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에 쏘이며 만들었단 다큐, 어떨지 궁금하네

[프리뷰] 기다려지는 자연다큐 MBC <곤충, 위대한 본능>

등록 2013.11.29 14:55수정 2013.11.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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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거미의 사냥 방법은 방사형의 거미줄을 쳐놓고 사냥감을 기다렸다가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려들면 잽싸게 낚아채는 것이다. 이런지라 거미는 방사형의 거미줄과 함께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모든 거미들이 이처럼 방사형 거미줄을 쳐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섯뿔가시거미(수컷은 2mm, 암컷은 8~10mm)는 거미줄을 치지 않는다. 매우 작은 이 거미는 거미줄 성분의 물질을 돌돌 말아 공처럼 만든 후 길게 늘어뜨린 줄 끝에 매달아 어느 순간 허공을 향해 재빠르게 돌린다. 철퇴를 돌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공에는 암컷나방이 수컷나방을 유혹할 때 쓰이는 페로몬이 묻어 있다. 페로몬에 이끌린 수컷이 사정거리에 들면 이 작은 거미는 철퇴를 돌려 나방을 사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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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을 뭉쳐 만든 철퇴를 늘어뜨린채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는 여섯뿔가시거미.제작진 중 한사람인 곤충전문가 성기수씨 사진이다. ⓒ 성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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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뿔가시거미가 철퇴를 돌리고 있다. 제작진 중 한사람인 곤충전문가 성기수씨 사진이다. ⓒ 성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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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을 하지 않는 낮에는 새똥처럼 위장해 천적의 눈길을 벗어나는 여섯뿔가시거미.제작진 중 한사람인 곤충전문가 성기수씨 사진이다. ⓒ 성기수


황닷거미도 특이한 방법으로 먹이를 구하는 거미 중 하나다. 여섯뿔가시거미처럼 거미줄을 치지 않고 사냥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물가에 있는 풀잎에 앉아 먹이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그러다가 마땅한 물고기가 나타나면 몸을 날려 잽싸게 낚아챈다. 그런 후 그 자리를 떠나 안전한 자리에서 물고기를 먹는다. 

아마도 여섯뿔가시거미나 황닷거미의 사냥 이야기가 신기한 한편 생소해 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리 흔히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다른 나라에 사는 거미이겠거니 지레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들 거미는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종류의 거미들 중 하나다.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아, 그리고 우리의 관심밖에 있어서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29일 방송 예정인 'MBC 창사 52주년 특집 다큐멘터리-<곤충, 위대한 본능>'은 여섯뿔가시거미와 황닷거미 등,  알고 보면 무척 흥미로운 우리 곤충들의 생태를 생생하게 담은 프로그램이다.

MBC <곤충, 위대한 본능>에선 '긴다리소똥구리'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사는 40여종의 개성 넘치는 곤충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보다 큰 애벌레를 종족번식을 위한 숙주로 사용하는 '나나니벌'과 애벌레를 위해 끝없이 파리를 잡아오는 '왜코벌'의 눈물겨운 모성애를 공개한다. 더불어 꿀벌과 장수말벌의 목숨을 건 사투부터 수액을 차지하기 위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치열한 수액전쟁까지, 곤충들의 약육깅식의 삶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전략적인 '남가뢰'의 기생법도 소개된다. <곤충, 위대한 본능>에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곤충들의 숨은 본능들을 한국 최초로 낱낱이 파헤친다.-<곤충, 위대한 본능>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자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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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창사 52주년 특별 다큐멘터리-<곤충,위대한 본능>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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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위대한 본능> 시사회 밒 기자간담회(2013.11.25)에 참석한 제작진 일부 ⓒ 김현자


방송을 며칠 앞둔 지난 25일 오후 2시,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가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열렸다. 간담회에 앞서 장수말벌과 꿀벌의 치열한 싸움을 시작으로 여섯뿔가시거미와 황닷거미의 독특한 사냥 방법,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 개구리와 집게벌레의 싸움, 남가뢰의 매우 지능적인 기생모습 등 방송 일부를 40분 동안 관람했다. 난 책을 통해 생태를 알게 된 후 궁금해 했던 것들 일부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푹 빠져들고 말았다.


좀 더 설명하면, 장수말벌이 꿀벌집단을 공격하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목숨을 건 그 치열한 싸움 현장을 본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근처에 장수말벌 한 마리만 나타나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쏘이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불과 몇 마리의 장수말벌이 수만 마리로 이뤄진 꿀벌 집단을 두시간만에 몰살하는 장면과 살아있는 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서도 집과 애벌레를 지키려는 꿀벌의 처절한 몸짓이나 자살특공대, 장수말벌이 꿀벌의 집속으로 들어가 에너지가 되는 꿀을 먹은 후 꿀벌의 애벌레로 경단을 빚어 자신들의 집으로 나르는 과정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장수말벌과 꿀벌의 치열한 싸움을 보면서 감탄했던 것은 흙속에 지은 데다가 사람도 공격하기 때문에 관찰이 쉽지 않은 장수말벌의 집 내부와 꿀벌 한마리가 겨우 드나들 정도로 입구가 매우 좁은 꿀벌 집 내부까지 촬영했다는 점이다. 이런 장면은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귀한 영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귀한 영상을 보여주고자 제작진 중 한사람인 김정민PD는 말벌에 쏘여 며칠간 입원까지 했다고 한다.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 그 생생한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개미가 진딧물을 무당벌레로부터 지켜주는 대가로 진딧물의 배설물을 받아먹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었다. 맛보기 영상만으로도 감탄스러운데 본방송은 오죽 재미있으랴. 간담회 이후 방송이 더욱 기다려지고 있다.

<곤충, 위대한 본능>은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 제작팀이 제작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방송을 준비한 것은 3년. 촬영한 날수만 700일, 서울과 부산을 167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총 이동거리 65.430km)를 달려 우리나라 곤충 40종의 사계절을 담았다고 한다. 

40분 동안의 하이라이트 영상 관람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 시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마존의 눈물>과 이번 다큐 중 무엇이 더 힘들었는가?"란 질문에 대한 제작진의 답이었다.

<아마존의 눈물> 제작보다 100배 힘들었다고 한다. 물론 원주민들과도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희로애락이 얼굴과 몸짓에 나타났기 때문에 그나마 나았다고 한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찍고 싶다고 100%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다. 무작정 6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막상 눈앞에 나타다도 재빨리 사라지고 말거나 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단다.

<곤충, 위대한 본능> 제작팀은 지구에서 약 4억년의 시간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은 곤충들, 그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최첨단 3D카메라인 Red Epic Camera를 비롯해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의 3D접사 카메라 등 총 8종류의 3D카메라로 촬영을 진행, 생생한 곤충들의 삶을 재현했다. 3D 뿐만 아니라 2D 촬영을 병행하여, 물속 곤충들의 생생한 움직임과 하늘에서 바라본 서식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첨단 촬영기술인 초접사, 초고속, 항공/수중/자일촬영, 모션컨트롤 촬영을 도입하여 시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곤충들의 본능적인 움직임 촬영에 성공하였다. - <곤충, 위대한 본능>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자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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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위대한 본능> 촬영 중 장수말벌에게 쏘여 병원으로 실려가 입원치료 받았다는 김정민PD ⓒ mbc <곤충, 위대한 본능>

하이라이트 영상이 워낙 실감났기 때문인지 촬영 과정 등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후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중 이제까지 우리의 자연다큐에서 볼 수 없었던 <곤충, 위대한 본능>만의 특별한 느낌의 영상을 어떻게 찍은 것인지 궁금해 할 것 같아, 기자간담회 자료를 덧붙인다.

지구상에는 대략 120만종의 동물이 산다고 한다. 이중 전 세계에 기록된 곤충은 약 80만종. 전체 동물 수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벌레, 혹은 해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곤충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와 많은 것들을 주고받는 등,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곤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더구나 대체적으로 크기가 작아 생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또 더럽다, 징그럽다, 무섭다, 해충이다와 같은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아 아예 쳐다보려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선입견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막연한 선입견은 좀 더 많은 것들을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도 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특별한 이유 없이 막연한 선입견으로 곤충을 바라보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면, 아주 조금만이라도 마음을 열어 곤충들의 위대한 본능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이제까지 몰랐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리라. 나아가 살기 위한 본능과 일상에 충실하며, 필요한 만큼만 갖는다든지 절대로 허영을 부리지 않는 등과 같은 곤충들의 삶을 통해 얻는 것들이 있으리라

시사회 및 간담회 자료에 의하면 '1990년 강원 철원과 양구에서 확인된 이후 약 20년간 자취를 감춰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긴다리소똥구리를 제작팀이 23년 만에 충북 제천에서 발견, 그들의 생태를 촬영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곤충, 위대한 본능>이 더욱 더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참고로 <곤충, 위대한 본능>은 총 2부작으로, 11월 29일 밤 10시에 1부가, 12월 13일 밤 10시에 제2부가 방송될 예정이다. 이 다큐의 내레이션은 가수겸 배우인 이승기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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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위대한 본능>과 연관지어 읽으면 좋은 책들 ⓒ 일공육사


방송과 함께 <곤충의 사랑>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 <숲속의 사냥꾼들>을 읽으면 훨씬 깊이, 그리고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40여 년 동안 생태관찰을 해온, 365일 중 300일 이상을 생태관찰을 한다는 성기수씨(생태연구가 겸 생태사진가)가 쓰고, 어려운 출판 현실에도 불구하고 두고두고 남을 책을 만들고자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표도연씨가 다듬어 출간한 책들이다. 이중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2>는 표도연씨도 함께 썼다.

이 책들을 특별히 권하는 이유는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곤충 관련 참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생생한 사진들도 풍성하고, 두 사람이 곤충전문가이자 생태사진전문가로 <곤충, 위대한 본능>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큐와 책의 내용이 많이 연결될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모두 소개한 책들이기도 하다.(김현자)

#곤충,위대한 본능 #아마존의 눈물 #여섯뿔가시거미 #자연다큐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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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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