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00일... 박 대통령 대개조론, 여전히 의문"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6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 박종운 변호사

등록 2015.08.28 19:13수정 2015.08.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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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세월호 참사 500일을 맞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나자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많은 이가 가슴 아파하며 한목소리로 세월호 참사 전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싸웠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19일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시행령 등의 문제로 진통은 계속됐다. 오는 9월에나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가 현판식을 하고 정식 출범할 전망이다. 특조위는 지난 500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봐야 할 시점이 됐다. 지난 25일 특조위 안전사회 소위원장을 맡은 박종운 변호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500일, 아직도 답답해하는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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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변호사 ⓒ 이영광


- 8월 28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특조위원이신데, 어떠신가요?
"벌써 500일이 되었는데도 아직 진상규명에 제대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어서 유가족분들이나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가족분들 특히 미수습자 가족분들은 많이 답답해하세요. 그나마 9월부터는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특조위가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가족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답답해하나요?
"진상규명특별법이 지난해 11월 19일 통과됐는데도 여전히 조사에 제대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가장 답답하죠. 미수습자 가족분들의 경우, 인양 전후의 과정에서 유실방지대책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세월호의 상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는 그런 상황이 못 됩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양 과정에서부터 참여하지 못하는 데 대해서도 답답한 심정인 거죠."

- 지난 500일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난 500일은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 2014년 11월 19일을 기점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동안 많은 유가족과 국민이 지지한 덕분에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특별법 제정을 지지하고 서명한 분들, 그리고 거리에서 서명받기 위해 노력한 분들 덕분입니다. 특히 유가족분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하셨죠.

올해 1월 15일, (특조위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른 시일 내에 특조위가 설립될 것이라고 들었어요. 그러나 1월 16일 당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세금 도둑' 발언을 하면서부터 특조위 설립이 지연되었습니다.

2월 17일께 시행령 안과 예산 안을 만들어 정부부처로 보냈지만, 제대로 수용이 되지 않아서 시행령 싸움이 벌어진 거죠. 대표적으로 4월 말~5월 초에 이석태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3명이 광화문에서 대통령 면담을 촉구했습니다. 특별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시행령을 만들어 달라면서 농성을 했어요. 그런데도 5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은 우리가 원하는 시행령과 많은 거리가 있었죠.

시행령이 그렇게 만들어진 이후에 특조위 내부에서는 여러 사항을 놓고 정부 여당 측과 싸움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 갖출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고 결단했습니다. 그 이후를 별도로 구분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특조위가 일할 수 있는 준비를 내부적으로 일정 부분 해놓았기 때문에, 곧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9월께는 '현판식'이라도 할 예정이고, 피해자들로부터 신청 사건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500일, 예상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너무나 안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9월부터는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는 점에서, 진전을 가져온 시간이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예상보다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가 정부 여당 때문이었는데요. 9월 정식 출범 이후 상황은 어떨까요?
"과거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 때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러 개 있었어요. 그 위원회가 우리처럼 정부 여당과 직접 다투진 않았지만, 가해자나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가 기관과의 갈등은 있었어요.

지난 몇 개월 동안 정부 여당 측과 총론적인 측면에서 충돌했죠. 이제 비로소 기본적인 활동 체계를 갖추고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과거와 다르게, 살아있는 권력이라 할 수 있는 현 정부의 여러 부처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사 정리위원회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지난 몇 개월 전과 다른 것은, 그때는 정부 여당과의 대립관계로 인해서 일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는 겁니다. 그 단계에서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사권한, 청문회, 특검 요청권, 고소·고발권 등을 활용하여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특조위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고, 지금까지 나와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해야 합니다. 반면 안전사회소위원회에서는 간접적이거나 구조적인 원인을 규명해야 하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법, 제도, 정책, 관행의 잘못된 부분을 밝혀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대형 재난에 대해서 사전 예방이나 사후 대응책 등 충분한 대안을 마련합니다.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 과거의 다른 위원회와 비교했을 때 다릅니다.

따라서 단순히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의 관점만으로 본다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사회 종합대책이나 피해자지원 대책 등 전체적인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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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변호사 ⓒ 이영광


- 특조위 조사 기간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던데, 정리되었나요?
"여전히 논쟁이 있어요. 기산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견해인 1월 1일부터 특조위 첫 전원위원회가 열린 3월 9일, 시행령이 공포 시행된 5월 11일, 예산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8월 4일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견해의 대립일 뿐이고, 결국은 여야가 합의에 따라서 특별법을 개정해야죠.

왜냐하면, 통상적으로는 시행령이 공포되고 예산이 나와서 위원 전원이 모여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특조위 입장은, 신청사건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준비가 이루어진 9월 초순경부터 조사활동을 개시하는 것으로 인정해주면 좋겠습니다. 여야가 적절히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개정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만,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서, 인양된 세월호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이 종료되어 버리면 그때는 진상규명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 사이에 세월호가 인양되어서 충분히 조사하면 좋겠죠. 하지만 만약 어떤 사유가 있어서 그 기간 내에 세월호가 인양되지 못하거나, 인양되더라도 제대로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세월호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시간까지 보장해줘야 합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조대환 부위원장이 사퇴한 자리에 이헌 변호사가 임명되었습니다.
"여당 추천 상임위원인 조 부위원장이 사퇴하고 시변의 공동대표였던 이헌 변호사가 여당 추천 상임위원으로 왔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간 이 부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걸 정리해보면, 세월호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지금까지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태도를 견지해 왔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특조위가 체계를 갖추어서 실제로 조사활동을 시작하면, 과거처럼 정치적으로 쟁점화가 된 내용으로 싸울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각각의 사건 의견이 다를 때마다 잘 종합해서 진실을 규명해 내려고 노력한다면,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 이번 달 초 확정된 예산이 절반 깎였다던데 그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요?
"사업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깎였고, 특히 안전사회소위원회 관련 사업비는 6분의 1 정도만 인정되었습니다. 그만큼 원활하게 사업을 펼치는 것이 어렵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세월호 특조위가 원활하게 각종 사업을 벌이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특히 안전사회소위원회 관련 사업비가 대폭 축소된 것을 보면, 혹시 정부 여당 측은 안전사회소위원회나 안전사회과가 국민안전처를 뛰어넘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안전사회소위원장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과제를 설정하고 그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대안을 고민해 볼 계획입니다.

-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국민은 세월호 참사 전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국가 대개조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세월호 500일, 얼마나 바뀌었다고 보시나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안전 체감도는 오히려 안 좋아졌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대통령께서 국가 대개조론을 주장하고 해경을 해체했습니다. 대신 국민안전처를 만들어서 해경을 그 산하에 두도록 했지요. 해경이 해체되었다기보다는 해수부에서 국민안전처로 옮겨간 겁니다. 과연 이것만으로 (대개조가) 충분한가에 대해 많은 분이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어요.

여전히 재해·재난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해경 해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진 않는 것 같아요. 현재 국민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봅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객관적인 평가가 나올 겁니다. 우리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안전사회 건설 종합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선체 인양문제는 어떻게 되어 가나요?
"지난 4월에 대통령께서 인양선언을 했잖아요. 사업자로 선정된 상하이 샐비지가 인양기지를 건설해서 지난주부터 수중촬영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특조위가 인양 자체에 대한 권리는 없어요. 다만 피해자지원의 측면에서 인권의 문제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 같은 경우에는 자국 병사가 월남전에서 사망했다면 몇십 년이 지나도 유골을 찾아서 피해자 가족에게 돌려줍니다.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국가가 최선을 다해서 미수습된 분들을 찾아서 피해가족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이건 피해자 인권 차원의 문제죠.

또 하나, 진상규명이란 관점에서 보면 세월호 선체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의 인양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유실되지 않는, 원형 그대로의 선체 인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지난 20일, 세월호 인양을 위한 수중조사와 선체촬영이 시작되었지만, 당사자인 가족들은 배제되었고 정부가 특조위에도 알려주지 않았다던데 어떻게 보세요?
"특조위와 유가족들이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투명하게 인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데, 협력이 안 되는 거죠. 우리는 그런 일이 있을 때 알려달라고 하고, 내려가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하겠고, 인양되기 전이라도 원형 그대로의 유실 없는 선체 인양이라는 관점에서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게 제대로 협조 되지 않고 있어요."

- 지난달에 유가족이 선체촬영 하려고 했지만, 해수부가 막았다고 들었습니다.
"인양하려면, 인양 전 상태와 인양 후 상태를 비교할 만한 뭔가가 있어야 성공적으로 인양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죠. 특히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인양 전에 유실 방지 대책을 마련해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현재 세월호 상태는 어떤지 확인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걸 해수부가 막았잖아요. 저는 바로 그런 지점에서도 불신이 싹튼다고 생각해요.

물론 해수부 입장에서는, 예전에 찍은 것도 있고, 상하이 샐비지에서도 배를 인양하려면 당연히 선체 촬영을 하니까 그걸 보면 되는 것이지, '왜 위험하게 유가족들이 직접 촬영하려고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자기들이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독자적으로 수중촬영을 하는 게 못마땅했을 수도 있어요.

이미 상하이 샐비지에서 선체촬영을 한다고 하니, 현재 상황에서 유가족들까지 이중으로 촬영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요. 독자적인 선체촬영을 강하게 주장하기는 힘듭니다. 이번 선체촬영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세월호 특조위가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데요. 먼저 세월호 특조위에 대해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합니다. 또한, 진상규명, 안전사회건설 등은 특조위만 하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예컨대,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 피해자 지원대책 등과 관련해서도 말입니다. 공식 홈페이지가 만들어지는 대로 게시판을 통해 여러 가지 좋은 제보, 자료 제공, 건설적인 제안 등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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