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이 역사 장악, 이러다 대한민국 사라질 수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68]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등록 2015.09.07 17:11수정 2015.09.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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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이영광


한강 이북은 중국 영토로 나온다. 한강 이남의 신라와 백제의 건국을 서기 300년 이후로 그렸다. 심지어 독도까지 삭제된 고대사 지도. 이 지도를 보면 아마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지난 2008년부터 대한민국 세금 47억 원을 들여 만든 '동북아역사지도'의 실체이다. 결국, 발간이 무산되고, 검수 작업에 들어섰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지난 8월 15일, 이와 같은 '식민사관'을 비판하는 책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아래 <매국의 역사학>)를 출간해 화제다. 책 출간 이야기가 궁금하여 지난 2일, 광흥창역 근처에 있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를 찾았다. 다음은 이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학자들만의 '비밀 카르텔' 식민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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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표지 ⓒ 민권당

- 지난 8월 15일 <매국의 역사학>를 출간하셨잖아요. 보름 정도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얼마 안 되었는데도 여러 군데에서 인터뷰나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옵니다. 반응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사람들은 식민사관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건 우리 사회에 감춰져 있었던 비밀의 카르텔이죠. 아는 사람들은 일부러 이야기를 안 합니다. 전문가라는 틀 속에 감춰져 있었던 이야기가 드러났기 때문에 반응이 커지는 것 같아요."

- 아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안 한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뭐죠?
"자기들은 카르텔이라 안 하죠. 한국에서 자기들끼리만 보는 책에 쓰는 것인데, 논리가 교묘합니다. 물론 <매국의 역사학>에 언급한 것처럼 국민 세금을 가지고 '독도는 일본 것이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 한국에서 내는 논문이나 책에서는 '독도가 한국 것이란 주장에도 어느 정도 논리는 있다'고 한두 가지 주장을 나열해 면피하면서, 독도가 일본 것이라는 일본 극우파들의 주장은 아주 자세하게 써주는 식입니다. 실질적으로 독도는 일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 <매국의 역사학>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셨나요?
"동북아 역사재단에서 국민 세금 47억으로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들었어요. 국민 세금으로 만들면 대한민국의 관점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도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러나 반대였죠.

저는 지도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알고 있어서 그 사람들이 만들면 문제 많은 지도가 나올 거로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심하더라고요. 독도는 지우고, 한강 이북은 중국의 영토로 그리고, <삼국사기> 초기 불신론에 따라서 4세기의 백제와 신라도 지워버린 지도를 국민 세금으로 만들었어요.

국회에 '동북아 역사 왜곡 특위'가 있어요. 특위 위원들이 이 지도를 검토해달라고 해서 그 과정에서 전체 지도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차원에서 국회 특위에서 저와 지도제작 책임자를 불러 회의를 했습니다. 양자가 직접 앉아서 토론해 보니 국회의원들이 명확하게 알게 된 거예요. 이런 문제들이 계기가 되어,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 이 소장께서는 식민사학자들과 싸우고 계시잖아요. 어떻게 싸우게 되셨어요?
"제가 대학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모두 역사학을 했어요. 하다 보니 뭔가 이상해요, '현대사는 연구하면 안 된다'고 해요. 그러는 중, 희산 김승학 선생의 종손인 김병기 선생을 만났어요. 희산 선생은 만주 독립군의 참의부 참의장도 하셨고, 임시정부 학무국장도 지냈습니다. 해방 후에는 <한국독립사>라는 역사서를 쓴 역사학자이시기도 하죠.

대학원 시절, 김병기 선생을 만나서 교류하면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신채호 선생이나 박은식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이 쓴 역사학이 따로 있는데 이건 사장됐다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배우는 역사는 결국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것이란 얘기였죠.

뭔가 이상하던 차에 그런 말 들으니, 어떤 게 사실인지 연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조선 총독부 사관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 뿌리를 찾으니 노론까지 이어지더라고요. 최소한 이 구조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시작했습니다."

- 공격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재판까지 갔으니 공격은 점점 심해지고 있죠. 그러나 이것은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이 아니고 역사관에 대한 공격이죠. 그래서 이런 싸움에서는 저를 하나의 도구로 생각해야 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편해집니다. 짧게 말하면 해방 이후 70년 동안, 일제강점기 이후 100여 년 동안, 그리고 더 길게 가면 조선 후기 300년 이상 가는 권력에 저는 도전하는 것입니다."

한일고대사, 역사전쟁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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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기냥의 동북공정지도(좌)와 동북아 역사지도(우) ⓒ 이덕일 제공


- 우리 사회에서 '역사 왜곡'이라고 하면 흔히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문제에 관해 얘기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고대사를 다루고 있어서, 식민사관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제가 주장하는 건, 한국 고대사는 순수 고대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한국 고대사는 조선 총독부에서 만든 역사이기 때문에 근현대사 영역에 속합니다. 한일고대사는 예나 지금이나 역사전쟁의 최전선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 같은 역사학자들이 모두 고대사를 연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지금도 일본에서 과거 제국주의 사상을 계승한 아베 내각이 들어서니, 임나일본부설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여차하면 이를 빌미로 이 땅을 침략하겠다는 겁니다.

과거 일본이 이 땅을 점령할 때 정한론부터 나왔어요. 그리고 신공 황후가 삼한을 정벌했다고 나오죠. 신공 황후의 삼한정벌설이 임나일본부설의 뿌리인데, 지금 일본에서 전 세계에 조직적으로 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학자들은 여기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제가 식민사관을 비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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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씨의 책과 일본 후슈사 역사 교과서 비교 ⓒ 이덕일 제공


- 역사 왜곡에서 현대사보다 고대사는 주목받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으로 보세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사는 관점의 문제가 중요한 것처럼 보여요.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을 어떻게 보냐고 물으면 서로 뚜렷해서 금방 논란이 되는데, 고대사를 논쟁하려면 일단 고대사를 알아야 하므로 쉽지 않죠. 수천 년 전의 사건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려면 사료를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일반 국민은 고대사를 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식민사학자들은 고조선 죽이기를 시도하며, 신라와 백제 건국을 서기 300년 이후로 보잖아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세요?
"고조선 죽이기는 조선총독부 직속의 조선사편수회가 주도했습니다. 신라와 백제 건국을 깎아내리는 것도 조선총독부의 입장을 그대로 추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조선의 강역을 나타내는 표지유물이 비파형 동검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요하 서쪽의 랴오닝 성 서쪽이나 허베이 성, 내몽골 일대에서 비파형 동검이 많이 나와요.

중국 사람들이 이를 고조선의 강역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정하면 동북공정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만들어 낸 논리는 고조선 것이 아니라 산융이나 동호 같은 북방 유목 민족의 검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무 근거 없이 우기는 셈이에요.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호텔에서 비싼 밥 먹으며 한 회의에서 이 주장에 동조합니다.

일제가 <삼국사기> 초기 불신론을 만든 것은 임나일본부 때문입니다.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를 그려 놓아야 하는데 <삼국사기>를 보니 이 시기에 이미 신라와 백제가 강국이에요. 이런 강국의 틈바구니에 임나일본부가 존재할 수 없으니까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가짜로 모는 <삼국사기> 초기 불신론을 만든 것입니다."

"신 일진회 깃발 들고 나올 사람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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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이영광


- 광복 70년이 흘렸지만, 우리는 아직 친일을 청산하지 못했어요. 다큐멘터리 '친일과 망각'을 제작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이대로 가면 광복 100년엔 친일이란 말조차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던데….
"정확히 맞는 말이에요. 이대로 가면 광복 100주년에는 친일이란 말조차 사라지고 독립운동은 과거 일제 강점기 때 당시처럼 비하 받을 겁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친일을 잘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인데, 빨리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심각한 상황은 국제정세가 아주 수상하게 흘러갈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신 일진회 깃발 들고 나올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저는 자칫, 이 민족과 국가가 영원히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100여 년 전 나라를 빼앗겼을 때는 독립운동가는 물론 일반 백성들도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제가 식민사관을 만든 거죠. 그런데 지금 망하면, 이미 식민사관이 장악한 상황이라 저항의 논리가 사라집니다. 이 나라와 이 역사는 지도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거죠."

- 지금 상황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구한말과 다른 건,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반성으로 인해, 남의 나라를 무력으로 침략해서 점령하는 게 어렵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강한 국방력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관만 바로 서면 60만 대군으로 어느 나라와도 싸워 지킬 수가 있죠.

문제는 정신세계가 썩어 있다는 겁니다. 정신세계를 빨리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정세라는 건 언제 변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유럽에서도 인종 차별주의를 주장하는 정당들이 점점 득세하잖아요. 세상이 차별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지옥으로 변해가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우려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려면, 비정규직을 우리 사회 전체의 여력이 허용하는 한에서 정규직화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부분들이 있어서 우려스럽습니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을 해방 후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때라고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잘못도 큽니다. 이 당시 남한의 정치 질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치 질서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백범이 선거에 참여해서 정권을 잡아서 친일 청산을 했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점은 상당 부분 청산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친일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제가 주장하는 건 사실 간단해요. 친일후손들이 '부모님과 조부모가 나를 있게 해줘서 고맙지만, 그분들이 일본 강점기에 한 정치 행위는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가진 많은 부가 선조들의 친일 행위의 대가라면 조금이나마 역사를 바로잡는 데 쓰고 싶다'라고 하면 됩니다.

근데 자꾸 친일 행위를 민족을 위해서 했다거나 민족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한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니 반감이 커졌습니다. 그 사람들의 부 자체가 친일 행위의 대가처럼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건 본인들에게도 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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