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조정, 고통은 학생 몫이다

[주장] 대학 구조조정을 바라보며

등록 2016.03.31 16:47수정 2016.03.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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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타올

지난해 2학기 개강일 앞둔 여름방학 어느 날,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페이퍼 타올 공급 중단을 공지했다. 학교에 학생들이 많지 않은 방학에 갑작스러운 공지였다. 학교 측에서 처음에 공지한 공급 중단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재정적인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긴축재정을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페이퍼 타올,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이질적인 단어에서 이상한 느낌이 왔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은 생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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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화장실 페이퍼 타올통에 붙인 안내문 ⓒ 정양현


학교 측은 페이퍼 타올에 소요되는 약 1억원을 장학금으로 전환하여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데 활용하는 지표를 올려보겠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페이퍼 타올을 공급하지 말자는 의견은 "등록금 아끼기 및 비용 절감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나온 학생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의 구조조정 등 큰 계획을 위해 긴축재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부터 이상한 느낌이 구체화되었다.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보자는 진지함과 장난을 반 섞어서 "경기대 핸드타올 수비대"를 만들었다.

잠깐만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등록금 아끼기 및 비용 절감 아이디어 공모전은 무엇일까? 학교는 2013년에 재무처 재무회계팀이 주관하여 등록금 아끼기 및 비용 절감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 나왔고, 공모전에서 누가 수상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2013년에 진행된 공모전을 이제 와서 들먹이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 제안했으니 학교는 상관없다 식의 태도가 아닌가. 그리고 모 교수의 제보에 따르면 학생처에서 페이퍼 타올 공급 중단을 요구하던 페이스북 페이지인 '경기대 핸드타올 수비대'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페이퍼 타올 공급 중단 사태에서 우리가 주시하여야 할 것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 학교 측이 학생들과 소통하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페이퍼 타올 공급 중단을 밀어붙였다. 설명하려고 했다기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당시 총학생회로부터도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고통 분담은 학생들만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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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핸드타올 수비대가 한 일이다. ⓒ 정양현


구조조정의 시작

페이퍼 타올이 사라진 후로 학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 이사회 회의록, 대학평의원회 회의록 등을 꾸준히 읽어보았다. 마침 대학평가에서 학교는 C등급을 받았다. 각종 회의록에서도 구조조정의 정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학생들에게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경기대 문제연구소 뒷담"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 문제를 알리기 시작했다.

겨울방학이 되자 예상대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조용하게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쳤다. 코어(CORE) 사업이라는 것을 추진하면서였다. 학교는 일방적으로 동북아학과(중문과+일문과+러문과)와 유럽학과(독문과+프문과), 인문융합학부를 만들어 데이터인문융합전공, 스토리텔링디자인전공, 미디어인문융합전공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부 학과의 반발이 있었지만 정말로 조용히 이 사업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학교는 코어사업에서 1차도 넘지 못하고 떨어졌다.

올해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에는 신입생들도 들어왔다. 하지만 학교는 각종 회의에서 프라임(PRIME)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아무도 학생에게는 말해주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이 사업의 정체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프라임 사업의 마감 전날인 지난 3월 30일이었다.

학교는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관련 안을 학생들에게 공개했다. 그전까지는 학생들은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학교는 지금까지 한마디도 학생들과 상의하지 않았다. 이런 것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과가 사라지게 된 문예창작학과의 신입생은 그 자리에서 자기 과가 사라지는 것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C등급 대학교의 학생입니다

지난해 경기대학교는 교육부로부터 대학평가 C등급을 받았다. 학교는 이 원인을 밝히고 있지 않다. 하지만 원인은 짐작이 간다.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교사확보율 등 교육여건 지표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 심지어 법인 전입금은 2015년 전국 평균이 4.2%인데 경기대학교는 0.3%를 재단이 부담하고 있다. 재단이 학교에 돈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러니 전임교원도 임용할 수 없었다. 건물도 지을 수 없었다. 등록금으로만 학교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심했는지, 교직원들의 사학연금도 등록금으로 내고 있었다.

경기대의 재단은 과거 여러 문제로 퇴출되었다가 작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과거사에 관한 입장 표명도 없었고, 명확한 학교 발전에 관한 비전도 없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교를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경기대는 C등급을 맞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번 학기에 18학점 수업을 듣는데, 내가 듣는 수업 중 제일 사람이 적은 수업이 5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임교원 확보율 = 교수 활동과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교원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교사확보율 = 학생들이 강의를 듣거나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교육비 환원율 =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이 학생 교육에 얼마나 투자되는가를 나타낸 지표이다.

학교의 구조를 개선하겠습니다

다행이도 등록금은 사립대학이지만 그리 비싼편은 아니라고 한다. 올해 등록금은 동결되었다.

하지만 체감상 등록금은 오른 것 같다. 지난학기까지 있던 페이퍼 타올도 사라졌다. 조교님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도서관 정보실도 이용 시간이 확 줄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사라지거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학교는 이것을 구조개선이라고 말한다. 어제 진행되었던 설명회도 구조"개선" 설명회라고 한다. 어떻게 학생 복지가 사라지고, 교직원이 줄고, 학교 시설의 이용시간이 줄어든 것이 구조개선일까? 오히려 학교 구조의 후퇴가 아닐까?

학교의 설명회는 충격적이었다. 내용도 충격적이었다. 당장 내년에 약 150명의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사라지는 과도 있고, 언어 관련 학과들은 모두 학부제로 운영된다고 한다. 대학평가가 끝날 때까지 20여개의 과를 줄이고 입학 정원 1000명을 줄이겠다고 한다. 메카트로닉스학과, 융합데이터시스템공학과 등 생소한 과를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나를 더 경악하게 한 것은 한 교직원의 말이다. 학과를 통폐합하고, 학생을 줄이는 것이 정말 완벽한 구조개선이고, 조교 수를 감축했고, 그만큼 일을 다른 교직원들이 하면 된다고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더 많은 숫자를 배팅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학교 입장에서 학생 수는 하나의 숫자이고, 과 역시 그럴수 있다. 조교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생계이고, 하나의 꿈이 아닌가? 그것을 줄이면서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너무나도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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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감축으로 도서관 전자 정보실을 야간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게 구조개선인가? ⓒ 정양현


결국 재단이 문제다

나는 경기대학교가 프라임 사업에 선정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 여건 지표가 다른 학교들에 비해 떨어진다. 그리고 학내 구성원과 한번도 제대로된 소통을 한적이 없다. 이런 학교가 사업이 되는 것도 문제이다.

만약 프라임 사업에서 떨어지면, 당장 2주기 대학 평가를 위해 인원을 감축하여야 한다. 하지만 경기대학교는 재단전입금 보다는 등록금으로 굴러가는 학교이다. 이 상황에서 학생을 감축하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수입의 감소가 올 것이다. 수입의 감소는 더 심각한 교육의 질 하락을 불러올 것이다.

설명회에서 재단에 관한 질문들이 나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노력하고 있다 이상의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럴거면 작년에 재단은 왜 학교로 다시 돌아온 것인가?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을 교육부가 올렸다고 한다. 내용은 등록금으로 재단의 소송 등을 치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하반기에 박근혜 정부는 대학구조개혁법을 상정한다고 한다. 내용을 보니 감축한 인원으로 남는 교사를 상업용도로 변경할 수 있게 해주고, 구조평가로 퇴출된 재단이 학교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법이 변하고 있다. 재단이 돈을 쓰지 않고 학교를 굴릴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프라임 사업과 코어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인원감축 후 줄어든 등록금 수입을 재단이 대는 것이 아니라, 정부 마음에 드는 구조조정을 한 학교에게 돈을 국가가 주겠다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죽어가고 있다. 교육의 사회적 가치보다 산업계가 원하는 가치가 우선이 된다. 대학이 효율성과 경제 논리 앞에 죽어가고 있다.

반면 재단을 살아나고 있다. 자신의 돈을 쓰지 않고,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등록금으로 재단의 업무를 볼 수 있게 되고, 인원감축으로 남는 교육 재산을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재단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고 있다. 모든 피해는 학생의 몫이다. 대학이 변하고 있다. 물론 대학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에 종속된 형태로만 변해야 할까? 시장 논리 앞에서 교육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모든 학교가 학문과 사회적 관계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과 산업 수요의 연관성만을 찾을 것이다.

교육은 죽었다. 하지만 재단을 살았다. 새로운 한 학기를 시작하는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프라임 사업 신청 마지막 날, 교육 대학살의 첫 날이 열렸다. 하지만 학살을 막기에는 파편화 되어 있는 학생들의 힘이 미약하다. 우리는, 우리의 교육은 이렇게 죽어야 하는 것일까?

"대학은 시장의 편협한 명령에 항복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공적 기관이다. -제니퍼 위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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