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오히려 피의자 주변인들에게 더욱 많은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피의자의 경우에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사회와 차단되기 때문에 사실 신상공개의 피해를 크게 입지 않게 된다. 하지만, 피의자의 가족이나 친구의 경우에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마치 연좌제처럼, 피의자의 가족은 피의자가 저지른 죄에 대한 분노를 떠안게 된다. 부모가 살인자라면 자식은 '살인자의 자식'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가 분명히 존재하고 적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그 피해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역사속에서 낙인으로 인한 많은 피해를 느꼈다. 국회의원의 입에서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은 장인이 빨치산이라서 좌편향 교과서를 만들었나?"라는 발언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예비검속으로 억울하게 좌익인사로 몰려 학살당한 많은 목숨의 유가족들은 긴 세월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살아왔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히는 데 60년이 넘게 걸린 나라다. 그만큼, 사람들의 색안경 낀 시선은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서 단순히 보복성 행위나, 피의자의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피의자의 신상공개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이로 인하여 생길 2차피해를 최소한으로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홉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에 피의자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더 심도 깊은 고민과 사색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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