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반대는 북의 지령" 새누리당 '종북' 카드 꺼냈다

새정치연합 "우리가 적화통일세력이라 국정화 반대하나"

등록 2015.10.28 19:34수정 2015.10.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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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려나온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오른쪽)이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전체회의에 나와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듣고 있다. 왼쪽은 국정화 확정고시 강행 의지를 밝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남소연


내년 예산안 논의를 위해 28일 모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는 해묵은 색깔론 공격이 횡행했다.

이날 오후 속개된 교문위 회의에서 윤재옥·박대출 새누리당 의원(교문위)은 "북한이 지령문 내린 내용이 백주대낮 대한민국에서 나왔다", "북에서 지령을 내려 일부 종북 세력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그 탓에 오전 중 '교육부 비밀 TF' 의혹 관련 질의가 오가던 교문위 회의는 색깔 논쟁으로 변질됐다(관련기사: '국정화 비밀 TF' 키 쥔 오석환 단장, 국회 '불출석').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석간지 <문화일보>가 28일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 대남공작기관은 최근 해외 친북 단체와 국내 친북 조직·개인에게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반대 투쟁을 지시하는 지령문을 보냈다'라고 보도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의원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여기서 그 얘기를 하는 의도가 뭐냐, 동료 (야당) 의원들이 북한 지령을 받고 움직인다는 거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발언하는 중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2012년 2월, 33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은 유인태 새정치연합 의원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의원은 "제가 과거에 (일본 기자가) 취재비로 준 7500원 받은 것이 공소장에 '김일성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적혀 사형선고를 받았었다, 오늘 분위기가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도 "21세기 대한민국 국민 수준을 어떻게 보길래 낡은 종북몰이 수법을 쓰는가", "이런 현실이 서글프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반대 여론이 급속히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도 있고 해서 정부·여당 입장은 알겠지만 반대 여론을 되돌릴 방법이 정말 이것밖에 없느냐"라며 "종북몰이가 지겹지도 않느냐"고 따졌다.

'북, 지령문 보낸 걸로 알려져' 추측 기사 두고 "정부 차원 엄정 대응" 요구


이 기사의 첫 문장은 '북한이 최근 (…) 지령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로 시작한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인 셈이다. 또 '관계자', '소식통'이라는 등 기사 어느 곳에도 취재원의 실명 한 번 언급되지 않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마치 이 기사가 확실한 사실인 듯 전제하며 "정부 차원에서 엄정 대응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윤재옥 의원은 이날 "북이 지령을 내려 일부 종북 세력을 선동하고, 해외에 거점을 둔 종북 세력들을 이용해서 자꾸 남·남 갈등, 나라 안 갈등을 조장하는 조짐과 동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이런 (일부 세력의) 사실 아닌 주장으로 인해 올바른 교과서 추진하는 취지가 왜곡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황우여 장관은 이에 대해 "그렇다"며 "이것이 정쟁화되거나 (…) 지나치게 이것이 오히려 분열되거나 해서 국가에 누가 될까 봐 교육부는 그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도 "의도했든 안 했든 북한이 지령문 내린 내용이 대낮 대한민국에서 나왔다"며 "사실이라면 경악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남공작기관이 국정화 반대에 참여하는 단체를 통해 반대 기자회견 등을 적극 전개하라고, 구체적인 반정부 투쟁을 지시했다 한다"며 "북한이 원하는 행동이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것", "정부 차원에서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기홍 의원은 이에 "어제(27일)도 '좌시하지 않겠다' 얘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 ) 등골이 서늘했는데, 동료 의원이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며 박대출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앞서 '역사 왜곡·미화 교과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으며 "등골이 시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자일 수는 있지만, 전지적 시점에서 '역사를 바로잡을 권리'도 있나", "이건 마치 연산군이 사초(공식 역사편찬의 자료가 되는 기록)를 보는 것(과 같다)", "(연산군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사초를 본 것"이라는 비판이다.  

예결위도 파행, 야당 의원 "우리가 적화통일세력이라 국정화 반대하는 건가" 

비슷한 시각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같은 일로 파행이 거듭됐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에도 "올바른 교과서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교문위 회의에서 황우여 장관에게 "저희가 적화통일세력이라 정치 생명을 걸고 국정화를 막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황 장관은 "그렇게 하면 '좋은 교과서를 만들자'란 논의가 흐려진다"며 말했다. 황 장관은 그러나 "'국정화 TF'와 관련해 확인하러 간 야당의원이 화적떼인가"라 묻는 말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설훈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정 교과서 강행을 추진하는 황우여 장관·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에게 "충정으로 말씀드린다", "이제 그만두셔야 할 때가 왔다"며 사퇴를 권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잘못된 거면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민주주의 사회인데도 이게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황 장관에게 "저라면 '못 하면 못 하겠다'고 얘기하겠다, (황 장관이) 이제 '못하겠다, 아니다' 얘기하실 때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제가 후배로서 권하는바"라고 말했다. 황 장관은 설 의원이 말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설 의원은 이어 "김정배 편찬위원장은 제 은사이시다, 제가 고려대 들어갔을 때 제가 가르침을 받았다"며 "첫 강의시간 제게 '역사는 역사적 팩트(사실)와 역사가의 필링(느낌)'이라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제자가 따랐고 저도 참 존경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공적인 자리에서 말씀드리게 돼 죄송하지만, 그만두셔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박주선 교문위 위원장(새정치연합)은 이날 "국정 교과서로 인해 온 나라가 두 쪽이 났다"며 "(박 대통령이 말했던) '국민 대통합'은 간데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역사교수들과 해외 석학들마저 '국정화는 시대 역행'이라 비판하는데도 대통령은 국정화 강행을 천명했다"며 "죄 없는 민생을 볼모로하는 이념 논쟁은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정교과서 반대 #교문위 국정화 #국정화TF #국정화 반대 #국정화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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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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