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지역공동체 파괴되고 삶은 팍팍해졌다

[동행 취재-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5일째] 뺏기고 또 빼앗긴 농부들

등록 2016.04.24 14:22수정 2016.05.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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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100일 걷기 금강 5일째 도착지인 백제보에서 ‘자애경’을 읽고 마주 보며 삼배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 김종술


빗속에 강행군한 탓일까?

노스님이 자꾸만 눈을 감으신다. 백제의 도읍지로 부소산성과 낙화암 때문에 관광객이 많은 유원지와 도심을 걸어야 하는데 혹시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부터 밀려온다. 안개는 자욱하고 황사가 밀려와 미세먼지가 나쁜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햇볕에 타들어 가는 얼굴빛이 자구만 붉어진다. 덥수룩한 수염에 노숙자로 보일까 염려스럽다. 경작금지, 낚시금지, 취사금지 등 금지·경고·위험 표지판이 어지럽다. (관련 기사: 물고기 60만 마리 떼죽음, 그곳을 다시 걸었다)

4대강 100일 수행길 금강 걷기에 나선 스님들과 찾아간 출발지인 부여대교 정자에는 오카리나 연주자이자 시민운동가인 구본중 선생이 도착해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바쁜 일정에 시간을 내준 것만도 고마운데 간식으로 빵까지 준비해 오셨다. 전 농민회장이자 군수 2리 정영체 이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농민은 돈보다 농사 짓을 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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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전 농민회장이자 군수 2리 정영체 이장이 마을의 유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 김종술


정영체 이장은 현재 메론 농사를 짓고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겪어야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출발 전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이 강변의 갈대밭을 일구어 농사했다. 당시 눈 밝은 사람들(지역의 토호세력)이 자신들 앞으로 등기를 돌리면서 소유자가 되고 힘 없는 까막눈 농부들은 소작인으로 살았다. 나중에 이를 알고 소유권 문제로 싸우다가 결국 힘 없는 사람들만 영창(교도소)을 다녀왔다.


강변에서 수작과 단무지 농사를 짓고 살았다. 하천부지라 하더라도 법으로 등기만 못 하지, 농민들 간에는 2~3만 원 선에서 거래되었다. 4대강 사업 당시 2010년부터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평당 9300원 정도로 보상금은 받았다. 다른 농민들은 '불법으로 농사짓고 보상받았다'고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었다. 농민은 농사 짓을 땅이 필요하지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보상금을 받아서 땅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대토를 구하지 못하고 설령 구했다고 하더라도 10~20km 떨어진 곳으로 다니면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짓는 장소도 멀고 구하지 못한 친구들은 도시로 떠났다. 마을에 무슨 대소사라도 치르려고 하면 사람도 없고, 떠나간 친구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농사를 지을 때는 홍수 때 물의 흐름을 막는다며 시설물 설치는 못 하도록 관에서 막았었다. 그러더니 4대강 공사를 하면서 강변에 나무를 잔뜩 심어 놓았다. 이것만 보아도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 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구본중 선생은 "수박의 생산량이 전국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었다. 생산물이 나오는 시기에는 야식집이 3,4시까지 성업할 정도로 도시에 활력이 넘치기도 했다. 그리고 농민들이 보상은 받았지만, 주민 간 갈등으로 삶은 피폐해지고 공동체는 파괴되었다"고 주장했다.

정 이장은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보면 농토를 버려둔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몇몇 사람들은 농담 삼아서 하는 말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트랙터 타고 들어가서 선 긋기를 하겠다고 한다. 나만 해도 혹시나 해서 고장 난 트랙터를 고쳐 놓았다. 스님들이 노력해서 농민들 땅 되찾아 준다면 우리가 스님들에게 조금씩 땅을 돌려드리겠다"고 하면서 한바탕 웃음꽃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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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원은 사람들이 찾기에 외져 있다. 입구에는 불법 경작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 김종술


다시 걷기에 나섰다. 안내를 맡은 구 선생에 따르면 하루에 자전거 이용객이 10여 명 정도라고 한다. 주말에는 조금 많아지지만 도찐개찐이라고 한다. 백마강교 입구에 신동엽 시비를 찾았다. 앞으로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라고 한다. 강변에 드넓은 공원에 또다시 공원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백마강 다리 밑 배제보 하류 6.6km 지점 이곳은 충남 도민의 식수공급을 위해 도수관을 연결한 곳으로 올 초 서둘러 공사를 끝낸 곳이다. 도수로 인근은 뜨거운 햇살을 받은 강물은 '쓰레기 곤죽'이다. 은산천과 백제보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깨진 플라스틱 그릇, 폐비닐, 농약병, 소주병, 알루미늄 캔, 새의 깃털, 신발, 물병, 먹다 버린 도시락... 쓰레기 매립장에서나 봄 직한 것들이 물 위로 둥둥 떠다녔다.

"이런 물을 식수로 사용하다니 어떡하면 좋아"

42년 만의 가뭄, 황당무계한 '4대강 활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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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댐으로 용수를 공급하는 장소인 백마강교 취수장을 바라보며 강변을 돌아봤다. ⓒ 김종술


지난해 42년 만의 가뭄으로 충남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충남 서부 지역의 8개 시·군이 단수 조치로 불편까지 겪으면서 정부는 '4대강 활용론'을 도민의 희망으로 포장했다. 하루 11만5천 톤씩 금강 백제보 하류 6.6km 지점에서 보령댐 상류로 끌어들이기 위해 625억 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했다.

재난 상태에 따른 긴급용수 공급이라는 목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는 무시했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던 총알 같은 속도전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국토부의 승인을 등에 업은 수자원공사는 시공사 선정 6개월 만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2013년 충남도는 백제보 인근에서 물을 충남 서부로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수질 악화 문제로 무산됐다. 지난 2014년 <SBS스페셜> 영상을 보면 수자원공사와 충남연구원 등은 '질산성 질소와 암모니아가 기준 이상으로 높아서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썼다.

그러나 가뭄 앞에서는 식수 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수자원공사와 충남연구원은 입을 다물었다. 불과 3년 전에 쓴 보고서는 휴짓조각이 됐다. 금강정비사업 이후 수환경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충남도와 충남연구원은 2015년 보고서를 통해 2급수 정도라고 한다. 상황에 맞춰 오락가락하는 보고서를 믿어야 한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 1인당 44만 원, 총 22조 원을 투입한 4대강 사업이 끝나고 금강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지난 6월 <오마이뉴스>는 2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가운데 금강 탐사를 했다. 배를 타고 강의 중간에서 퍼 올린 퇴적토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시꺼먼 펄이었다. 그 속에서 깔따구와 실지렁이를 확인했다. 4급수에서 사는 생물은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 전 구간에서 발견됐다. 거짓은 언젠가는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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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심어 놓은 4대강 조경수가 바람에 넘어지고 죽어서 방치되고 있다. ⓒ 김종술


구드레나루터에는 관광객을 태우고 풍악을 울리며 내달리는 유람선이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여군은 주말을 맞아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공원에도 울긋불긋 등산복에 봄옷을 입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그러나 부여 시내는 황량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오후 들어 햇볕이 따갑다. 여전히 황사 때문에 미세먼지로 인해 눈알까지 따갑다. 그늘 한 점 없는 콘크리트 도로를 걷고 또 걷는다. 저 멀리 금강의 첫 번째 보인 백제보가 보인다. 하얀 물거품이 띠를 두르고 흐르고 있다. 주말이라 주차장은 만원이지만 전망대 보수 공사로 인해 어수선하다.
#4대강 사업 #불교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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